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코로나 시대 생존요령 본문
2020년 9월 7일(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 코로나 확진자가 또 발생했다
한인확진자 11번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는데 그건 인도네시아 방역당국에서 붙인 것이 아니라 한인매체에서 단 것이다. 한국 방역당국에서 하는 방식을 한번 따라해 보는 것이다.
처음엔 자발적으로 동선을 밝히던 확진자들이 점차 동선공개에 소극적으로 되어 가는 모습은 일견 이해가 된다.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의도가 이미 방문하고 지나온 곳의 상점과 식당들에겐 날벼락같은 손해를 입히고 낙인까지 찍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선을 밝혀달라는 사람들과 그래서는 안된다는 사람들의 생각, 양쪽 모두 충분히 납득가고 동감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너무 무책임한 거지. 그래서 어째야 한다는 걸까?
사실 동선을 밝히는 행위, 그래서 다녀간 식당이나 상점이 자발적으로 방역공지하고 하루 이틀 문을 닫고 정비하는 일은 매우 고귀한 행동이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지 읺다고 해서 비위생적, 반사회적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것도, 한국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인도네시아에선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싶다.
우린 지금 하루 3천 명 이상 신규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회에 살고 있고 지금까지 발생한 19만 6천 명 이상의 누적확진자들 중 동선의 일부라도 밝혀 공개된 사람들은 처음 열 명 이내, 손가락으로 셀 정도의 인원들 뿐이고 나머지는 그저 발생지역별 통계만 나오고 있다. 자카르타에서도 최근 매일 1천 명 이상 신규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들과 보균자들은 그 몇 배, 몇 십 배가 될 것이고 인도네시아는 연말까지 누적확진자 50만 명을 충분히 돌파할 것이라 예상된다.
급사하는 인도네시아인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확진을 받지 않고서 갑자기 쓰러져 자택에서 또는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하는 사람들은 명백한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사망이 아닌한 대부분 코로나 사망자에 준한 프로토콜을 적용해 사망 즉시 매장하고 있다. 그게 6시간 이내인가로 알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인 확진자가 한번 다녀갔다고 공지된 그 식당, 그 수퍼마켓 이외의 장소들은 인도네시아인 확진자 및 보균자들이 이미 수천 번 다녀갔다고 말이다. 그러니 한국인 확진자나 해당 사업장이 동선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호들갑 떨며 불안해 하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뭘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파출부를 쓰다가 끊은 집들 많은데 미안한 일이지만 어디서 뭘하다가 무슨 차에서 누구 옆에 앉아 있다 왔을지 모를 파출부를 매일 들여 코로나 방역에 구멍을 내지 않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내용 상, 근무 환경 상 현지사회와의 접촉을 피할 수 없는 직종이나 업종은 반드시 있다. 모든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남들이 뭔가를 내게 해주길 기대하는 건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내가 뭘 하느냐 또는 하지 않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남들에게 나한테 병 옮기지 말라 하기 전에 내가 스스로 방어하는 게 최선의 방역이다.
얼마 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요즘 코로나시대에 시민들이 연대하는 방법은 모두가 흩어지는 것입니다."
2020. 9. 8.
P.S. 그걸 알지만 흩어질 수 없는 분들은 좀 더 철저한 방역 프로토콜 속에서 오늘도 안전한 하루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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