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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민속과 주술

머리삐 산 귀신들의 장터

beautician 2021. 2. 14. 11:56

족자 머라삐 화산의 깔리아뎀 대피소와 빠사르 부브라(Pasar Bubrah)

 

 

머라삐산  

 

평균 매 5년 마다 분화하고 있는 머라삐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화산 중 하나다. 해발 약 3,000미터 높이에 분화구가 있고 인근 아름다운 자연은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족자를 끄라톤의 하멩꾸부워노 왕가가 다스리는 것처럼 인근 머라삐 화산도 별도의 독립된 왕가가 다스린다고 한다. 문제는 그 왕가가 인간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귀신과 마물들의 왕국이라는 것이다. 그 신비로운 왕국이 산세와 토지의 비옥함, 날씨, 화산의 분화를 주관한다고 한다.

 

인근 지역공동체들은 그런 미지의 왕국과 보이지 않는 주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며 환경을 관리한다. 그곳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곳인 빠사르 부브라(Pasar Bubrah)는 분화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는데 비교적 평평해 일출을 보려는 등반객들이 야영지로 즐겨 사용된다.

 

빠사르 부브라는 이름이 빠사르(시장)이라고 붙었지만 이름과 달리 이곳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전혀 오지 않고 등반객들끼리 서로 필요한 물품을 교환하는 거래 정도가 있을 동 말 동한 곳이다. 정작 빠사르 부부라는 마물들의 시장, 또는 마물들과 운 없는 등반객들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밤이 깊어 등반객들이 잠을 청하려 할 즈음 그곳에서 마치 장터 한 가운데에 온 것처럼 왁자지껄한 소리가 아련한 가믈란 연주소리와 함께 들려온다고 한다. 그 상황이 되면 등반객들은 텐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에 머물 것을 권고한다. 텐트 밖을 나가면 한밤중에 그곳에 모여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파에 휩쓸려 이상한 거래를 하도록 내몰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빠사르 부브라

 

낮에는 평범해 보이는 이곳에서 펼쳐지는 진들, 귀신들의 야시장엔 해가 떨어지면서 수많은 상점들이 들어서는데 거기서 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도깨비나 화산의 지박령들이다. 기본적으로 마물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는 그들끼리의 문제이니 뭘 사고팔든 우리가 신경쓸 일 없지만 만약 인간이 그 거래에 휘말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뭔가 사고팔아야 하는 상황은 당장 발등의 불이 된다. 살아있는사람들을 위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거래규정은 이렇다. 만약 누군가 물건을 팔겠다고 흥정하는 소리를 듣는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들 중 가장 가치가 높은 물건을 마치 돈을 내놓든 앞으로 내던져야 하며 그것으로 물물교환거래가 완성된다.

 

하지만 만약 인간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가만이 있거나 보이지 않는 존재가 속삭인 거래제안을 비웃으면 그는 당장 마물들의 세계로 납치되는데 아는 그의 영혼을 거래의 대가로 가져가 버리는 것이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머라삐산에서 길을 잃고 때로는 실종되기도 하는데 어쩌면 빠사르 부브라의 귀신 상인들과 모종의 관계가 엮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 머라삐 화산이 워낙 활발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일단 분화가 시작되면 도피할 시간이 충분치 않을 경우가 있어 이때를 대비해 주민들이 도피할 벙커가 건설된 곳들이 있다. 하지만 2006527일 강진이 찾아와 족자 일대를 뒤흔든지 한달 후 머라삐 화산이 분출했을 때의 상황은 이들 벙커들이 제 기능을 하는지는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당시의 분출사건은 그로부터 4년 전의 분화에 비해 규모도 작았고 그리 많은 희생자를 내지 않았다.

 

문제는 분출 당시 머라삐 화산의 웨두스 겜벨 봉우리가 분화하자 깔리아뎀 벙커(Bunker Kaliadem)로 피신한 두 사람이 그 곳에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깔리아뎀 벙커는 슬레만군 빠껨 지역 하르고니난군의 끼나흐레조 마을(Desa Kinahrejo) 마을에 2001년 군청이 건설을 시작해 4년 후 사용되기 시작한 시설이다. 이 벙커를 관리하던 자원봉사자 두 명이 화산분출물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를 피해 벙커 안으로 피신했으나 벙커시설은 극단의 열기를막아내기엔 충분치 않아 두 명의 자원봉사자는 시설 내 화장실에서 완전히 타버린 시체로 발견되었다. 벙커가 거대한 오븐처럼 작동해 내부의 모든 것들을 익혀 버린 것이다. 

 

2010년에도 분화한 머라삐 화산은 또 다시 뜨거운 열기로 이 벙커를 공격했고 깔리아뎀 벙커는 4미터 두께의 화산분출물 아래 파묻히고 말았다. 화산폭발의 공기압력과 흘러내린 용암 때문에 벙커를 표시한 대부분의 방향표시, 위치표시들이 파괴되어 사람들이 벙커를 찾아내 그 위의 화산물질들을 걷어내고 벙커에 도달하기까지 52시간이 걸렸다.

 

이제 이 깔리아뎀 벙커는 대피소가 아니라 관광지로 변했다. 물론 관광객이 넘쳐날 정도로 방문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그 벙커에서 벌어졌다는 이상한 소문들을 듣고 호기심에 찾아온 이들이다. 사실 이 벙커는 대피시설이라기보다는 지하 무덤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인다.

 

 

깔리아뎀 벙커

 

그 벙커를 방문하려면 산악오토바이나 오프로드용 차량을 사용해야 한다. 깔리아뎀 벙커는 그에 엮인 사고로 인해 어딘가 음산한 소문이 감돌지만 그 일대는 아름다운 풍광과 머라삐 화산 분화구는 오늘도 관광객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다.

 

 

참고자료

https://kumparan.com/dukun-millennial/misteri-pasar-bubrah-merapi-tempat-transaksi-manusia-dan-makhluk-gaib-1uQqpDyqkxz/full

https://www.merdeka.com/jateng/mengunjungi-bunker-kaliadem-sejarah-kelam-letusan-merapi-tahun-2006.html?pag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