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물가에 내놓은 애들 본문
여러 모로 걱정
내 미용기기 사업 막판을 말아 먹었던 메이는 토요일만 강의가 있는 대학교에 다닌 지 벌써 4년차인가 되어 인턴을 나가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앞뒤 분간 못하던 친구가 국회사무처에 법대생 자격으로 인턴을 나간다니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차차와 마르셀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할 일이죠.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면접만 남겨놓았을 때 기도해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걱정되는 거겠죠. 와쎕에 대답을 달았습니다.
"사실은 네가 바보란 걸 저 놈들이 절대 알아채지 못해야 할 텐데."
그 면접이 며칠 전에 있었고 메이는 결과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죠.
내가 넣어 준 플라스틱 포장재 공장에서 일한 지 어느새 6년. 사람들에게 업신여김 당하기 쉬운 작은 공장 영업사원에서 조만간 변호사로 거듭나는 기적이 일어나길 빌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백신 맞았어?"
바다 건너 끈다리의 릴리에게 물어본 이 질문에 늘 대답이 짧은 이 친구는 이번에도 단어 한 개로 답변해 왔습니다.
"belum"
아직이란 얘기죠.
올 상반기에 경찰서 유치장을 두 번째 경험하면서 이 친구는 경륜이 좀 늘어난 것 같고 나도 릴리가 생각 외로 나름 상황에 맞게. 그러나 어수룩해 보이는 동작으로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업능력을 믿는 것과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죠.
"이거 좀 보고 빨리 가서 백신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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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는 KTP 출신지 관계없이 백신 맞을 수 있는 곳이 14군데나 있는데 지금 릴리가 있는 술라웨시 떵가라엔 달랑 두 군데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릴리가 아직 백신을 못맞은 건 자카르타가 주소지로 된 신분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 쉽습니다.
이런 거 챙겨주려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릴리는 마지막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소통엔 잼뱅.....그만큼 마음 쓸 곳이 많단 얘기겠죠
암튼 메이나 릴리를 생각하면 물가에 내놓은 애들 같습니다.
2021.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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