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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첫 코로나 감염자 발생 – 공포의 상륙 본문
인도네시아 첫 코로나 감염자 발생 – 공포의 상륙
사진출처:채널뉴스아시아
3월 2일(월) 오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뜨라완 아구스 뿌뜨란토 보건부 장관과 함께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에도 첫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한 일본인 지인의 방문을 받은 31세의 여성 댄스강사와 64세의 어머니가 확진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로서 그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청정국’ 선언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간 인도네시아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륙하지 않았다고 믿는 이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현지 영자일간지 자카르타포스트의 아리 헤르마완 편집장은 코로나 확진발표가 있기 이틀 전인 2월 29일(토) ‘인도네시아가 코로나-19 청정국? 웃기지 마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이들만 검체 검사를 하고 있어 어쩌면 상당수가 감염되고서도 증상이 경미해 수면 밑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했다.
중국 우한에서 직항편으로 발리에 들어와 관광을 즐기고 귀국한 한 중국인이 8일 후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사실이 보도되면서 지난 달 현지 사회에 큰 우려를 던졌고 그 이후 두 명의 일본인과 한 명의 뉴질랜드인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거나 거쳐간 후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인 사실이 밝혀졌다. 최소한 네 번, 인도네시아의 국경 방역망이 속절없이 뚫린 것이다. 해외에서는 11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2월 26일 기준, 영국이 7,132건의 검사를 통해 13명의 확진자를 찾아낸 것에 비해 인도네시아가 고작 140건의 검사만을 하고서 코로나-19 청정국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감염병 발생 자체보다 정작 감염병 발생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타격과 사회불안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비쳤다.
본국 상황이 점점 악화됨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인근 동남아 각국의 입국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지 동포사회의 불안감도 크게 높아졌다. 한국-인도네시아간 3월 항공편이 대폭 취소되었고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등의 부분적 입국제한 조치 내용을 설명하는 대사관 안내문이 동포사회에 배포되었다. 하노이행 아시아나 항공기가 베트남 당국의 착륙불허 통지로 회항하고 있던 2월 29일 아침에는 자카르타 소재 대사관 영사동 한인회 회의실에 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이 초청되어 당장 한국인 입국금지조치가 결정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지 분위기를 브리핑했다. 실제로 자카르타포스트는 ‘현재 정부가 중국여행금지 명령만 내린 상태에서 한국, 이란, 이태리 등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다른 나라들로부터의 전염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하고 있어 평소 교민들은 한국 갔다 돌아올 때 인도네시아 공항에서 입국금지나 격리조치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출국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편 인도네시아가 코로나-19 청정국임을 주장하던 시점에 만에 하나, 한국인이 현지 최초 감염자로 확진된다면 국가적, 사회적으로 한인사회 전체가 심각한 차별과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본국 사찰들이 산문을 닫고 천주교 성당들이 미사를 열지 않기로 했던 지난 주, 객관적으로 바이러스 고위험군인 한국인들이 법적으로는 무허가 종교시설인 한인교회에 수 백 명 단위로 모이는 것이 공중예방보건에 역행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근 현지인들에게 위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 모임을 자제하자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3월 1일(일) 주일예배는 최소한 자카르타 전역에서 대체로 모두 강행된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제 인도네시아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상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3월 2일 저녁 8시. 북부 자카르타 끌라빠가딩 소재 디아몬 슈퍼마켓.
늘 사람 키 높이로 수북이 쌓여 있던 산더미 같던 쌀푸대들이 바닥을 드러냈다.
같은 슈퍼마켓 포장계란 코너가 텅텅 비었다
전 세계적으로 3천 명 이상의 감염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청정국 지위를 의심한 시민들이 3월 1일(일) 오전 일찍부터 슈퍼마켓을 가득 메웠는데 확진자 발생 발표가 난 3월 2일(월) 낯부터 자카르타 시내를 중심으로 주요 슈퍼마켓들이 사재기에 나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도심의 럭키 슈퍼마켓에는 십 여개의 계산대마다 카트에 물건을 잔뜩 담은 사람들이 수십 미터씩 줄을 섰고 북부 자카르타 끌라빠가딩 지역의 디아몬(Diamond) 슈퍼마켓에는 쌀, 계란, 컵라면, 주요 야채 등 필수 식료품들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외 육류, 생선 코너 등은 여전히 상품이 넘쳐났으므로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약탈에 가까운 사재기와는 전혀 성격이 달랐지만 1998년도 자카르타 폭동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이런 광경은 마침내 인도네시아 상륙이 확인된 코로나가 시민들 마음 깊은 곳의 공포심을 건드렸음을 반증한다.
예의 아리 헤르마완 사설을 또 한 번 인용한다.
‘우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다 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다른 나라들은 국민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학교와 놀이공원들을 폐쇄했으며 토요 이슬람 기도회와 스포츠 이벤트들을 모두 취소한 바 있다. 우리는 뭘 했는가?’
이제 그런 일들이 곧 인도네시아에서도 벌어질 지 모른다. (끝)
코로나 확진자 발표가 난 3월 2일 낮 도심 럭키 슈퍼마켓 계산대에 선 장사진.
(교민사회 커뮤니티에 도는 사진. 출처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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