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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촬영 장비로서의 스마트폰 본문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된 세상
2020년 초 상당한 관객을 모은 <90년 세대: 멜랑콜리아(Generasi 90an : Melankolia)>와 <케일 이야기: 사랑에 빠지면(Story of Kale : When Someone 's in Love)>을 제작한 앙가 드위마스 사송코(Angga Dwimas Sasongko) 제작자가 지난 4월 자신의 다음 작품에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Dian Sastrowardoyo)와 레자 라하디안(Reza Rahadian)이 출현하며 기본적으로 삼성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영화애호가들이 특별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 영화 전체가 스마트폰으로 촬영되었다는 부분이었다. 최소한 보도자료에는 그렇게 나와 있었다.
특수 장비 없이
앙가가 말한 새 프로젝트는 지난 5월 5일 삼성 인도네시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단편영화 <담소(Konfabulasi)>였다. <담소>는 한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레자 라하디안이 히트맨이 되기 위해 비정한 훈련들을 소화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문제는 그가 어머니에 대한 효심 가득한 도덕적 존재라는 것이다.
영상에 댓글을 단 많은 사람들이 ‘이게 정말 스마트폰으로 찍은 거라고?’라는 반응을 보이며 예상을 뛰어넘은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과 36세 감독의 노련한 기법에 감탄했다.
하지만 앙가는 5월 11일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관객 반응에 대한 소감을 묻자 수줍게 웃어 보였다. 그는 영화촬영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냐 고가의 전용카메라를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다. 촬영장비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작자와 삼성은 감독과 촬영팀에게 절차상 모든 창의성의 여지를 열어 두었고 ‘영화가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것만을 강조했다.
스마트폰으로 서사를 담은 영화를 찍는 시도는 삼성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샤오미(Xiaomi)도 단편영화나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자사 스마트폰으로 찍어 상영한 바 있다. 비보(Vivo)도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조코 안와르 감독을 기용해 크게 발전한 카메라 기능을 선보였다. 애플 역시 다미엔 체즐(Damien Chazelle), 미첼 곤드리(Michel Gondry) 같은 오스카 수상경력의 감독들을 동원해 새로 출시할 아이폰 성능을 과시했다.
체즐은 애플의 버티컬 시네마 광고 캠패인 일환으로 찍은 단편영화 <스턴트 더블(The Stunt Double)>의 제작과정 비디오에서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으면서 아이폰 카메라의 몰랐던 기능들을 새로 깨달았다며 스마트폰 기능을 극찬해 마지않았다.
창의적 상업혁명
앙가 감독 같은 제작자들은 사실 스마트폰을 영화제작용 카메라로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는 그것이 어떤 창의적 결과물을 낳느냐에 더욱 주목한다. 그는 <담소>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라고 해서 그게 감독의 의도한 바를 최소화하는 게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화들도 유사한 영화적 관점을 견지했다. 예를 들어 인디영화 제작자 자프란 S(Zhafran S.)가 샤오미폰으로 찍은 <마지막 소포(Paket Terakhir)>은 아들의 결혼을 종용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들은 이 영화가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이 영화의 영상감독이었던 하르요노 뿌뜨라(Haryono Putra)는 영화를 찍다가 스마트폰이 과열되면 좀 쉬면서 스마트폰을 식힌 후 다시 촬영해야 하는 등 장비 상의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한다.
기술적으로도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영화 속 깨지는 계란 시점에서 보이는 장면 같이 까다로운 장면을 찍을 때엔 감독과 촬영팀이 보다 용이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그릇 아래로 밀어넣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촬영장비를 사용했다면 그 장면을 위해 많은 사전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보다 자유로운 촬영을 가능하게 한 효율적인 장비임을 증명한 감독들은 아이폰으로 <탠저린(Tangerine)>(2015)를 찍어 극찬을 받은 션 베이커(Sean Baker), 역시 아이폰으로 <우스데인을 쏴라(shoot Unsane)>(2018), <높이 나는 새(High Flying Bird)>(2019)를 찍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한 영화제작의 대가로 떠오른 감독 겸 제작자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등이 있다. 소더버그는 2019년 슬램댄스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만들 때 사용된 기술이 자기가 15살 때 나왔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촬영에 사용하는 것을 경원하는 영화제작자들도 적지 않다. 영화잡지 ‘와이어드(Wired)’에 게재된 ‘핸드폰을 내다 버리고 제대로 된 카메라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같은 기사들도 드물지 않다.
Tirto.id의 영화평론가 아울리아 아담(Aulia Adam)은 영화를 제작하거나 배포하는 방식, 심지어 그 정의까지도 어느 한 그룹의 주장만을 인용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으므로 양쪽 의견이 서로 맞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크린 장비
한국 박찬욱 감독의 <밤낚시>(2011), 미국 룰루 왕(Lulu Wang) 감독의 <니안(Nian)>(2021), 앙가의 <담소> 등은 모두 영화산업과 스마트폰 산업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제품 캠페인 차원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스마트폰 회사는 당연히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단편영화 제작에 진입하려는 것은 “우리 것을 한 번 써봐. 엄청 발전된 모델이야. 죽이지?”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죠. 하지만 영화계의 친구들은 독자적인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장비의 사용법과 특성을 익혀 그 장비를 통해 자기 재능을 발산하고자 하는 것이죠.” <마지막 소포>의 뿌뜨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영화산업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나간다. 화웨이 영화상(Huawei Film Awards)은 화웨이 기기만을 사용해 촬영한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를 표창하며 삼성 갤럭시 무비스튜디오도 이와 유사한 공모전을 개최하는 것 외에도 인도네시아 영화계 유명인사들을 초빙해 초보 영화제작자들을 위한 수업 클라스를 제공한다. 야심을 가진 영화제작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를 가지고 영화계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내가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건 18살 때부터였습니다. 당시 난 미니DV(MiniDV) 카메라를 구해서 촬영하고 영상을 컴퓨터에 전송해 편집했죠. 케이블도 연결해야 하는 등 모든 게 복잡하기 이를 데 없었어요. 하지만 이젠 한 손으로 촬영해서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이제 누구나 다 자신의 작품과 재능을 유감없이 과시할 수 있는 혁명적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어, 너무 특별한 걸 요구하는 영화산업에 들어가기 어렵겠는데’ 또는 ‘난 영화를 만들 줄 몰라’ 뭐 이러면서 어려워할 이유가 더 이상 없어요. 이제 스마트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앙가 감독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말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RADHIYYA INDRA Jakarta / Wed, May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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