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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여인 니블로롱(Nyi Blorong) 본문
이무기 여인 니블로롱(Nyi Blorong)의 재물주술
뻐수기한(Pesugihan) 즉 재물주술이란 위대한 사람들의 묘지나 유적지를 순례하여 정기를 받거나 귀신과 마물들이 출몰하는 음산한 장소에서 두꾼이나 꾼쩬의 안내에 따라 제물을 바치는 특정 의식을 행하고 정해진 공양과 징크스를 지켜 신속히 부자가 되려는 노력과 행위를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물주술이 가난에 찌든 빈민들이나 돈에 쪼뜰리는 사업가들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재물주술은 인도네시아의 정치가, 관료, 사업가들은 물론 이미 거대한 부를 거머쥔 부자들 사이에서도 성행합니다. 그래서 경건한 이슬람의 수면 밑엔 거대한 재물주술의 수요가 도도히 흐르고 있는 것이죠.
그런 재물주술로서 부토이조, 뚜율, 바비응예뻿 같은 것들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그중 이무기여인을 통한 재물주술도 있습니다. 남쪽 바다 마물들의 여왕 니로로키둘의 전쟁사령관 니블로롱 말입니다.
중부자바 족자 인근인 빠랑뜨리띠스(Parangtritis)지역은 깐젱키둘여왕(Kanjeng Ratu Kidul)이 다스리는 영적 왕국의 중심부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끼둘여왕은 자바사람들, 특히 마따라만 지역(족자-솔로 및 그 인근지역) 사람들에게 아주 잘 알려진 여신이죠. 사람들이 기원을 드리는 상대는 주로 니블로롱(Nyi Blorong)과 깐젱키둘여왕 자신인데 그녀는 흔히 니로로키둘(Nyi Roro Kidul)이라고도 불리우는 명실상부 남쪽 바다의 여왕입니다.
차갑도록 아름답고 무서운 질투심과 통찰력, 그리고 직관을 겸비한 니로로키둘 여왕에 대해서는 많은 전설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전설들은 또 다시 많은 버젼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일부 한국인들이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은 순다족의 전승인 데위 카디타(Dewi Kadita) 공주의 이야기입니다. 데위카디타는 서부자바 빠자자란(Pajajaran)왕국의 아름다운 공주였는데 궁안의 대적이 흑마술을 걸어와 온몸에 흉측한 물집이 부풀어 오르고 살이 썩어들어가는 산뗏저주를 맞고 궁에서 도망쳐 나와 남쪽 바다를 향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독한 저주가 온몸에 퍼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 때 바다에 몸을 던진 그녀를 바다의 영들이 손을 내밀어 보호해 주었고 그 과정에서 영적인 힘을 얻은 카디타는 마침내 저주를 씻어내고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곳 신들과 요괴들을 다스리는 남쪽바다의 여왕이 되었는데 그것이 전설적인 니로로키둘 여왕의 탄생입니다.
니로로키둘이 권능왕 스노빠티(Senopati)를 도와 빠장왕국을 무너뜨리고 마따람 왕조 모든 왕들의 영적 왕비이자 왕국의 수호신이 되죠. 하지만 이 챕터의 주인공은 니로로키둘이 아닙니다.
키둘여왕도 재물주술에 있어서는 니블로롱에 비해 의외로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니블로롱은 키둘여왕이 거느린 수많은 권속들 중 하나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니블로롱은 전승에 의하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허리 아래로는 거대한 뱀의 형상이고 니로로키둘여왕의 가장 용맹스러운 장수로서 거대한 요괴군단을 휘하에 거느리고 남쪽 바다 속 끄라톤 왕궁을 수호합니다.
그녀의 원래 임무 중 하나는 인간들을 현혹해 재물주술에 빠뜨려 훗날 그들의 영혼을 자기군대의 충성스러운 군사로 귀속시키는 것입니다. 전투원 모집책이란 거죠. 전승에 의하면 니블로롱은 녹색에 금실로 자수를 놓은 끄바야(Kebaya)를 입고 있는데 달이 차오를수록 그녀의 아름다움과 힘은 절정에 달하고 달이 기울면 원래의 거대한 이무기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니블로롱은 수십억 루피아(수억 원) 정도의 행운은 쉽게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니블로롱을 통한 재물주술은 다른 재물주술들과 격 자체가 다릅니다. 니블로롱은 금비늘을 가진 뱀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니블로롱의 재물주술을 추종하는 사람이 그녀와 육체관계를 맺는 동안 금이나 다이아몬드로 된 비늘이 침대 위에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재물들은 ‘희생제물’과 맞바꾸는 것입니다. 큰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개의치 않을 수도 있지만 니블로롱은 댓가에 대한 분명한 서약을 요구하므로 단단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계약이 성립된 후에야 침대 위 격정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죠. 물론 이슬람에서는 이를 이교도들의 신성모독행위로 보고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니블로롱을 통한 재물주술의 효과는 딱 7년간 지속됩니다. 그러나 만료시기가 되어
계약을 연장하려 하면 이번엔 누군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제물로 대신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자신의 생명을 걸고 계약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니블로롱의 재물주술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불과 14년뿐인 것이죠. 니블로롱과 계약한 아버지가 그 기간 안에 세상을 떠나면 아들이 그 재물주술을
물려 받을 수 있습니다. 그녀의 재물주술을 추종했던 사람은 죽은 후 니블로롱의 권속이 되어
남쪽바다 마물들의 군대에서 영원히 복무해야 합니다.
한편 깐젱키둘여왕, 즉 니로로키둘에게 기원해 얻는 부의 크기는 고작 1-2억원 정도여서 니블로롱에게 비교하기는 좀 민망한 금액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영들의 세계를 지배하는 통 큰 여왕답게 생명의 제물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참고 : 리빠딴으남 블록포스트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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