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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체들의 나라 – 토라자 (Toraja)의 장례문화
우선 이 원고는 귀신이나 주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을 밝힌다.
순수히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남부 술라웨시에 소재한 토라자(Toraja)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례문화를 보존하여 아직 실제로 행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그들은 매우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그들은 수년 간 저축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르기까지 돌아가신 가족의 시신을 몇 년씩이나 집 안에 두고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듯 음식도 제공하고 목욕도 시키고 새 옷을 입혀 함께 외출하기도 한다.
토라자 사람들은 특정 의식을 치른 후에야 비로소 망자가 진정한 죽음의 안식에 든다고 믿는다. 그 행사는 수십 마리의 물소와 돼지를 잡아 11일간 성대한 잔치를 벌이는 것을 포함한다. 이를 람부솔로(Rambo Solo)라고 하는데 잔치가 끝나면 토라자 전통양식의 주택을 닮은 상여에 시신을 싣고서 수많은 마을사람들이 함께 지고 안치할 장소인 무덤을 향한다.
그런 후 그들은 행렬을 지어 망자의 시신을 담은 상여를 매고 돌산에 마련된 무덤이나 일반 주택처럼 만들어진 가족묘지 빠따께(Patake)로 향한다. 그곳에는 망자가 누울 관이 일찌감치 준비되어 있다. 이가 나기 전에 죽은 아기는 나무 몸통에 특별한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넣어 장례를 치른다.
람부솔로 행사가 망자를 무덤으로 데려가는 행사라면 토라자에는 망자의 가족들이 매년 무덤을 찾아 망자의 시신을 목욕시키고 새 옷을 입혀 주는 마네네(Ma’Nene)라는 매우 희귀한 전통행사가 있다. 망자의 시신과 관련되어 있지만 이 행사를 장례전통이라 말하긴 어렵다. 마네네는 일종의 축제다.
보통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시신은 생전에 살던 곳으로 모시고 가 일정 시간을 지내며 추모행사를 한 후 다시 무덤으로 돌아간다.
망자의 관이 놓인 암벽의 동굴(구멍) 앞이나 빠떼케 앞에는 망자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만든 목각 조각상을 옷과 장신구로 완벽하게 치장해 놓아 두는데 토라자 사람들은 그 목각에 망자의 영혼이 깃들어 남은 가족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마네네 의식은 죽은 가족 구성원의 시체를 회수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이 암벽 무덤인 빠따네(Patane)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빠따네 무덤은 기본적으로 가족무덤으로 마치 집처럼 생겼다. 그무덤에서 관을 꺼내 시신을 닦고 새 옷을 입힌다. 이 의식은 가족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므로 이 과정이 많은 시간을 잡아먹곤 한다. 새 옷을 입은 시신은 다시 빠따네에 안치하거나 집으로 모시고 와 가족을 모아 함께 추모행사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마네네는 대개 수확이 끝난 8월 말 경에 행해지는데 이때엔 외지에 나간 가족과 친척들도 모두 돌아와 이 행사에 참여한다.
토라자 지역에서 행해지는 이 마네네 의식은 아직도 끈끈한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를 조명하고 이 행사를 통해 젊은 세대가 돌아가신 선조들을 직접 만나 소개받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이들에겐 무섭고 이질감 느껴지는 이 행사가 토라자 사람들에겐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하고 의미깊은 행사다.
가족의 죽음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행사가 문화와 전통에 따라 이렇게까지 다르다.
2021. 1. 26.
https://indonesia.tripcanvas.co/id/tempat-angker-di-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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