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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민속과 주술

치명적인 녹색

beautician 2021. 2. 12. 11:12

녹색 금지지역 - 수카부미 쁠라부한 라투(Pelabuhan Ratu)

 

 

16세기에 세워진 마타람왕국의 수호신이기도 한 여왕의 질투는 자바 남쪽 바다에서 이미 많은 희생자를 냈다. 그리고 그 질투의 전설은 해안에 밀려드는 파도와 함께 지금도 여전히 일렁이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차로 다섯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수카부미 남쪽 해안은 '여왕의 항구'라는 뜻을 품은 '쁠라부한 라투(Pelabuhan Ratu)'라는 곳으로 새하얀 백사장과 큰 파도 때문에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쁠라부한 라투의 풍경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광 속에는 치명적인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관광객들을 파도가 집어삼켜 버린 것이다. 익사한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이었고 바다에 들어갈 당시 녹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쪽 바다 마물들의 여왕 니로로키둘(Nyo Roro Kidul)이 자신만의 색상이라 자부하는 녹색 의상의 사내들을 물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는 풍문이 아직도 그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 녹색 옷을 입은 여성들 역시 여왕의 질투를 피하지 못했다.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동화들과 달리 니로로키둘이 실존한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고 이는 초대 수카르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사무드라 비치 호텔(Samudera Beach Hotel)의 객실 308호는 그래서 여왕을 위해 헌정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내부는 여왕이 가장 좋아하는 녹색과 금색을 기조로 우아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되었고 자스민 꽃과 막대향으로 향기와 향내가 가득한 이 방은 기원을 갖고 찾아온 사람들의 명상장소로 사용되곤 한다.  

 

 

사무드리 비치 호텔 308호 객실 내부

 

이 308호 객실을 모티브로 한 호세 뿌르노모(jose Purnomo) 감독의 영화 <308>이 2013년 개봉되기도 했다.

 

 

영화  <308>(2013)

 

 

니로로키둘에 대해서는 예전에 마타람 왕국의 선조 스노빠티 대왕과의 조우로부터 현재 족자술탄국 하멩꾸부워노 왕가와의 관계를 충분히 설명한 포스팅을 게재한 바 있어 여기서 그 역사적 기원은 따로 다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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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나 축복을 빌었다는 유명인들의 이름들이 거론되면서 니로로키둘은 인도네시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고 관련 영화들이 수없이 만들어지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마물들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물론 누구도 범접치 못할 궁극의 미모를 지녔다고 알려진 니로로키둘은 냐이로로키둘(Nyai Roro Kidul), 라뚜키툴(Ratu Kidul), 라뚜빤따이슬라딴(Ratu Pantai Selatan-남쪽해안의 여왕)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그녀가 가진 마물들의 군대를 이끄는 이무기 여인 니블로롱(Nyi Blorong)에 대한 영화도 여러 편 나왔다. 일각에서는 니로로키둘과 니블로롱이 동일한 존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니로로키둘의 전설은 쁠라부한라투뿐 아니라 자바 남쪽 해안지역 전체에 걸쳐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고 족자 인근 빠랑뜨리티스 해안(Pantai Parangtritis)지역도 니로로키둘이 스노파티를 처음 만난 곳으로 유명하다.

 

 

2021.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