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학대 솜방망이 처벌에 빈축

[기사] 오랑우탄 학대 솜방망이 처벌에  빈축

 

 

인도네시아 환경운동가들은 북부 수마트라 아쩨주 당국이 오랑우탄에게 공기총을 마구 쏴  중상을 입힌 두 청소년이 받은 솜방망이 처벌에 비난을 쏟아냈다. 아쩨주 술탄나울랏 구 수불루살람 지역에 사는 고등학생 이르판다 시떠뿌와 살린샤 솔린은 지난 3월 암컷 오랑우탄에게 공기총 74발을 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경찰 당국은 사건을 법정에 회부하는 대신 조건부 기소유예 결정을 내리고 그 대신 한 달간 마을 모스크에서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adzan) 낭송 사회봉사활동을 명령했다.

 

붕아딴중 마을 팜오일 농장에서 크게 다친 상태로 마을사람들에게 발견된 암컷 오랑우탄은 곁을 떠나지 않은 한 살 배기 새끼와 함께 북부 수마트라 델리 서르당 군의  바뚜 음벌린 오랑우탄 재활센터로 급히 옮겨져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 새끼는 영양실조로 숨지고 말았다. 나중에 ‘호프’라고 이름 붙여진 오랑우탄의 몸에 발견된 공기총알들은 대부분 민감한 근육섬유에 박혀 있어 이를 제거하려면 이미 악화된 오랑우탄의 건강상태에 치명적 염증을 감수해야 했으므로 불과 10개만 제거했고 나머지 64개는 아직도 호프의 몸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호프는 시력도 완전히 상실해 자연 서식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아쩨경찰국과 수불라살람 사회문제과, 싱낄 교화센터 및 유관 공무원들이 6월 29일 회합을 갖고 호프를 쏜 두 청소년에게 사회봉사명령을 결정했는데 담당 공무원의 감독 아래 마그립(저녁 6시경)과 이샤(저녁 7시경) 무슬림 기도시간의 아잔 낭송 외에도 모스크의 청소와 관련된 개인 및 단체에게 사과할 것을 포함했다. 이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두 사람은 한 달간의 사회봉사활동을 되풀이해야 한다.

 

이 결정에 대해 환경운동가들은 크게 실망했다. 수마트라 레스타리 오랑우탄 재단의 파눗 하디시스워요 회장은 이 솜방망이 처벌이 야생 생태계 관련 범죄에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 지적하며 이 결정을 즉시 철회하고 정식으로 청소년 법정에 회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스포츠나 동물구조프로그램을 제외하곤 그 어떤 경우에도 민간에서의 공기총 사용을 금지시켜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2004년 동남아 쯔나미를 가장 아프게 겪었던 아쩨는 과거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반한 분리독립 반군활동(GAM)이 활발했고 최근에도 여성 청바지 착용금지, 공공장소 포옹금지 등 대체로 종교법이 세속법을 우선하는 지역이다.  수련을 통한 긴 호흡과 고음 발성이 필수적인 아잔 낭송 의무는 분명 비행 청소년에게 어느 정도 처벌과 교정의 의미를 갖지만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한 이 사건에 대한 조건부 기소유예 사유로는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꼬리가 잘리거나 부러진 길고양이, 개들을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에도 가축보호법, 야생동물 보호법 등이 제정되었고 최근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자는 각계의 요구도 빗발치는 등 나름대로 동물권 신장 움직임이 있으나 아직 국제기준에 비해 매우 낙후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