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위대한 신앙 본문
순교를 각오한 위대한 신앙?
또는 헌금수입에 대한 극한의 탐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생난리가 나버린 세상에서 사람들은 공포에 질립니다. 그 결과 공항과 백화점, 터미널, 식당 등 평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들이 무인지대처럼 텅텅 비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 가운데 어떤 이들은 지혜로운 예방책을 강구해 냅니다. 본국에선 신천지 예배로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바이러스가 자체 교인들은 물론 추수꾼들을 통해서라고 추측되는 경로로 일반교회와 지역사회에 퍼져나가자 2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유명 사찰들은 산문을 닫았고 국내 성당들조차 미사를 자제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개신교들이 주일예배를 비롯한 집회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서울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무시하고 광화문광장 집회 강행을 고집하던 전광훈 목사의 철학처럼 ‘우리들은 그런 거 안걸려’ 라는 굳건하고도 무식한 신념 때문일까요? 아니면 교인들에게 순교를 불사하는 위대한 신앙을 기대하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단 한 주라도 막대한 헌금수입을 포기할 수 없는 교단과 목사들의 탐욕이 성도들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되어 있습니다. 학생들과 부모들도 방학 때마다 가던 한국행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혹시 인도네시아로 돌아올 때 귀국거부 당하거나 격리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죠. 캄보디아에서 일하다가 싱가폴을 들른 사위후보는 캄보디아로 돌아가자 회사로부터 14일 자가격리를 요구당했습니다. 당시 싱가폴 확진자들이 80명을 넘나들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확진자는 1천 명을 훌쩍 넘은지 오래인데 이스라엘과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입국거부나 격리조치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한국을 다녀오는 교민들이 자카르타 공항에서 격리나 입국금지 같은 최악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집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어느 한인교회도 그런 상황을 감안해 이번 주 주일 예배를 쉰다는 공지를 낸 곳은 없습니다. 어찌보면 현재 상황에서 한국에서 귀국한 교민들, 한국출장자들이 참여하는 한인교회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일 터인데 말입니다. 우리들끼리, 공중위생수칙을 지키면 절대 안전하다고 과신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현지 보도를 통해 한국인들의 뒤통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너무나 선명한 '보균의심자'라는 꼬리표가 붙는데 그런 사람들이 자카르타의 한 지역에 수 백 명씩 모여드는 예배가 현지인들 눈엔 위험하게 보이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묻게 됩니다.
그렇게 반드시
교인들을 주일날 교회로 불러모으려는 의도의 발로는 순수한 신앙에서일까요? 아니면 순수한 탐욕 때문일까요?
자중자애하며 스스로 조심하고 이웃과 지역사회에 물의를 끼치지 않아야 하는 시점에서 자카르타의 모든 한인교회들은 최소한 3월 한 달 동안 교회집회를 자제하고 자택예배를 드려야 할 것이라 믿습니다. 옛날 같으면 교회를 가지 않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겠지만 요즘의 현대문명은 안방에서 유튜브나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수 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헌금과 십일조도 클릭 한 번으로 인터넷 뱅킹 이체를 할 수도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이 느슨해지고 교회 헌금수입이 줄어든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보세요.
만약 코로나 역시 하나님이 보낸 거라면 그걸 보내놓은 하나님이 감염과 순교를 각오하고 반드시 교회 나와 예배하길 바랄까요? 아니면 자신과 가족과 이웃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뻔한 위험을 피하길 바라실까요?
무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교회가 한 달 문 닫아도 하나님은 그 교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 위에 항상 임재해 계시니까요.
202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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