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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 귀신들의 재발견 – (3) 비주류 귀신연합 본문
순다 귀신들의 재발견 – (3) 비주류 귀신연합
솔직히 귀신으로서, 또는 마물로서의 위력은 이제부터 소개하려는 놈들이 더욱 무섭고 강력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좀 더 시간을 내서 좀 더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굴하게 되면 하나하나 따로 소개하겠지만 당장의 자료들이 너무 한정적이어서 달랑 몇 줄 정도밖에 소개할 수 없는 친구들을 모두 모아 ‘순다 비주류 귀신연합’이란 이름으로 소개하려 한다. 물론 이들이 무슨 연합을 만들고 말고 할 놈들은 아니다.
1. 세딴 마웅(Setan Maung) – 호랑이 귀신
남성이 딸리뽀쫑을 훔쳐 도력을 얻어 호랑이로 현신한 것인데 낮과 밤을 가리지 출몰하며 호랑이로 현신한 상태의 마력이 더욱 강력해 도검불침의 몸이 된다. 딸리뽀쫑이란 이슬람식 장례문화에서 시신을 광목천으로 감쌀 때 묶어 매듭짓는 광목띠로 나중에 매장할 때 다시 풀러 따로 묻거나 불태운다. 처녀나 총각의 시신을 묶을 때 쓴 딸리뽀쫑은 주술적 가치가 높아 이를 무덤을 파서라도 이를 가져가려는 흑마술사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2. 산데깔라 (Sandekala)
해질녘 출몰하는 영으로 그즈음 밖에 나와 있는 이들에게 빙의한다. 남녀의 성향 중 어느 한 쪽 모습을 띈다. 산데깔라를 두려워해 아이들이 밤에 나가놀지 못하도록 당부하곤 했다. 이 귀신은 아이들을 유괴해 간다고 알려져 있다.
3. 깔롱웨웨(Kalong wewe)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깔롱웨웨는 웨웨곰벨과 거의 비슷한 컨셉이다. 10세 전후의 아이가 집밖에 나온 것을 유괴하여 자기 세계로 데려가 놀이감을 삼는다. 그래서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한낮에도 밖에 나가놀지 못하도록 한다. 자바의 웨웨곰벨은 집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데려가 자기 자식으로 키운다는 컨셉인데 깔롱웨웨는 굳이 아이 개개인의 배경을 따지지 않는 듯하며 데려가 애완용 노리개로 삼는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4. 시구루룽 (Sigururung)
시구구룽은 깔롱에게 잡혀간 아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 밖에서 놀고 있는 아기나 다른 어린이들에게 친구가 되어 같이 놀자고 유혹한다. 그렇게 친구가 된 아이들은 실종되어 웨웨곰벨의 노리개가 된다. 그래서 부모들은 낮에도 아이들이 시구구룽을 만나지 않도록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5. 그란동 (Gerandong)
그란동은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귀신인데 처녀, 총각의 피를 마시며 뻴렛주술을 시전한다. 이 귀신을 부르는 것은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자 하는 욕망뿐 아니라 더욱 강력한 흑마술을 손에 넣기 위함이다. 산데깔라나 시구구룽처럼 자녁무렵에 주로 나타나 사람들의 피를 빠는데 그 제물이 될 처녀나 총각을 만나지 못해 피를 마시지 못하면 점차 노파의 모습으로 변해 얼굴 전체에 주름살이 번지고 시체처럼 창백해진 끝에 마침내 죽는다고 한다.
그란동은 1990년대의 영화 <머라삐화산 괴담(Misteri Gunung Merapi)>에도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막람삐르(mak Lampir)를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풀어가는데 그란동은 막람삐르의 수하로 등장한다. 순다사람들은 정말로 이 귀신이 있다고 믿는다. 검고 무시무시한 얼굴. 불타는 빨간 눈, 긴 송곳니, 길고 거친 머리칼을 하고 피부는 회색비늘로 덮여 있다. 붙박이 지박령이 아니라 어디든 다니는 부유령이어서 살던 곳이 침범당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순다의 무속에서 처녀와 총각은 아직 때묻지 않은 신선한 인간이며, 그러니 10세 이하의 어린이는 오죽 순수하고 순진무구할 것이냐는 전제를 깔롱웨웨와 그란동의 괴담에서 엿볼 수 있다, 그래서 귀신을 좆는 인간들은 어린이, 처녀, 총각을 귀신에게 바칠 가장 적합한 제물로 보는 것이다.
6. 아덴아덴 (Aden-aden)
얼굴없는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밋밋한 얼굴을 한 귀신이란 의미인 한뚜 무까라따(Hantu Muka rata)라고도 불리며 관련 영화도 한 차례 나온 바 있다.
7. 루룬사막 (Lulun Samak)
루룬사막 또는 한뚜 띠까르(돗자리귀신)라 불리는 물귀신이다. 예로부터 어른들은 강에 떠내려가는 돗자리 같은 게 보이더라도 절대 건지려 하지 말라고 당부해 왔다. 사람이 그걸 건지려 다가가면 오히려 그 돗자리가 사람을 휘감아 물 밑으로 끌고가기 때문이다. 수마트라의 반유귀신과 인상착의나 행동양식이 비슷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이 강보다는 풀장에서 수영하길 즐기면서 요즘은 그 위력을 크게 상실한 듯하다.
8. 까뿍 하마린똥 (Kapuk Hamalintong)
이 귀신의 출현방식은 이렇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주인이 문을 뺴꼼이 열어 보면 흰 광목천을 뒤집어쓴 시신의 모습을 한 귀신이 이렇게 말한다.
“내 얼굴 가린 천을 좀 벗겨 주세요”
죽은 이를 매장할 때 광목으로 둘둘 감은 시신의 얼굴 천을 열지 않고 무덤을 덮으면 망자가 일어나 돌아다니며 그렇게 도움을 청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딸리뽀쫑을 풀지 않고 매장했다는 의미로 순다는 물론 자바에서도 그렇게 시신을 매장하면 그날 밤 시신이 무덤에서 일어나 민가를 다니며 저렇게 딸리뽀쫑을 풀어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1980~1990년대에 까라왕(Karawang) 일대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9. 끼찌위스 (Kiciwis)
밤에 돌아다니는 이 귀신은 주로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은 당연히 그것이 고양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쳐다볼 때마다 그 크기가 점점 커져 말 정도 크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볼수록 커지는 귀신들이 인도네시아에 널렸다.
10. 니 마스 쩬뜨링 마닉 (Nyi Mas Centring Manik)
이 귀신은 할머니나 빨간 옷을 입은 여인 또는 몸이 잘린 뱀의 형태로 나타난다. 완전히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형상들을 한 종류의 귀신으로 규정한 건 무엇때문일까? 쩬뜨링 마닉은 쁘라부 실리왕이(Prabu Siliwangi)의 젊은 부인이었다고 하며 반둥이 이 괴담의 근원지다. 쁘라부 실리왕이는 스리 바두가 마하라자(Sri Baduga Maharaja)라는 이름으로 순다의 힌두왕국 빠자자란의 전성기를 이끈 왕이다.
순다의 귀신들과 마물들은 이외에도 얼마든지 많지만 이 정도의 이름들만 외워서 순다인들과의 대화에서 언급하는 것만으로 매우 특별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끝)
2019. 4. 23.
참고자료
https://kumparan.com/dukun-millennial/aden-aden-siluman-muka-rata-yang-jenaka
https://www.tanahnusantara.com/grandong-sosok-makhluk-halus-yang-di-takuti/
https://jakarta.go.id/artikel/konten/24/kelong-wewe
http://www.infoglobalkita.com/2018/09/inilah-jenis-jenis-hantu-di-tanah-sunda.html
https://emirararablog.wordpress.com/2016/01/16/sandek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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