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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죽여드립니다 – 산뗏저주술 본문
원수를 죽여드립니다 – 산뗏저주술
저주의 주술을 전문적으로 시전하는 두꾼들을 특별히 두꾼산뗏(Dukun santet)이라고 부릅니다. 이 친구들이 죽음을 부르는 주술을 시전하는 것은 입소문을 통해 매우 은밀하게 소문이 돌고 의뢰도 비밀스럽게 이루어질 것 같지만 현대의 두꾼산뗏들은 인터넷 시대를 맞아 멋들어진 자기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대놓고 노골적인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자신을 저주의 대가로 홍보하고 있는 끼 삼버르뇨워(Ki Sambernyowo)라는 두꾼의 홈페이지 대문에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 ‘끼’(Ki)란 한국으로 치면 도령, 도사, 선사 같은 두꾼에 대한 존칭이고 이 두꾼의 ‘삼버르뇨워’라는 이름은 ‘낚아채다’는 뜻의 삼바르(sambar)와 ‘생명’이라는 뜻의 냐와(nyawa)에서 따온 것입니다. 즉 ‘생명을 낚아채는 도사’라는 뜻이 되는 거죠. 원수를 반드시 죽여준다는 산뗏저주술 전문두꾼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저주술 전문두꾼들 중 왕중왕으로 1990년부터 말레이시아, 홍콩, 타이완, 네덜란드 등에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는 끼 삼버르뇨워의 단골고객들 중에는 고위관리나 성공한 사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는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101가지 방법의 주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의 주술에 걸린 사람들은 연예인, 관료, 정치인, 사업가를 망라해 수천명에 이릅니다.
끼 삼버르뇨워가 시전한 주술은 그 누구도 치유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죽음에 이릅니다. 더 늦기 전에 당신의 원한과 분쟁과 미움을 당장 종식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의 주술 서비스는 상대방을 반드시 죽여드립니다.
이 외에도 ‘공중의 용 주술’은 주택, 루꼬, 시장 등을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불태워 버리는 주술입니다. 주술을 통해 소송승리를 가져오는 ‘소송종결주술’도 있습니다.
원거리에서도 주술을 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당신의 문제를 우리와 협의하세요.
문의는 다음 연락처로
Hub/SMS : 08133897****
email : ******.nyowo@yahoo.com
시술장소 : 방카, 불리뚱
이걸로 끝나지 않고 이런 사족이 붙어 있었습니다.
주의요망!
끼 삼버르뇨워의 이름을 도용해 사기를 치거나 개인적 이득을 도모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환자들과 잠재적 고객들에게 나의 진짜 이메일 주소를 위와 같이 공지하오니 귀하의 목적과 의지를 미리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감사!.
어딘가 사기의 향기가 폴폴 풍깁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대방에게 저주를 거는 산뗏주술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시전되고 실제로 그 증거인 듯한 자료들을 이따금 접하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앞서 메이의 경우와 같이 병마와 질병을 보내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언제든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여차하면 그로 인해 죽을 수도 있는 일이니 그게 산뗏저주로 인한 질병이었는지 증거를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주술 두꾼을 그만큼 더 두려워하는 것이죠.
또 다른 하나는 주술을 통해 상대방의 못이나 면도날 같은 이물질을 넣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에 꽤 오래
산 사람들이라면 어린 소녀의 다리에, 또는 누군가의 배와 등에 수십 개의 못과 면도날들이 들어 있는 것을 병원 엑스레이 촬영결과 확인되었다는 뉴스를 TV나 신문에서 심심찮게
보고 들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두꾼을 찾아가면 몸속에 심어졌다는 이물질들을 빼준다며 손으로 파내기도 하고 대롱을 통해 입으로 빨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환부에 달걀을 문질러 달걀로 옮겨오게도 합니다. 그 달걀을 깨 보면 안에 쇠못이나 바늘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죠. 수많은 트릭들이 숨어 있으리라 생각되고 필리핀에서 손놀림 빠른 사기꾼들이 무속의사 행세한 것이 밝혀졌지만 실제로 소화기관도 아닌 특정 신체부위에서 못과 바늘이 엑스레이에 찍혀 나오는 것을 보면 뭔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종의 사건들이 실제 벌어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꾼이 몸에 심겨진 금속들을
제거치료 하는 모습. 사실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wyQDvBq3Sjw)
리아우뽀스(Riau Pos)라는 신문에 2013년 9월에 실린 조코위에 대한 기사가 흥미롭습니다. 당시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던 자카르타 주지사 조코위를 죽일 목적으로 누군가 두꾼을 사주했다는 내용입니다.
Dukun Santet Dibayar Rp 500 Juta untuk Musnahkan Jokowi
저주술전문두꾼에게 5억루피아를 주고 조코 위도도 살해를 사주 2013. 9. 28
(전략) 저주술 두꾼과 손을 잡고서라도 전 솔로시장이었던
조코 위도도를 제거하려는 수많은 방법들이 시전되기 시작했다.
미스터리 잡지 살림(Salim)지 보도에 따르면 반뜬주의
한 저주술 전문두꾼은 조코 위도도에게 저주를 걸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지난 주 선수금으로 1억루피아를
받았고 주문대로 조코위가 제거된다면 4억 루피아를 추가로 받기로 했음을 인정했다. (후략)
심지어 유도요노 전대통령은 자신이 흑마술의 희생자가 될 뻔한 상황을 자서전에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 유도요노 대통령, 공개적으로 주술 인정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주술을 인정했다고 22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최근 출판한 회고록 '삶은 선택의 연속 (Selalu Ada
Pilihan)'에서 자신과 가족이 주술의 피해자들이라고 했다고 현지신문이 전했다. 900페이지 분량의 회고록에서, 유도요노 대통령은 그의 자택에서 ‘호러 영화’ 같은 블랙매직(사악한 마법)을 목격했다며, 자신과
아니 여사가 보고르 찌께아스 자택에 들어온 검은 구름을 퇴치하기 위해 싸웠다고 언급했다.
“갑자기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검은 구름이 천정에 고여서 내 침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라의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올리자고 했다. 나는 내 방문을 닫고 다른 문을 모두 열어놓았다. 검은
구름은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집에서 떠났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인구를 가진 국가이고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마법이 실제로는 흔히 접할 수 있다. 2012년 퓨 포럼이 실시한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이슬람신자의 69%가 마법을 실제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디 바유니 자카르타포스트 편집국장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전통 주술가인 두꾼(dukun)에게 사업, 미래, 결혼 등에 대해 조언을 듣는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저주에 대한 이야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바유니 편집국장은 유도요노 대통령이 19세기에 건축된 공관인 자카르타
대통령궁에 유령이 나온다고 생각해 사저에 머물렀다고도 했다. 자카르타 대통령궁에 실제로 거주한
대통령은 수까르노(1945-1965)와 압두라흐만 와히드(1999-2001) 등 2명뿐이다. 2010년 9월에 유도요노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와 동시에 열린 미국-동남아시아 회담에 불참했는데, 대통령궁에 저주가 가득하다는
소문이 이유였다고 위키리크스 보고서가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18년 형법을 개정해서, 블랙매직으로
어떤 대상이 발병, 사망 또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당하면
최대 징역 5년 또는 3억 루피아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출처: 데일리인도네시아, 2014년 1월 27일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꾼들, 특히 저주술 전문두꾼들은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때가 오면 그들에 대한 공포가 광기가 되어 집단적으로 폭발하는 거죠. 1998년 자카르타 폭동 당시 경제적으로 군림하던 화교들을 공격해 살해하고 그 재산을 파괴했던 것처럼, 수하르토 대통령 하야로 정국불안과 전국적인 인종분쟁, 종교분쟁이 촉발해 깔리만탄에선 다약족과 맞붙은 마두라족의 잘린 머리들이 밀림 속에 무수히 효수되고 암본과 술라웨시의 빨루(Palu) 등에선 이슬람과 개신교가 충돌하여 많은 교회들이 불타는 동안 수라바야를 중심으로 한 동부자바에선 일단의 닌자 복장 괴한들이 나타나 산뗏두꾼들을 산채로 불태우고 목을 베고 몸통을 오토바이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등 그 일대의 흑마술사 200여명을 공개처형하는 광란의 나날이 3-4개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극한의 공포는 대체로 파국을 낳습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두꾼이나 흑마술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인도네시아도 아닌 일본에서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日 흑마술로 동남아 여성 위협..매춘 강요
일본에서 같은 동남아 출신 여성을 '흑마술'로 위협하며 매춘을 강요한 이들이 붙잡혔다.
5일 산케이스포츠는 19~20세 여성들을 인신
매매하고 매춘을 강요해 온 혐의로 퇴폐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태국 국적 여성 3명이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산간 출신의 여성들을 일인당 180만엔에 사와 매춘을 시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여성들을 아파트에 감금하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8개월 동안 약 2000만엔(한화 약 1억6천만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흑마술을 믿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여성들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잘라 보관하면서 "거부하거나 도망칠 경우 흑마술로 저주를 내려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해 왔다고 한다. (한경닷컴, 2006년 4월 5일자)
두꾼과 산뗏에 대한 얘기도 사실 끝이 없습니다. 그만큼 오랜 전통이 있고 광대한 지역, 다양한 인종들의 생활 속에 보다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죠. 이런 흑마술의 흔적은 현지인 동네나 촌구석 산골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집, 우리 직장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타오라고 한 커피나 차에는 절대 주술이 걸려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뻠반뚜(pembantu)라 부르는 입주가정부의 방 달력이나 벽면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문자와 도형들, 차량 시트나 소파 방석 밑, 또는 사무실 문 윗쪽 공간에서 발견되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용기나 헝겁뭉치들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들일까요? 직원들이 끼고 다니는 반지나 머리핀엔 두꾼의 손이 닿지 않았을까요? 문제만 생기면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며 찌레본으로 수까부미로, 반유마스로, 인드라마유로 달려가는 현지인들은 거기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받아오는 걸까요?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면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현지인 사회의 이면들이 살짝살짝 보이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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