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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고지대 유령들의 숙소 본문
귀신들의 숙소, 발리의 버두굴 따만 레크레아시 호텔 (Bedugul Taman Rekreasi Hotel)
버두굴 호수로 진행하는 발리 고지대엔 으스스한 괴담이 지난 수십 년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귀신 나오는 호텔로 알려진 고지대 경사면의 버두굴 따만 레크레아시 호텔 (Bedugul Taman Rekreasi Hotel)호텔이다. 이 건물은 완공직전 건축이 중단된 채 10년 넘게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여길 탐험해 보려 하는 사람들은 이 호텔에 떠도는 유령들을 만날 마음의 각오를 해 두는 게 좋겠다. 그들 중엔 비단 산속의 마물들뿐 아니라 호텔을 짓는 과정에서 죽은 인부들, 살해당한 사업경쟁상대 등도 있을 것이다.
이 호텔은 이제 고스트 팰리스 호텔이라고도 불린다. 오래 빈 채로 방치되어 있는 동안 영적 존재들의 궁전이 되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사실 빈 집에 다시 사람이 들어와 살면서 그동안 거기 들어와 살던 귀신이나 마물들을 내쫒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1998년 외환위기와 자카르타폭동으로 건축이 중단된 건물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 중 하나인 끌라빠가딩의 빨라디안 아파트는 총 다섯 동 중 첫 두 동은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중단사태를 맞아 거의 6~7년 후 건축을 재개해 아파트가 완공된 후에도 그 첫 두 동에 입주한 주민들이 복도를 오가는 귀신들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인간이 들어가 살아야 할 곳을 너무 오래 비워두면 인간이 아닌 어떤 것이 들어와 살게 되는 것이다.
이 호텔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경위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2015년 12월 제이콥 라우카이티스(Jacob Laukaitis)라는 사람이 여행 중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이 호텔을 발견했고 이곳을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림으로써 이 호텔의 존재가 발리는 물론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론 라우카이티스가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어패가 있다.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당연히 이 호텔의 존재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을 터이니 말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음에도 콜룸부스가 발견한 대륙이라며 수 세기 동안 백인들만 인간취급했던 것처럼 전통과 습관은 금방 없어지는 게 아닌 듯하다.
쿠타에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버두굴 고원에 위치한 이 호텔은 마치 과거 찬란한 역사를 가졌던 고귀한 몰락귀족의 흔적처럼 산 속에 그 거대한 규모를 그대로 드러낸 채 서있다. 건물은 결국 완공되지 못했지만 거의 완공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중단된 것으로 보이고 호텔 중앙의 거대한 이무기 석상은 꿈틀거리는 듯하고 외관상 귀신이 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을 것처럼 벌써 음산하고 어둡고 축축해 보인다.
이 호텔은 5성급으로 디자인되어 건축된 것이 분명해 보여 완벽한 조경과 거기 심어진 식물들이 안타깝게도 관리되지 않아 어지럽게 벽을 타고 자랐고 비싼 대리석 바닥은 오랜 기간동안 단 한 번도 청소하지 않아 점차 자연괴 동화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텔의 거대한 규모는 매우 인상적인다. 호텔은 10년도 넘게 방치되었지만 첫 손님을 받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완벽한 준비상태는 지금도 시선을 끈다.
아직도 이 호텔이 어떻게 누가 지었는지 분명히 얘기해 주는 사람이 없다. 물론 두 개 정도의 이 호텔에 대해 상당히 신빙성 있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그중 하나는 1990년대에 수하르토 전대통령의 막내아들 토미 수하르토가 이 호텔 건축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미가 2002년에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대법원 판사 살인교사혐의로 투옥되면서 건축이 중단되고 말았다. 그 판사는 부패혐의 형사범 혐의를 받던 토미에게 유죄를 선고한 인물이다. 그때 멈춘 건축공사는 이후 재개되지 않았다.
또 다른 소문은 바로 얼마전까지도 이 호텔이 제대로 가동되면서 많은 손님들이 이곳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인근 주민들이다. 하지만 그 모든 손님들과 종업원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증발했다거나 누군가 호텔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지옥으로 끌고 갔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고 그날 밤 이 호텔에 영적존재가 나타나 모든 사람들이 이를 피해 도망쳐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 영적존재들은 이 호텔을 지을 당시 과로로 쓰러져 죽은 다수 인부들의 유령이었다고 한다. 공사 중 인부들이 다수 사망하는 사고가 정말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단지 성벽이나 교량같은 거대한 건조물을 지을 때 일부러 제물 삼아 사람을 죽여 기축 어딘가에 파묻어 건조물과 한 몸이 되도록 하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주술이 이곳에서도 행해졌을 것이라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호텔에서 나온 짧은 머리의 여인이 지나는 차량 운전수들을 유혹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고 한다. 그 여인이 호텔 주변을 걸어가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었다.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을 정도 길이에 흰 피부와 예쁜 얼굴을 한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 호텔은 뿐만아니라 특정한 시기, 시간대에 종종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많은 손님들로 붐비는 듯한 기운이 보인다고 한다. 호텔 앞을 지나다가 그런 분위기를 감지한 사람들은 큰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이는 그 호텔이 이미 오랫동안 빈 채로 버려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 이 건물에는 청소원과 경비원 그렇게 두 명이 근무했지만 그들이 떠난 후 이 호텔은 더 이상 민간인들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입장료 만 루피아를 내야 한다. 비어 있는 남의 호텔을 가지고 영업하는 인간들도 출현하게 된 것이다. 귀신들은 이런 사람들을 잡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전에는 블로거들이나 음산한 곳을 즐겨 찾는 이들이 자주 찾아왔지만 현재는 아무도 이 호텔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 호텔을 짓다가 중단됨으로써 큰 돈이 날아가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텔에 대해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어떤 은행도 담보권을 설정해 놓지 않은 것은 이 토지와 호텔을 소유자(소유자가 없는 땅이나 건물은 없다)는 누가 감히 손댈 수 없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초거물일 것이란 사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호텔이 저렇게 지어지기까지 과정에서 투입된 돈이나 허가에 뭔가 얘기하기 곤란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란 부분이다. 작은 동상을 하나 세워도 수많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저 정도 호텔을 짓기까지 당국에서 수많은 허가를 내주었을 테니 누가 소유한 땅이고 누가 건축했는지는 손쉽게 알아볼 수 있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보도가 나오지 않는 것은 발설하기 곤란한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물론 그 누군가의 이름이 꼭 사람이름이 아닐 수도 있다.
2021. 1. 25.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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