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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박근혜의 마음

beautician 2019. 2. 16. 10:00


아침 일찍 직원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딸 둘이 모두 며칠 째 열이 높아 지난 금요일 저녁 퇴근한 후 병원에 다녀왔지만 월요일 아침까지도 열이 내리지 않아 병원에 데려가려 하니 하루 쉬게 됨을 양해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경력사원 입사한지 2개월 차. 연차도 없고 본인 외의 질병은 병가처리 되지 않으니 무급휴가로 처리됨을 서로 양해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아침회의에서 그의 결근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한국같으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이죠.

여성들이 출산휴가 제도가 있어도 출산휴가를 내지 않는 건 나중에 불이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딸이 아프면 엄마가 병원 가면 되지 왜 아버지까지 휴가를 내고 병원에 따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리자로서 자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하는 그가 이해됩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그래서 당연히 자녀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녀가 아플 때 느껴지는 애틋함도 없습니다.

그것도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딸 둘이 나흘 째 고열에 시달리는데 엄마한테 병원 데려가라 하고 매정하게 회사로 향하지 못하는 보통 아버지의 마음을 그가 알 리 없습니다.


그러니 갑자기 이해가 됩니다.

세월호 엄마들을 공감하지 못하던 박근혜가요.


하지만 그게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그 입장에 처하지 못하더라도 세월호 엄마들의 마음을 공감하며 같이 울어주고 같이 싸워준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그 입장이 아니라고 남의 입장을 생까는 것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해하기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2019. 2. 11




그게 자랑이었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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