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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킴의 몰락

크리스킴의 몰락 (5)

beautician 2010. 1. 18. 15:58

 

 

크리스 킴이 내 기계를 떼어 먹고 생까기 시작하기 전에도 변해가는 그의 모습은 이미 주변사람들의 빈축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비단 미용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그의 미용실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그랬습니다. 뷰티샵에 있을 당시에도 이미 있었던 얘기였지만 그는 대체로 손님들에게 불친절했고 때로는 말을 막 뱉기도 해서 특히 여자 손님들은 단골 미용실을 많이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가 손님들 앞에서 해프닝을 벌인 것은 현관 간이칸막이 앞에 있던 내게 고함지르던 것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미라가 따만미니의 크리스 킴 친구 집에 3개월 가량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손님 머리를 깎다 말고 홀을 지나쳐 2층 계단으로 올라서려는 바디 슬리밍 친구에게 가위를 쳐들고 달려 든 일도 있었습니다. 머리 깎던 손님이 화들짝 놀라 미용가운을 두른 채 황급히 일어나 두 사람을 떼어 놓았었죠. 그 손님이 예전 크리스 킴이 얼룩무늬 반바지를 입고 참석했던 하드록 카페 론칭식의 그 연예인 매니지먼트사 사장인 내 ROTC 후배였고요.

 

한동안 손님들이 늘어났던 크리스 킴이 다시 한산해지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인터넷 공방을 벌였던 미라 사건으로 실추한 그의 평판이 미용실 영업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끼쳤던 것도 사실입니다. 스스로 교민사회에서 충분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생각하며 미용 가격을 다른 미용실의 2배 정도로 대폭 올렸던 크리스 킴은 손님들이 떨어지자 다시 정상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손님들은 좀처럼 그의 미용실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개업 1년 만에 총체적 난국을 향해 치닫던 크리스 킴 미용실에 돌파구를 마련해 준 것은 그의 선배인 알렉스 허였습니다.

 

그는 인천에 번듯한 자기 미용실을 가지고 있었고 손님들로 매일 성황을 이루었다고 하므로 사실은 굳이 인도네시아까지 옮겨 올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죠. 그러나 20여년간 계속된 똑 같은 미용실 생활이 질릴 때도 되었고 마침 가정적 불화도 겪고 있었던 그는 2008 5월경 자카르타에 첫 답사를 나오면서 이미 인도네시아 진출을 마음먹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의 가정불화는 직접 같이 생활해 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얘기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알렉스 부부는 분명 서로 많이 노력했던 것 같고 그래서 5월 답사도 함께 왔었어요. 그러나 그들이 자카르타에 머무는 동안 한 두번 만났던 나도 알렉스 부부가 심하게 싸우는 모습을 한 번 본 적이 있었어요.

 

알렉스와 크리스는 미용학원 시절부터 선후배 사이였으므로 두 사람의 친분은 20년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크리스가 한 때 알렉스의 미용실에서도 일했다고 하므로 아마도 자기 미용실이 부도난 후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에 한동안 알렉스에게 월급을 받았던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는 5월 당시 크리스에게 조만간 자카르타에서 합류하겠다고 약속했던 모양인데 부인은 그 생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한국에 돌아간 후 이혼까지 하게 되면서 알렉스의 합류는 기약할 수 없는 일처럼 보였지만 크리스는 집요하게 알렉스를 물고 늘어지며 자카르타행을 종용했어요. 결국 그는 2009년 초에 한국의 미용실과 자동차 등을 정리하고 자카르타에 날아 옵니다. 그 사이 그는 부인과 화해해 다시 부부로 재등록한 상태였어요.

 

그러나 알렉스의 부인은 자카르타에 온지 불과 2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버리고 그 직전 대사관에서 다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습니다. 자기 집, 자기 차, 자기 미용실이 있던 사림들이 크리스의 말을 믿고 자카르타에 왔지만 차도 집도 없는 상태에서 미용실 3층 숙소를 나눠 써야 했으니 알렉스의 부인으로서는 기가 찼겠지요. 게다가 그들에게는 조만간 데리고 들어와야 할 두 자녀도 있었습니다. 자녀가 없는 크리스 킴 부부로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겠지요. 

 

더욱이 크리스 킴은 그들이 첫 방문한 5월 이후 이제는 미용실이 손님들로 메어 터지는 중이고 그래서 두 가정이 미용실 수입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뻥을 쳤던 모양인데 알렉스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것이죠. 자카르타 현지 상황이 크리스 킴의 설명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알렉스의 부인은 분명 펄펄 뛰었을 것이고 알렉스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지만 자신의 판단착오로 한국에서 누렸던 안정된 생활을 날려 버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 부부는 심하게 다툰 끝에 고국을 멀리 떠나온 인도네시아에서 다시 그렇게 갈라서게 된 것이죠.

 

알렉스는 자카르타에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개인적인 불행을 겪어야 했지만 당시 크리스 킴으로서는 알렉스가 그의 구세주였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크리스 킴의 미용실은 간신히 생활비와 운영비를 벌고 있었지만 미용실을 열흘씩이나 내팽개치고 한국을 전전하며 건물 임대료와 2층 공사비 등을 구하러 다녀야 할 정도로, 미라를 도둑으로 몰아 4개월치 월급과 비행기표 값을 떼먹어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던 크리스 킴은 알렉스가 한국 미용실을 정리해 가져온 돈으로 다시 소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크리스 킴은 1년 넘게 살았던 미용실 3층 숙소를 떠나 빠사르 밍구(Pasar Minggu)에서 데뽁(Depok)으로 빠지는 길목의 렌뗑 아궁(Lenteng Agung) 지역 주택가의 근사한 집으로 이사하고 오랫동안 써왔던 렌터카 대신 토요타 러시(Rush) 밴도 할부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 킴 부부의 생활수준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죠. 그들은 주택으로 이사한 기념으로 지인들을 불러 모아 집안 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정도까지 여유를 부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에 알렉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있었어요. 한국에 돌아간 부인 역시 먹고 살아야 할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남편의 미용실도 이미 정리된 상태였으므로 남의 미용실에 취직해 월급을 받아야 했어요. 더 이상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던 그녀는 알렉스와 얘기한 끝에 아이들을 자카르타로 보냅니다. 자카르타에서는 알렉스가 일하러 나간 사이 아이들 뒤를 봐줄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알렉스는 두 아이들의 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런 상황에 처한 알렉스의 심정은 얘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돌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었습니다. 감언이설로 자신을 아수라장으로 끌어들인 크리스 킴이 괘씸했겠지만 가져 온 돈이 이미 몽땅 크리스 킴의 지갑속으로 들어가버린 상황에서 선배 체면에 자신의 판단미스에 대해 후배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패를 무를 수도 없었던 알렉스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미용실의 성공적 운영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이제 크리스 킴 미용실에 50% 지분을 가진 동업자 입장이었고 그 미용실은 자기 자신의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가벼워 보이는 인상과 말투에도 불구하고 알렉스는 나름대로 사려깊고 책임감 있는 남자였습니다. 남들 같으면 그런 상황에서 크리스 킴과 하루가 멀다하고 말다툼을 벌이고 주변 지인들에게 크리스 킴에 대한 험담과 불평을 해댈 듯도 하지만 알렉스는 말을 아꼈고 나나 미용실 손님들에게 절대 그의 속마음을 내색하지 않았지요. 그는 자녀와 아내에게도 각별했습니다. 비록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지만 아이들 문제로 아내와 전화할 때면 그 말투에 각별한 애정이 묻어 나왔고 전화를 끊고 나면 어딘가 허탈한 듯한 표정을 짓곤 했어요. 그런 그에게도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알렉스가 합류한 후 크리스 킴 미용실은 아연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알렉스에 대한 평판이 좋게 나면서 떠났던 손님들도 돌아오기 시작했고 미용실 매출도 크게 올랐지요. 심지어 알렉스에게 머리를 하겠다는 손님들이 줄이어 대기 중인데 펑펑 놀고 있는 크리스에게는 머리하려는 손님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종종 벌어졌지요. 그만큼 알렉스는 기술도 좋았고 손님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가 복덩어리인 것은 분명했지만 크리스로서는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을 것ㄷ입니다.

 

그러나 알렉스는 그 혜택을 하나도 입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크리스 킴은 또 2층 레노베이션에 돈을 털어 부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크리스 킴이 1층짜리 루꼬를 얻어 뜯어 고칠 2층이 없었다면 지금쯤 미용실 수익을 모아 고급 몰에 미용실을 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크리스 킴은 거의 편집광적으로 2층에 집착했고 급기야 주점을 내기로 하고 또다시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그 즈음 알렉스는 사업방향에 대한 결정권을 전횡적으로 독점하는 크리스 킴과 조금씩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용실을 들러 보면 알렉스가 혼자서 미용실을 지키고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알렉스가 합류한 후 크리스 킴은 네 번씩이나 티푸스에 걸려 매번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미용실에 출근하지 못했으므로 알렉스 혼자 미용실 관리를 도맡아야 했어요. 게다가 반둥 코포의 미용실에 매주 수요일마다 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크리스 킴은 알렉스에게도 거들먹거리기 시작했던 모양이고 나중에 별다른 일이 없어도 사업상 미팅을 한다며 미용실을 종종 비워 알렉스는 미묭실 붙박이가 되어버린 상태였지요.

 

내가 이러려고 여기 온 거 아닌데….”

 

말을 아끼던 그도 가끔은 속마음을 비출 때가 있었습니다.

미용실이 한산하던 어느 날 오후 내가 들렀을 때 알렉스는 혼자 미용실 뒷방에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뒷방은 원래 초창기에는 분식점으로 만들어 대기하던 예약손님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던 곳이었는데 그런 시설을 갖춘 뷰티샵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크리스 킴이 업계 선두주자인 뷰티샵을 따라해 보려는 시도였지요. 그러나 렌뗑 아궁의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미용실 주방의 식모도 주택에서 일하게 했으므로 미용실에서는 더 이상 식사를 제공할 수 없게 되었고 얼마 후 크리스 킴은 1층에도 대대적인 내부수리를 해 식당 공간에도 미용의자와 거울들을 설치했어요. 그러나 손님들이 그 방까지 차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므로 사실상 알렉스와 크리스의 휴식공간처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알렉스 쉬는 날이 우리 반둥가는 날이랑 겹치면 같이 반둥 가서 바람이라도 쐬면서 거기 미용실들 좀 구경해 볼래요?”

그러고는 싶지만 계원이가 또 티푸스 걸려서 뻗어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미용실을 비워요?”

한국에서도 미용실 지키는 거 지겨워서 오셨다더니 미용실 지키는 게 운명인 모양입니다.”

허허, 그러게요.

 

그렇게 웃던 그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허탈해 보였죠.

 

그런데 미용실 내놨다는 게 정말이에요?”

 

그런 얘기가 들려왔으므로 물었는데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얼마 전 크리스 킴은 2009 11월이면 끝나는 임대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9월말이나 10월 쯤에 1억 루피아쯤 빌려 달라고 내게 부탁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8 10월 큰 아들을 호주에 보내고 2009 7월엔 막내딸을 싱가폴로 보내 대학공부를 시키고 있는 나로서는 누구에게 돈을 빌려줄 입장이 되지 못했지요. 그래서 크리스 킴이 미용실을 내놓았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결국 임대료를 마련할 방도가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알렉스 온지도 얼마 안되었는데 미용실 닫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글쎄…, 반둥이나 발리로 옮겨 가려고요. 크리스가 알아 보고 있데요.”

…, 그게…”

 

크리스는 언젠가 발리에서 온 한국 아줌마 머리를 해주면서 어떻게 연결되어 한 달에 한번 꼴로 3 4일 정도의 일정으로 발리에 날아가 그 아줌마가 다니는 한인교회 교민들 머리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건 달랑 두 번으로 끝나고 말았는데 겨우 그 정도의 인연으로 이미 터를 닦아 놓은 자카르타를 버리고 발리로 간다는 건 너무 경솔한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반둥 역시 당시 우린 매주 두 번 씩 반둥에 가 천여 군데 미용실을 돌며 영업을 하면서도 아직 반둥 미용업계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코포 미용실에 일주일에 한번 가서 하루 종일 머리하고 밤늦게 돌아오곤 하던 크리스가 반둥에 대해 뭘 알고 그곳으로 옮겨 가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어요.

 

알렉스…, 내가 좀 도와줄 일이 있을까요? 알렉스 개인적으로라도…?”

글쎼요…”

 

그는 한숨을 푹 쉴 뿐이었으므로 여전히 그가 말을 아낀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심경이 매우 복잡해져 있음을 알 수 있었지요.

 

크리스는 미용실을 7만불에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단골들을 함께 넘긴다는 조건이었으니 단골들은 그가 사고 팔 수 있는 품목이 아니었지요. 그리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거래 가능한 가격이 아니었어요. 그 정도 비용이면 루꼬에 미용실을 새로 내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는 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아마도 그때 알렉스가 한국에서 가져 온 돈도 모두 떨어진 모양이었고 크리스는 이번에 미용실을 정리하면서 자기 아내와 알렉스가 투자한 돈 모두를 단번에 회수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고 이미 건물임대계약이 만료되어 가는 미용실, 그것도 달랑 1층만 미용실이고 2층은 식당 비슷한 모습으로 아직도 공사중이었고 3층은 숙소로 되어 있는 루꼬를 7만불씩이나 권리금을 얹어 인수하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즈음 그들은 렌뗑 아궁의 주택에서 다시 미용실 3층으로 숙소를 옮긴 상태였어요. 렌뗑 아궁으로 간지 1년도 안되어 다시 미용실로 돌아왔다는 것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보통 주택임대는 최소 1년인데 그들은 불과 7개월 정도만 렌뗑 아궁에 살았었거든요. 크리스는 아마도 렌뗑 아궁으로 입주하던 당시 정식 임대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먼저 살던 사람의 잔여기간만 재임대를 했던 모양이었어요.

 

아이들이 걱정이네요.”

…, 그렇죠.”

 

알렉스는 또 한숨을 쉬었습니다. 알렉스의 두 자녀도 자카르타에 날아와 렌뗑 아궁 집에 합류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들도 이번에 루꼬 3층으로 함께 옮겨 왔던 것입니다. 그들은 이제 2층의 주점이 완성되면 그 주점을 지나 등하교 해야 할 것이고 밤마다 왁자지껄한 취객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부모는 절대 없겠지만 알렉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참 딱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크리스의 말에 넘어가지 않고 아직도 한국에서 자기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그의 아이들 양육과 교육문제가 자카르타에서 완전히 뒤틀어지고 있었습니다. 

 

 

알렉스가 뭔가 부탁해 왔다면 내 능력 한도 내에서 분명히 들어 주었을 텐데 그는 아무런 부탁도 해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내게 어떤 개인적인 부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키는 일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러다가 유니전자의 피닉스 이온펌 기계로 나와 크리스가 충돌하면서 알렉스는 다시는 내게 부탁해 올 수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크리스와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알렉스와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지만 알렉스 입장에서는 크리스와 동업하는 상황에서 나와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크리스를 배반하는 것처럼 생각했을 지 모릅니다. 충분히 그럴 만큼 그는 의리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찌까랑의 켈리가 크리스 킴에게 면접보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켈리는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로 자기 미용실을 유니온 루꼬에 내고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여러 모로 어려운 일에 시달리다가 결국 월급받고 일하는 게 속편하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어요. 그러나 문제는 하필 그녀가 가려는 곳이 크리스 킴 미용실이라는 점이었죠. 나는 켈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켈리. 오늘 크리스한테 간다고 했죠? 가서 나랑 친한 것처럼 얘기하지 마세요. 역효과 날 거야.”

왜요?”

. 좀 문제가 있어서 최근에 좀 크게 싸웠거든. 괜히 내 얘기 꺼내면 그 친구 반응이 별로 안좋을 거에요.”

 

예전에 내가 주선해서 크리스, 알렉스, 켈리를 함께 모아 찌까랑의 이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니 내가 켈리와 알고 지내는 것을 크리스도 모를 리 없지만 만약 켈리가 크리스 킴 미용실에 취직하려 한다면 이미 사이가 틀어진 내 이름이 켈리와 크리스의 대화 중 오르내리지 않는 게 켈리에게 득이 되는 거였죠. 그러나 켈리가 거기 간다는 것이 영 석연치 않았어요.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따져보고 결정하세요.”

 

크리스 미용실 임대계약이 다 끝나가는 데 거기서 일하려면 먼저 그것부터 확인해 봐요…, 월급받고 일하는 건 좋은데 만약 인수하라고 하면 절대 받지 마세요사실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면접보러 가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닌 듯 했습니다. 게다가 궁 식당에서 처음 소개할 때에는 크리스 킴이 건실한 미용실 주인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불과 몇 개월 후 그가 사실은 문제 많은 인간이라고 얘기하자니 내 입이 부끄럽기도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크리스가 무슨 말로 꼬셨는지 켈리는 완전히 넘어간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인터넷 카페에 자기가 크리스 킴 미용실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공지를 실었거든요. 사실 어린 아가씨 한 명 속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요. 한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켈리가 찌까랑의 자기 미용실을 닫지는 않고 직원들에게 일단 맡긴 상태에서 주중엔 크리스 킴 일을 보고 주말엔 자기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기로 했다는 점이었어요.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녀에게는 최소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그게 중요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열흘쯤 후에 켈리는 찌까랑으로 완전히 복귀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복귀공지만 냈을 뿐 그 뒷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크리스 킴 미용실의 실상을 그 사이 알아버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나중에 켈리에게 들은 얘기지만 크리스는 미용실 인수를 종용하며 권리금 2만불을 제시했다고 하더군요. 크리스 킴은 정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친구입니다. 그것이 2009 9월인가 10월의 일이었습니다.

 

처음 7만불이던 권리금이 2만불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미용실을 인수하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크리스 킴 미용실 2층에서는 마침내 내부공사가 끝나 빨강 탁자라는 이름의 주점이 문을 열지요. 그리고 위자야 한인교회 옆 황실이라는 찜질방 1층에 크리스 킴 미용실의 간판이 내걸립니다. 자카르타에 크리스 킴 미용실이 두 개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자카르타 교민들은 그렇게 확장일로에 있던 크리스 킴이 왜 갑자기 야반도주했는지 의아해 했지요. 그 배경은 여전히 임대료 문제였습니다. 크리스 킴은 복덕방을 통해 미용실을 매각하는 시도는 애당초 포기했지만 켈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소리소문 없이 개인적으로 인수가능한 사람들을 접촉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몽인시디 거리의 기존 미용실을 권리금 받고 팔아 넘기려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루코의 임대계약 연장을 할 수 없었던 그로서는 다른 곳을 새로 임대해 이사하는 것을 꿈도 꿀 수 없었어요. 그때 나타난 것이 황실이었습니다.

 

미용실 기자재와 인테리어를 크리스가 책임지고 입주하고 월 매출액의 수익분배를 하는 것이 황실의 조건이었습니다. 임대료를 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크리스 킴은 손쉽게 황실에 미용실을 열었던 것이고 그것이 교민들 눈에는 크리스 킴이 2호점을 개설한 것처럼 보였지요.

 

그런 다음 황실의 미용실은 알렉스가 운영하고 기존 몽인시디의 미용실은 크리스가 담당하면서 매각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켈리가 한번 그 함정에 빠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났던 것입니다. 크리스 킴은 어느날 갑자기 몽인시디의 미용실 간판을 초대형 간판으로 바꾸며 거기에 ‘The onE Salon by Kris Kim’ 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습니다. 교민들은 또 의아해 하기 시작했고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드디어 미용실이 누군가에게 팔려 The one Salon 이라는 미용실이 들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크리스 킴의 작전이었지요. 미용실은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았지만 그는 매각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적지 않은 돈을 드는 그 초대형 간판을 달았던 것입니다.

 

미용실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크리스는 2층에 빨강탁자 주점을 내면서 이렇게 생각했지요. 주점까지 내면 미용실 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음식점 하려는 사람들까지 인수하려는 사람들의 폭이 넓어질테니 쉽게 팔 수 있을 거라고요.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그 반대였습니다. 미용실 하려는 사람에게는 2층 주점이 부담이 되었고 주점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1층 미용실이 걸림돌이 되었던 것입니다. 크리스는 2층에 돈을 쳐들여 더욱 더 매각하기 어려운기 힘든 형태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죠..

 

그 시점에서 크리스 킴은 이미 야반도주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와 결혼해 그의 첫 현지 미용실을 차려 주었다는 죄밖에 없던 크리스의 아내도 이번엔 적극적으로 크리스의 계획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보입니다. 그러나 알렉스만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크리스의 야반도주 계획을 알지 못했고 결국 가장 큰 피해자가 되면서 공범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되지요.

 

 

 

내가 황실의 크리스 킴 미용실을 찾은 것은 2009년 성탄절을 며칠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반둥에서 돌아오던 길에 잠시 들렀던 찌까랑의 켈리 미용실에서 크리스 킴이 야반도주했다는 사실을 들은 며칠 후의 일이었습니다. 황실 전면에 붙어 있던 크리스 킴 미용실의 돋음글씨 간판은 이미 없어진 상태였고 미용실 안에는 직원 두 명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크리스 킴이 도주한 상황에서 우리가 협찬했던 직펌기 기계를 회수할 수 있는지 황실 주인과 협의하기 위함이었지만 마침 주인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기계는 받침대만 있을 뿐 직펌기 자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크리스 킴이 도주하기 하루 전인가 밤늦게 와서 떼어 갔다는 것이었어요.

 

그곳 직원들에게 크리스 킴이 어떻게 도망갔는지를 얘기 듣고서 나는 혀를 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직원들은 모두 월급도 받지 못했고 나는 마치 내가 큰 잘못을 하기라도 한 듯 생각이 들어 지갑에서 그들에게 20만 루피아씩 꺼내 주었습니다. 현지 직원들의 몇 푼 되지도 않는 월급을 떼어먹는 것은 정말 파렴치한 범죄입니다. 그리고 열흘쯤 후에 황실 여주인을 만나 상황을 얘기들었고 그 사이에 몇몇 관련된 사람들에게 크리스 킴이 자카르타에서 보낸 마지막 한달여의 상황을 들으면서 그 경과를 대충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황실의 크리스 킴 미용실은 10월초에 문을 열었어요. 알렉스가 그곳을 맡았는데 출발은 호조를 보였습니다. 알렉스에게 머리를 하고 싶었지만 크리스가 미용실에 버티고 있어 껄끄러웠던 고객들은 알렉스 혼자 책임지고 있는 황실에 몰려 들었으므로 처음부터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지요. 순진하고 책임감 넘치는 알렉스는 그렇게 매일매일 번 돈을 크리스에게 모두 입금시켰고 그 돈은 나중에 황실과 수익분배 정산을 할 재원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알렉스는 두 자녀와 함께 몽인시디 루꼬 3층에서 크리스 킴 부부와 함께 기거하고 있었죠.

 

한편 몽인시디 거리의 크리스 킴 본점은 더욱 더 파리를 날리기 시작했어요. 찌까랑의 켈리가 와서 일주일 정도 맡고 있는 동안 본점을 찾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죠. 켈리는 예전 퀸덤(Queendom)미용실에도 잠시 있었고 자카르타에서 거의 유일한 나름대로 실력을 갖춘 젊은 한국여성 미용사였지만 그런 상황에서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그것이 불과 열흘만에 찌까랑으로 복귀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때 크리스는 황실로 옮겨가 미용실 부분을 담당하는 조건으로 황실로부터 2억 루피아( 22천불)을 빌린 상태였어요. 그것으로 크리스 킴은 빨강탁자 주점을 내려고 쳐들인 인테리어 비용을 비롯해 몽인시디 건물에 관련된 전기세 등 연체비용들을 정산하고 황실 새 미용실의 벽지 등 인테리어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원안이었지요. 그런데 크리스는 그때가 야반도주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듯 합니다.

 

루꼬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11월 한달동안 조용히 도주할 준비를 합니다. 그 중 하나는 모든 결재를 12월로 미루는 것이었죠. 그리고 주변에는 곧 대형 몰에 3호점을 입점시킬 예정이며 반둥에도 지점을 내러 간다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하지요. 그의 행보는 마치 2년 전 니코 호텔(사실은 호텔에 연결된 누산따라 건물(Wisma Nusantara) 2)에 입점했던 한스 미용실의 미스터 한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반둥으로 사라지기 직전 미스터 한도 대형몰에 입점한다는 소문을 냈습니다.

 

그리고는 미용실 기자재를 하나 둘 팔아먹기 시작했지요. 알렉스는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형몰은 좀 어려운 얘기이지만 크리스가 반둥에 지점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크리스가 야반도주하려 한다는 진짜 의도를 알렉스가 감지한 것이 12월초의 일이지요. 크리스 킴이 아직 할부가 한참이나 남은 토요타 러시(Rush) 밴을 몰래 팔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가져온 돈으로 산 러시 밴이 사라지고 끼장 렌터카가 나타나자 이상하게 여긴 알렉스가 따져 물으면서 크리스의 속내가 백일하에 드러났던 것입니다.

 

크리스는 명백히 알렉스마저도 버리고 달아날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알렉스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했고 사기꾼이 되지 않으려면 뒷일을 감당해야만 했겠죠. 알렉스의 성격상 두 사람은 그날 밤 대판 싸웠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미 상황은 알렉스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크리스 킴은 황실로부터 빌린 2억 루피아 외에도 빨강탁자 주점의 인테리어 비용이나 몽인시디 건물의 전기세 등을 하나도 결재하지 않았고 황실 미용실의 벽지 등 인테리어 비용도 아직 한푼 결재하지 않은 상태였어요. 게다가 지불해야 할 직원들 월급도 있었고 황실 미용실도 이미 1개월 반이 되어가고 있었으므로 황실과도 수입분배를 해주어야만 했는데 크리스는 이미 돈을 모두 빼돌린 상태였지요.

 

알렉스는 황실에서 미용실을 맡으면서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으므로 크리스가 반둥에 가더라도 자신은 자카르타에 남을 생각이었고 그런 의지를 직원들에게도 여러 번 얘기했다고 하지만 이제 크리스가 도망가는 와중에 자신이 황실에 남으면 이미 눈에 보이는 3억 루피아 정도의 분명한 채무와 크리스가 얘기하지 않았을 아직 수면에 떠오르지 않은 각종 빚과 외상들을 떠맡아야 할 입장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돈을 크리스 킴이 모두 소진시켜 놓은 와중에 알렉스로서는 크리스가 도망간 후의 뒷일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죠.

 

알렉스가 크리스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함께 야반도주한 것은 어찌 보면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쯤 되면 크리스 킴은 이미 충분히 사고를 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기만전술을 펼칩니다. 직원들의 월급지급이 이미 늦은 상태에서 직원들에게는 9일은 쉬고 10일날 월급을 줄 테니 모두 미용실에 출근하도록 지시하지요. 그리고 8일 밤에 황실 미용실에 와서 거기 남아 있던 모든 기자재들을 싹쓸이해 차에 실어 버립니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던 12월말에 미용실에는 달랑 헤어드라이어 두 개만 남아 있었어요. 내가 협찬했던 피닉스 이온펌도 그날 밤 크리스가 기계 대가리와 롯드들을 떼어 갔던 것이고요.

 

12 9일 그는 기계를 처분하러 한국 미용실들을 전전했는데 그 중 크리스 킴 미용실 앞 퀸덤 미용실에 크리스가 짐을 들고 들어가는 본 사람이 있어 퀸덤 미용실이 기계들을 인수한 것으로 잘못 소문이 났지만 사실은 그냥 주고 나오지 않는 한 그런 중고기계들을 하루 아침에 팔아 치우기는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대부분의 기자재들은 크리스 킴의 지인들 중 누군지 알만한 한 명의 집에 아직도 쌓여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크리스로서는 사실 그것을 팔지 못했어도 손해날 일은 없었지요. 돈을 싸들고 도망가는 사람 입장에서 월급이나 인테리어 비용 등 줘야 할 돈을 주지 않은 것은 하나도 이익이라고 여겨지지 않겠지만 그는 최소한 황실로부터 현금 2억 루피아를 챙겨 놓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그날 밤 크리스는 부인과 손잡고 비행기를 탔고 알렉스 역시 그땐 이미 원수지간이 되어 있었을 것이 분명한 크리스 부부와 함께 한국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때 사기꾼의 동업자 신세로 전락한 알렉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크리스는 미안하다고 알렉스에게 사과라도 했을까요? 아니면 황실에서 빼돌린 2억 루피아를 일부라도 나누어 주었을까요?

 

그렇게 인도네시아를 떠나면서까지도 크리스는 직원들에게 반둥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10일날 자카르타에 돌아와 월급을 줄 것이라 믿게 하려던 것이었죠. 그러나 그것이 금방 들통난 이유는 렌터카 운전사가 미용실 매니저 야티에게 크리스 킴 일행을 공항 국제선 청사에 내려 주었다고 보고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그 날 밤 서로 연통을 돌리며 난리가 났고 다음 날 아침 몽인시디 건물이 텅텅 비어 있다는 것과 알렉스와 두 자녀 역시 사라져 버렸음을 알게 되었죠.

 

이것이 크리스 킴 야반도주의 전말입니다.

 

 

그렇게 다른 나라로 도망가 버리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단 크리스 킴뿐이 아니겠지요. 한국에서 대형 금융사고를 내고 인도네시아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맞는 얘기인지도 모르죠. 최소한 당장은 편안할 지도 모릅니다. 당한 사람들의 처참한 마음과는 별도로요.

 

사실 알렉스에게는 너무 안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알렉스 정도의 미용사라면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버텼다면 좋은 미용실을 꾸며 나갈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크리스 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난 아직도 왜 그가 야반도주를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제가 된 금액은 불과 3만불, 수면에 떠오르지 않은 외상들까지 합쳐도 4만불이 넘지 않는 금액이었는데 말입니다. 미용실을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조만간 해결하지 못할 금액도 아니었는데 그는 그 돈을 빼돌리려 자기 양심을 팔고 사람들을 거짓으로 대했던 것입니다. 사악한 인간이라는 말을 들을 자격조차 없는…., 그저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물론 이제 한국에서 다른 미용실에 취직하려 하면서 인도네시아 경력을 내세우고 아마도 황실 미용실에 자기가 미용실을 차려 주었다는 등 거짓말을 해대고 있을 그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그려집니다.

 

그는 예전 미라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인터넷에 이런 글을 남겼었죠.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참으려 했었구 순리대로 일이 해결되길 바랬습니다. (중략)

 

인도네시아에서 살아가야 하는 저는 이렇게까지 일이 이슈화 되고 커지게 되면 사업에 큰 데미지를 받을 걸 각오하면서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진실하게 살기 위함입니다 (중략)

 

어서 떳떳하게 나타나 깨끗이 조사받고 본인이 안했으면 숨을 이유가 없어요.  서로 문제에 자유로워질 있는 거는 당신이 뒤에서 이러는 보다는 앞으로 나와 나와 함께 조사받고 깨끗해지면 되는 겁니다 (중략)  내가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런 글을 올렸던 그의 입이, 그의 손이 지금은 얼마나 부끄러울까요….

  

씁...내가 뭘 어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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