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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인도네시아엔 있지만 한국엔 없는 훌륭한 제도

beautician 2019. 4. 6. 10:00




지인의 부탁을 받아 한국을 방문중이던 한 인도네시아 국회의원을 거래선을 동원해 수행하도록 한 적이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약간의 접대도 할 생각이었지만 직접적인 거래도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으니 그 접대가 뻑적지근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의원은 초면에 이것저것 요구했던 모양이고 결국 모 호텔의 고가 마사지 접대까지 해야 했다고 나중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금 기가 찼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명색이 국회의원, 그것도 부패가 일반화된 인도네시아 국회의원이었으니 누구에게든 그 정도 접대받는것을 당연하게 여겼을 것입니다.


그가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 KPK에게 체포된 것이 2019 3 28일의 일입니다.



연행되는 골카르당 보워 시딕 빵아르소 의원



국영기업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 소속이었던 그는 국영 비료생산업체 납품자로부터 80억 루피아를 현금으로 받다가 현장에서 덜미를 잡힌 것입니다. 4 17일로 임박한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살포할 돈이었습니다. 40만장의 봉투에 돈을 담아 82개 박스에 넣어 넘겨받던 차였습니다. 봉투에 돈을 넣는 것도 번거로워 그 일조차 업자에게 맡겼던 거죠.



비료업자가 보워 의원에게 넘긴 82개 박스에 담긴 80억 루피아 뇌물



그는 예전 수하르토의 당이었던 골카르당 소속이었고 국민들은 그걸 보고 환호했습니다

그를 체포한 KPK 는 지금 한국국회가 설치안을 처리하려는 고위공직자수사처, 즉 공수처와 같은 성격입니다.

현역 국회의원도 잡아 넣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곳 말입니다.

실제로 KPK는 국회의장을 포함해 여러 장관들과 정치인, 주지사들을 부패혐의로 잡아 넣었습니다.

골카르당은 현직 대통령 조코위도도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우호적인 당인데도 KPK의 철퇴는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부패가 있는 곳이면 예외없이 가해졌습니다.


사실상 KPK는 국내도입이 가장 시급한 시스템입니다.

그래야 범죄혐의가 명백하다고 여겨지는 권성동 같은 정치인들을 잡아 넣을 수 있으니까요.


바로 그 공수처 법안이 오래동안 논의되었고 이미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데도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부패 정치인들이 줄줄이 잡혀가는 모습을 하루 속히 보고 싶습니다.




201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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