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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칼럼

인도네시아 군의 주요 기념일과 의미들

beautician 2018. 11. 9. 10:00



인도네시아 군은 두 개의 중요한 기념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당연히 국군의날입니다.

HUT TNI라고 줄여 부르죠.


TNI는 Tentara Nasional Indonesia 즉 인도네시아 국군을 칭하는 말입니다.

인도네시아 국군의 날은 10월 5일인데 이는 인도네시아가 1945년 8월 17일 독립선언을 한 후 그해 8월 23일 BKR (Badan Keamanan Rakyat) 즉 국민치안대의 결성을 수카르노가 발표하지만 이때는 아직 군대가 아닌 무장단체 정도의 수준이었죠. 이것을 그해 10월 5일에 TKR로 개편합니다. TKR는 Tentara Keamanan Rakyat, 즉 국민치안'군'이란 뜻이죠. 비로소 군대의 위상을 갖추게 된 이 날이 인도네시아군의 생일이 됩니다.




그럼 한국의 국군의 날인 10월 1일은 무슨 날일까요?

이날은 국군 창립일이나 광복군 생일 같은 날이 아닙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1일 국군 3사단 23연대가 동부전선 강원도 양양지역에서 제일 먼저 3.8선을 넘은 날이에요.

국군을 기념할 만한 날자들이 많이 있을 텐데 왜 굳이 이 날을 국군의 날로 정했을까요?

참고로 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중경)에서 조직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군은 물론 모든 국민들이 기리는 현충일, 즉 영웅의 날은 11월 10일입니다.

이는 1945년 11월 벌어진 수라바야 전투에서 영국군 2개 사단과 맞붙은 인도네시아군과 민병대가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11월 10일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당시 치열했던 수라바야 전투에서 영국군은 약 600명 남짓한 희생자를 낸 반면, 인도네시아 측은 6천명~1만5천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현충일이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날이죠.



그럼 한국의 현충일은 어떤 날일까요?

그날 어떤 영웅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은 것을 기념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 유래를 찾아보면 좀 허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추상적이죠.

인도네시아의 현충일과는 그 성격이나 유래의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말로 포장하자면 사뭇 유교적이라 할까요?


인도네시아의 최대 일간지인 꼼빠스지(Kompas)는 11월초부터 인도네시아인들이 가지고 있는 영웅들의 이미지, 젊은이들이 영웅에 대해 생각하는 바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지면 1면에 매일 실으며 현충일인 11월 10일까지 그 분위기를 고조시켜 가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인도네시아인들이 그들의 영웅들을 기리는 방식, 기념일을 제정하는 방식엔 본받을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인 8월 17일은 한국의 광복절 8월15일이 '일본이 망해 한국이 압제에서 풀려난 날'이란 사뭇 수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일본이 8월 15일 망했든 말든, 우리가 독립선언을 한 8월 17일이 우리 독립기념일"이라는 매우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의미를 갖는 것처럼 말입니다.



2018.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