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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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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나투나 해역에 나타난 괴물급 토네이도

beautician 2021. 9. 26. 11:38

바람

 

'돌개바람'이라 하면 단어 어딘가에 귀여움이 묻어나고 회오리바람 쯤 되면 동네에서 쓰레기를 휘감아 올리는 정도의 바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영화 <트위스터(Twister)>에 나오는 괴물급 돌개바람을 '돌풍' 정도로 표현하는 게 과연 적당할까 미심쩍은 생각이 됩니다.

 

인도네시아 말로로 앙인 또빤(Angin topan) 보다는 뿌띵 블리웅(Puting Beliung) 정도로 표햔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외국어라 어감이 딱 와닿진 않습니다.

 

미국이나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그 돌풍이 인도네시아에서 관측되었다는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경주에서도 집을 무너뜨릴 정도의 지진이 일어났던 것처럼 돌풍같은 자연현상이 어느 특정 국가의 전유물일 리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3tUvxFlV8Q

 

 

남중국해와 맞닿은 나투나(Natuna) 해상에서 발생한 저 돌풍은 해안 마을로 다가오다가 상륙하기 전 사라져 별다른 피해를 입히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기서 바다물과 함께 빨려 올라간 바다 물고기들이 동남아 어딘가의 산간지역에 비가 되어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톰크루즈 주연 영화 <마그놀리아>에서 수많은 개구리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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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가 추구한 테마는 그런게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하늘로 끌려 올라간 것들은 반드시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고 만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설파했던 인상깊은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역사적, 또는 종교적으로 승천한 것으로 알려진 우리가 잘 아는 몇몇 분들도 사실은 나중에 지상 어딘가에 낙하해 쳐박힌 것은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저런 거대한 자연현상은 경이롭기 그지 없지만 괴물급 돌풍을 자카르타 한복판에서 만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만으로도 이미 벅차거든요.

 

 

2021.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