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거대한 정글로 변한 자카르타를 상상하며

beautician 2021. 7. 3. 12:04

 

 

제목: 네모난 숲

시즌2 - 001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 네모난 구획은 원래 뭔가 건물을 지으려고 정리해 놓고 파일까지 박았던 곳인데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고 불필요한 산업활동이 거의 멈추면서 버려진 공터는 숲이 되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면 꽤 큰 야자나무 잎도 보입니다. 1년 반만에 식물들이 저 정도로 자라날 만큼 열대의 나라는 생육하기에 최고의 장소인듯 합니다.

 

잘 생각해 보면 세상에 코로나 창궐로 고민하고 걱정하는 건 사람들 뿐인 것 같습니다. 이제 코로나 누적확진자가 2백만 명도 넘게 나와버린 인도네시아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풀과 나무들은 아무 걱정도 없어 보입니다.

 

이대로 인간시대의 종말이 오고 모든 것이 사람들 손을 떠난다면 저 네모난 솦도 언젠가는 담을 넘어 자카르타 전역을 울창한 정글로 만들고 말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코로나 초창기 시내 도로들이 한산하던 시절, 코로나 걸린 좀비들이 내 집 문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거라고 상상했던 것처럼 오늘도 저 작은 네모난 숲을 보며 거대한 정글로 변한 자카르타를 상상해 봅니다.

 

 

2021. 6. 25.  

 

'세바시 인생질문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꾼의 안수기도  (0) 2021.07.07
물가에 내놓은 애들  (0) 2021.07.07
세바시 인증 통계  (0) 2021.06.23
세바시 인생질문 마지막 에세이  (0) 2021.06.22
우린 모두 맛있는 비빔밥의 재료  (0) 2021.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