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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를 내세로 이끄는 뜨루냔 향기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망자를 내세로 이끄는 뜨루냔 향기

beautician 2021. 2. 18. 11:15

죽음의 세계에 더 가까운 발리 뜨루냔 마을(Desa Trunyan)

 

 

뜨루냔 마을과 묘지 위치

 

 

호수변에 형성되어 있는 뚜르냔 마을(Desa Trunyan) 발리 다른 지역에 비해 사뭇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어 겁이 많은 사람은 갈 곳이 못된다.

 

이 마을을 찾아가는 게 쉽지 않은 이유는 작은 마을일 뿐아니라 멀고 길이 구불구불해 선뜻 안내해줄 사람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뜨루냔 마을은 발리섬에서도 방리군(Kabupaten Bangli)의 바뚜르 호수(Danau Batur)에서 동쪽으로 15분 정도 배를 타고 가야 나온다.

 

그곳 공동묘지에 들어서면 관광객들 대부분이 기겁을 하는데 이는 망자의 시신들이 지상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시신은 안짝사지(Ancak Saji)라고 불리는 삼각형 대나무 집에 들어가 있고 완전한 옷차림을 한 상태에서 얼굴과 손 정도만 노출되어 있다하지만 시신을 화장한 것도 아닌데 시신이 썩는 악취는 전혀 풍기지 않는다생리 중인 여성은 부정하다 여겨 묘지에 들어서는 것을 금한다망자의 시신을 묘지에 운구해 올 때 그 일행 중에 아무리 가족이라도 여자가 끼어 있으면 부정을 타 마을에 재난이 닥칠 수도 있다고 하여 금지한다.

 

안짝사지 안에 담긴 시신의 주변엔 접시액자사진손수건의복액세서리 등이 놓여있다다른 안짝사지들 중엔 완전히 부패해 두개골과 뼈 머리카락만 남아 있는 것들도 있다.

 

뜨루냔 묘지 입구와 뜨루냔 나무(오른쪽)

 

이 곳에서는 모든 망자의 시신을 화장하지도매장하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조금 잘못 알려진 얘기다이 마을에는 세 종류의 무덤이 있는데 뜨루냔 나무 옆에 대나무를 엮어 A형 텐트처럼 만들어놓은 무덤들은 안짝사지(Ancak Saji)라 불리는 무덤들로 자연적인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만 그곳에 안치되며 사고사한 사람들은 그곳에 올 수 없다사고는 자연적인 죽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두 종류의 무덤 중 하나는 사고나 자살 등 자연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뜨루냔 나무에서 많이 떨어진 곳에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혼으로 죽은 자들을 위한 곳이다하지만 그 두 종류의 무덤은 부정한 곳이므로 외부인들의 방문을 금하고 그 두 종류에 해당하는 시신들은 첫 번째 경우처럼 뜨루냔 나무 곁에 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처럼 땅을 파고 매장한다

한편 자연적인 죽음을 맞은 사람들은 예의 안짝사지라는 대나무 우리 같은 곳에 두고 부패해가도록 방치한다뜨루냔 나무에서 나는 강한 향기가 시체가 썩으면서 나는 악취를 자연스럽게 감춰준다.

 

안짝사지(ancak saji) 대나무 무덤과 그 내부

 

뜨루냔 마을에서 이런 전통이 가능한 것은 아름드리 뜨루냔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가 시신 썩는 냄새를 묻어버릴 만큼 압도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뜨루냔(Trunya)이란 나무의 이름은 따루머냔(Taru Menyan), 즉 향기나는 나무라는 뜻에서 왔다.

 

뜨루냔 나무 곁 안짝사지에 안치한 천수를 다한 시신들의 살점이 모두 부패해 없어져 버리면 더 이상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두개골과 뼈만 남게 되는데 정화의식을 치른 후에 비로소 안짝사지와 그 주변을 정리하고 해골을 수습해 사원으로 옮겨가 건물 밑단에 가지런히 정렬해 놓는다하지만 이 부분은 일반 관광객들에겐 공개하지 않는다.

 

사원에 가지런히 정렬된 해골들

 

 

이 마을에 들어가는 관광객들은 1만 루피아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정부에 내야 하는 세금은 3만 루피아배보다 배꼽이 크다뜨루냔 마을을 안내할 사람을 구할 경우 보통 5인 기준 75만 루피아 또는 1인당 20만 루피아를 지불한다.

 

 

2020. 1. 26.

 

 

참고자료 

https://travel.detik.com/dtravelers_stories/u-2618407/kisah-tengkorak-manusia-di-desa-trunyan-bali/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