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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칼럼

‘앗뜨거 동상’ 원래 이름 찾아주기 프로젝트

beautician 2018. 9. 25. 18:09

앗뜨거 동상’ 원래 이름 찾아주기 프로젝트

 

 

테라조 기반 위에 철조콘크리트 작품

 

자카르타 남부에서 중앙통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세워진 테라조(Terazzo)기반 위에 소련풍 분위기를 담은 24.9미터짜리 동상은 인도네시아 건설에 참여힌 청년들의 높은 사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정확한 위치는 수디르만 도로(Jl. Jend.Sudirman)와 시싱아망아라자 도로(Jl. Sisingamangaraja)가 만나는 로터리입니다. 크고 건장한 청년이 흘러내리는 천조각으로 육체의 중요부분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상태로 울퉁불퉁한 근육을 도드라지게 자랑하며 그의 머리 위로 영원히 불타오를 듯한 불꽃이 일렁이는 큰 접시를 받쳐 든 모습은 한편으로 웅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한데(불붙은 접시가 얼마나 뜨거울까? 잠시 후 저 천조각이 완전히 흘러내리고 나면 얼마나 뻘쭘할까? ) 이 동상은 불굴의 건설적 철학을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마침 첫번째 경제발전 5개년 계획(Pembangunan Lima Tahun – Pelita 1)이 시작되던 시기에 세워졌습니다. 접시 위의 화염은 미래를 밝힐 청년들을 형상화한 것이라 합니다.

 

동상이 입을 크게 벌리고 뭔가 외치고 있으므로 많은 한국인들 사이에선 저 불접시가 뜨거워 비명을 지른다고 해 앗뜨거 동상이란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고 영어권 외국인들에게는 피자맨, 피자보이, 손이 데인 해리, 또는 기증자의 이름을 따 뻐르따미나 동상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묘사수준과 순발력에 있어 역시 한국인들을 따라올 자 없다고 늘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청년들 또는 젊은 사상을 가진 이들의 사기와 의욕을 북돋는다는 취지를 가진 이 동상의 원래 이름은 건설적 청년상’(빠뚱 뻐무다 멈방운 – Patung Pemuda Membangun)입니다. 앞서가는 젊은이들이라는 뜻도 함축한다고 합니다.

 

이 동상은 1971년 당시 입누 수또워(Ibnu Sutowo)가 경영하던 국영석유회사 뻐르따미나가 자카르타 건설 445주년을 맞이해 자카르타 주정부에 선물하기 위해 제작한 것입니다. 이만 수빠르디(Imam Supardi)가 이끄는 엔지니어-예술가-건축가 협의회(Biro Insinyur Seniman Arsitektur )가 설계했고 실제 건축은 무니르 빠문짝(Munir Pamuncak)이 총책임자로서 진행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당초 19711028일 청년 서약의 날(Hari Sumpah Pemuda)에 준공하려 했던 계획이 제작지연으로 무산되어 그보다 5개월 늦은 19723월에야 마침내 완성되었습니다.

 


슬라맛다땅 동상

 

이 동상은 호텔 인도네시아 사거리에 1962년 아시안게임을 맞아 각국 선수단들과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의미를 담고 세워진 슬라맛다땅 동상(어서오세요 동상)과 함께 오래동안 수디르만 거리의 북단과 남단을 나타내는 상징물이었고 장기 보전이 가능하도록 때가 되면 동상의 녹과 오물을 제거하는 청소작업이 진행되곤 했습니다. 동상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그제서야 이 동상이 얼마나 거대한 크기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곤 했습니다.

 


청소중

 

그런데 이 동상이 철거될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자카르타 전역에서 MRT, LRT(경전철), 모노레일 등 추가 교통수단의 설치공사가 시작되면서 이 동상 밑으로 자카르타 MRT 노선이 지나게 된 것입니다. 철거 또는 이전이 한동안 거론되었지만 일단 동상을 보존한 상태에서 그 발밑의 지하 터널공사가 시작되었죠. 이 공사를 진행하는 SOWJ(시미즈-오바야시-위자야 까르야(위카)-자야 콘스트럭션)은 터널공사를 하는 동안 이 동상을 지탱할 임시 철골구조물을 고안해 설치한 상태입니다. H빔와 철골 브레이싱 등으로 구성된 이 구조물은 일단 터널공사가 완료되면 철거되고 동상의 기반은 MRT 터널박스 위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동상 밑 지하터널공사

MRT 공사 초창기



하지만 원래 동상 밑에 설치되어 있던 분수는 MRT 공사로 인해 철거된 상태입니다.

 

2018 9월 현재 이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자카르타는 날로 발전을 거듭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 동상과 같은 상징물들이 철거되거나 망실된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 될 것입니다.

 

2018. 9. 25.

 



아직도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던 시절


측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