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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인들의 생명도 중요하다
에피 마리야니 / 2020년 6월 7일 자카르타포스트 논설
흑인들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미국의 거대한 파도가 인도네시아에도 덮쳐왔다. 여러 단체의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인종차별주의를 논하기 시작하면서 좀처럼 손대기 까다로운 소재인 파푸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인도네시아에서의 인종차별이란 주로 화교들을 그 대상으로 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인종차별을 말하자면 먼저 1998년의 자카르타 폭동이 떠오르고 관련 문서들과 연구보고서들이 다수 존재한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으로 이민 4대인 필자(이 논설의 필자)는 중국인들과 인도네시아인들의 관계, 그리고 다른 인종들과의 관계에서 생활해 왔지만 인종차별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가 분명 개선되어 가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문제임을 우리가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1998년 중국계 인도네시아 여인들이 강간피해를 당한 것을 잘 모르고 있는데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이 죽임을 당하고 피와 눈물을 뿌렸다.
하지만 이런 자각이 파푸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파푸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말하는 순간 파푸아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쉽다. 이를 반박하는 이들은 파푸아인들이 죽거나 피와 눈물을 흘린 이유가 인종차별주의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분리독립하려는 반역행위에 대한 처벌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예전에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문제삼는 사람을 공산주의 추종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오래 전에 극복한 낡은 사고방식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어쨌든 아직 많은 이들이 ‘파푸아인들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명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6월 5일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는 파푸아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파푸아인들의 생명도 중요하다 (#PapuanLivesMatter topic)는 해시태그를 이용한 이 논의에는 엄청난 스팸이 따라붙어 발표자들을 괴롭혔다. 이 논의에 전화로 참여했던 이들은 주로 외국 전화번호 또는 외국전화번호처럼 보이는 번호로부터 수없이 전화테러를 당해야 했다.
지난 토요일까지도 우린 도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위협과 욕설을 해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은 파푸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얘기하고 싶지 않으며 그 문제는 당장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인권유린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2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Komnas HAM)는 5년전 피의 빠니아이 사건(the Bloody Paniai case)라 불리는 5년 전 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빠니아이 시건이란 파푸아의 빠니아이 지역에서 시위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총격을 당해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세, 18세 학생들을 살해하고 시위에 참가한 21명의 파푸아인들을 고문한 군인들의 계급과 프로필, 그들의 상급자들에 대한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그들이 이 사건을 ‘추악한 인권유린사건’이라고 결론내리자 바로 다음날 대통령 비서실장 물도꼬 전 통합군 사령관이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던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겪는 인종차별을 파푸아인들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안다. 미국의 인종차별이 더 지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지만 파푸아주와 서파푸아주의 언론의 자유가 막혀 있는데 어떻게 파푸아의 인종차별상황이 미국보다 낫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파푸아인들의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는데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우리가 어떻게 가늠한단 말인가?
그러나 우린 최소한 현지에서 법절차에 따르지 않은 살인, 고문, 고질적인 사회, 경제, 교육, 보건, 기술적 부분에서의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추악하지 않은가? 그러한 분명한 불의를 종식시켜야 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모든 이들의 생명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파푸아인 희생자들 숫자는 미미해서 특별한 국제적 관심을 끌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진짜 의미는 미국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나 인도네시아 파푸아인들의 생명에 대한 문제 말고도 더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 당장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그건 매우 틀린 생각이다. 필자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대한 차별의 피해자로서 파푸아인들에 대한 인종파별이 인도네시아에서 신속해 해결되어야 하는 중대한 문제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희생자들간의 연대감이 모든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묶어주지는 않는다. 책을 통해 배우고 실생활을 통해 경험한 바 피해자가 된 경험을 가졌다고 해서 꼭 다른 피해자들에게 동병상련을 느껴 연대하게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불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들이 더 큰 불의를 다른 사람에게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인종차별의 희생자라고 주장하면서 집에선 아내와 아이들을 죽도록 구타하는 인간들이 있는 것처럼.
따라서 연대를 이룬다는 것은 보다 대의에 공감하여 분별력을 발휘하는 행위다. 세상의 모든 이들은 모두 스스로 남과 다른 점들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를 똑같이 존중해 줘야 한다. 어떤 이도 그가 가진 육체적 특징 떄문에 죽거나 고통받아서는 안된다. 나는 모든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그들이 어느 종족출신인가를 막론하고 파푸아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보다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촉구한다.
특히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우린 피해를 당하면서도 오랜 기간 상황을 호전시키려 노력해 온 사람들이다. 같은 피해를 입었던 이들의 응원은 더욱 용기를 붇돋는 것이며 차별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국력이 현지의 부정적 정서를 불러 일으켜 전세계의 중국인 디아스포라가 불리한 상황이 처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인종차별 피해자들이 겪는 불의를 위해 함께 싸워줄 여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파푸아인들의 목숨은 분명 중요하다.
이 문제를 더욱 자주, 더욱 목소리 높여 이야기해야 한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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