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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가기

크리스킴의 몰락

크리스킴의 몰락 (4)

beautician 2010. 1. 16. 05:19

 

 

크리스 킴 역시 미용실 초창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떤 업종이든 사무실이나 공장을 내면 꼭 불청객들이 찾아 오는데 경찰, 이민국, 노동부, 소방서, 비밀경찰들이 그들입니다. 때로는 동네 양아치들까지 찾아와 돈을 뜯으려 하지요. 외국인 투자업종이 아님에도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것이 분명한 한국식당, 한국 가라오케 등은 서류가 미비하거나 허가서류와 실제가 어쩔 수 없이 틀리지 않을 수 없으므로 더더욱 그들의 타겟이 되는데 미용실도 그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더욱이 업소가 대로변에 나와 있는 경우에는 그들 불청객의 방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에 합법적인 미용사 비자가 있다는 것을 아는 미용사들은 별로 없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의 비자, 허가를 담당하는 브로커들도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이지요. 그래서 크리스 킴도 처음엔 무역회사이름을 빌려 마케팅 매니저 직책으로 비자를 낸 상태에서 손님 머리를 하고 있었으니 언젠가 한번 된통 걸릴 것은 이미 예약이 되어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지요. 그래서 이민국과 노동부에 몇 번 불려가 뒷돈을 주고 무마시키고 했어요. 그러다가 돈을 뜯으러 온 경찰관을 알게 되고 그에게 정기적으로 보호비 성격의 돈을 주면서 미용실의 보호를 부탁하게 됩니다. 그 경찰관이 그가 미라와 문제가 생겼을 때 끌라빠가딩까지 동행했던 사람이었고 직원들이나 주변사람들과 분쟁을 겪을 때마다 크리스 킴의 머리 속에 제일 먼저 떠올랐던 해결사였어요. 크리스 킴은그 경찰관을 현지에서 얻은 첫 인맥이라고 생각했겠지요.

 

당시엔 그가 2년 후 야반도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창기에는 포스터용 수백만 루피아짜리 슬림 라이트 패널들도 공짜로 달아주고 우리가 손봐줄 수 있는 미용기기들도 손봐 주면서 때로는 미용실 손님이 가져온 가정용 헤어 드리이어를 고쳐 주기도 하는 등 이런 저런 도움을 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일환으로 당시 대대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스나얀 플라자 옆 스나얀 트레이딩 센터(Senayan Trading Cender = STC)네일 갤러리라는 네일 샵을 낸 박사장도 소개시켜 주고 살론프로의 인터뷰도 성사시켜 2008 2월 발행분에 미용실 기사를 실어주기도 했지요. 그런 노력은 2008년 하반기에도 계속되어 당시 구미 유니전자에서 생산하는 피닉스(Phenix) 브랜드의 직펌기 트랜디 이온펌이라는 기계도 한 대 협찬하여 넣어 주기에 이릅니다.

 

당시 우리는 미용가위, 바리깡, 아이언기, 헤어드라이어 같은 경량 미용기기를 수입판매하는 중이었고 커다란 받침대까지 딸려 있는 덩치 큰 직펌기는 취급하기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명색이 미용기기 수입판매업체로서 최소한 구색을 갖추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시범적으로 두 대 들여 왔던 것을 우리 창고에 썩히고만 있는 건 매우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그 제품을 팔려면 때로는 시연을 해야 할 필요도 있었으므로 일단은 크리스 킴에 제품 한 대를 넣어 주고 구매선이 나서면 크리스 킴 미용실에 데려가 설치방법, 사용법 등을 보여주기로 했지요. 그래서 앞에서도 언급했던 싱가폴의 슌지 마쯔오 미용실과 제휴했던 현지 업체 가야 스파(Gaya Spa)의 미용실 부문 직원들을 실제로 크리스 킴 미용실에 데려와 시연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배사장님께 몇 퍼센트 드리면 되겠어요?”

? 왜요?”

 

그 기계를 넣어 준지 한 달쯤 후에 크리스 킴은 그렇게 귓속말을 속삭여 왔기 때문에 난 좀 당황했어요.

 

저 기계 말이에요. 요즘은 디지털 펌보다 저 직펌기를 더 많이 써요. 머리도 잘 나오고요. 시술한 머리가 번쩍번쩍 윤이 날 정도에요. 요즘 우리 돈줄이에요. 한 명 머리 하는데 최소 50만 루피아는 받는데 공짜로 넣어 주셨으니 최소한 수익분배라도 해 드려야죠.”

 

이 친구가 기특한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난 잠시 생각했어요.

사실 저 피닉스 기계 때문에 우린 좀 많은 골치를 앓아야 했습니다. 들여오던 당시에도 무거운 받침대까지 들여오면서 제품구매대금 정도의 운송비를 치러야 했었죠. 게다가 유니전자의 제품을 중계하던 역시 구미 소재 제닉스 무역은 교신에서 제품수출까지 계속 뭔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막판 조율을 마치고 정작 제품을 띄웠을 때에는 그 전까지 내가 몇 차례나 강조했던 부분, 즉 인도네시아의 정격전류는 50Hz 이니 만약 제품이 일반 수출용 전자제품들처럼 50Hz-60Hz 겸용으로 되어 있지 않고 한국 국내용으로 60Hz에 맞추어져 있다면 만드시 50Hz용으로 고쳐 보내달라는 부분을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자카르타에 도착한 직펌기는 120도까지인가 오르는데 원래 5분이 걸려야 하는데 50분이 지나도 적정 온도까지 오르지 않았고 일단 오른 온도가 지속이 안되어 계속 오르내렸습니다. 결국 2주일 정도 이메일로 전쟁을 치른 끝에 제품을 교환받을 수 있었어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소재한 한 한국회사도 계속 딴지를 걸었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유니전자의 동남아 총판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자기들을 통해 피닉스 제품을 사야 한다고 거품을 물면서 유니전자에서 받은 가격의 3배 정도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 가격에 들여온다면 난 도대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얼마를 받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걸까요? 달랑 두 대를 시범적으로 들여오는 것이었는데 그 총판 관련 조율을 하는데 거의 한달 정도를 까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해당 퍼머약재였어요. 인도네시아에도 한국처럼 부지기수로 많지는 않지만 헤어용 약재 등 미용재료 제조회사들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약재로 대체해 사용가능한 디지털 펌 기계와 달리 이온 직펌기는 최대의 펌 효과를 내기 위해 단백질 베이스의 퍼머약을 써야 했는데 그런 약재는 현지에서 구할 수 없었어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지요. 그러나 당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한 상태였고 그 첫번째 타겟 중 하나가 세관이었습니다. 세관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면서 예전 같으면 1~2주면 뒤집어 쓰던 수입통관기간이 한도 없이 늘어져 버렸고 세관검사도 빡세지기 시작했지요. 이제 부패가 없어지기는커녕 예전보다 더 많은 뒷돈을 줘야만 물건을 뺄 수 있게 되었고 그럴 능력이 없다면 물건이 언제 통관되어 나올지 그 시간을 예측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통관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어요.

 

더욱이 미용 약재는 보사부 허가품목이었어요. 해당 허가를 받으려면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거기에 해당 제품을 수입하기 위한 회사 자체의 수입허가도 복잡해져 몇 가지 허가를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피닉스 이온펌 기계를 들여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관련 약재를 들여오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나 거의 1년 정도의 시간과 많은 비용을 해당 허가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EMS 편으로 제닉스 무역이 보내온 해당 약제 쌤플 150ml 짜리 작은 병 1 7병과 2 7병은 기계가 도착한지 두 달 후에야 우체국 세관에서 통지가 왔는데 우리가 죽었다 깨도 단기간 내에 받을 수 없는 수많은 허가서들을 제출하라는 명령서가 함께 도착했어요. 그 명령서와 함께 도착한 수입관세 청구서는 그 약재를 한국에서 구매하는 가격의 100배가 넘었습니다. 분통이 터져 우체국에 전화를 걸어 너희들 쌤플 온 것 가지고 한 몫 잡으려 하느냐? 우린 물건 포기할 테니 너희들이 다 먹어 버리라고 난리를 죽이자 며칠 후 한화 2만원 정도로 조정된 청구서와 함께 제품들이 배달되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터무니없이 높은 세금이었고 이래선 기계는 공급하더라도 약제는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프린터 팔아 먹고 나서 마르고 닳도록 잉크를 팔아 노나는 프린터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퍼머기계를 공급하는 회사는 고객 미용실에 해당 약제를 마르고 닳도록 팔아먹는 것이 업계의 기본적인 수익모델입니다. 그런데 우린 그걸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피닉스 제품 2대를 들여온 이후 우리가 저 직펌기 판매에 총력을 다하면 모를까 한 달에 한 두 대 파는 정도에 그칠 거라면 아예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크리스 킴 미용실은 마침 자체적으로 수입해 온 단백질 베이스의 퍼머약이 1년 사용할 정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 기계를 원활히 사용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가 30% 정도 수익을 나누어 준다면 일주일에 수백만 루피아 정도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한다면 본의 아니게 크리스 킴의 이온펌을 사용한 매출액에 신경을 쓰게 될 것이 뻔했습니다. 결국 제품 위탁판매하듯 매월 말 매출장부를 감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과연 크리스 킴이 그 부분까지 감안해서 얘기하는 것인가 의아했습니다.

 

더욱이 그 당시 시점은 김프로가 2년 전 내게 맡겼던 1만불을 막 정산해 주고 반년쯤 지난 때였습니다. 2년간 12천만 루피아, 한화로는 대충 1,200~1,400만원 정도의 수익분배를 해주고 원금인 1만불까지도 돌려 주었는데 김프로는 내가 수익분배를 적게 해주려고 매출내역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죠. 이번엔 내가 김프로 입장이 되어 크리스 킴이 수익분배를 적게 해주려고 이온펌 매출내역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게다가 도와 준다는 입장에 있던 사람이 이제 기계 빌려주었으니 돈 받겠다고 나서는 모습도 꼴사나운 일이라 생각되었어요. 난 여전히 독하지 못했습니다.

 

수익분배는 하지 않아도 돼요. 저 기계로 크리스 킴이 돈을 번다면 그걸로 충분히 기쁩니다. 그냥 내가 협찬한 걸로 해 두고 나중에 또 필요하면 시연 잘해주시고 혹시라도 내가 도로 가져가야 할 일이 생기면 그때 양해해 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어차피 우리 창고에서 썩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아무튼 우리 사이에 돈 문제는 만들지 맙시다.”

 

그것이 내 진심이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의 크리스 킴 스스로도 1년 여 후 자신이 야반도주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예상도 하지 못하던 시절이었고 일말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미라 사건이 터집니다. 이듬해 초에는 알렉스가 날아 와 합류하지요. 그때에 이르러 크리스 킴은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초심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가 다가온 것입니다. 빠르면 6개월, 늦어도 2~3년이면 찾아오는 이 몹쓸 자신감은 때때로 스스로를 최악의 궁지에 몰아 넣기도 하고 어이없는 실패에 맞닥뜨리게 하기도 합니다. 크리스 킴에게도 그 시기가 찾아 온 것입니다.

 

그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안 것은 기계를 수리하면서였어요.

우린 2008년 상반기부터 블록 A(Blok A) 지역에 워크샵을 설치해 미용실 전기제품 수리와 미용가위 수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지 기술수준은 한국과 천지차여서 한국 전파상에서 얼마든지 고치는 제품들을 여기선 토시바 대리점에 가져가도 못고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모든 교민들이 공감하는 단적인 예로서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의 정비소라면 일부 일반적인 소모품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품을 어떻게든 수리해 주지만 인도네시아의 정비소에서는 무조건 새 것으로 교체하라고 하지요. 그건 기술력의 차이 때문입니다. 새것으로 갈아 끼우면 고치지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우리 워크샵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제품들이 당연히 있었습니다. 원래 미용가위 수리전문이었으므로 아이언기나 헤어드라이어의 단선, 접촉불량 같은 간단한 고장 외에는 수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어요. 그런데 그 당시 크리스 킴은 냉장고를 고치러 온 인근 산타시장의 전파상에 고장난 디지털 펌 기계도 고쳤다는 사실을 자랑했지요. 그 정도라면 꽤 기술이 있는 가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워크샵에서 고치지 못하는 제품을 산타 전파상에 의뢰하기로 했고 크리스 킴 지척이라고 했으므로 우리가 크리스 킴에 수리할 제품을 가져다 놓으면 전파상이 미용실에서 픽업하는 것으로 방식을 정했어요. 대금도 그런 식으로 결재하기로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매번 수리비용이 예상보다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워크샵은 물론 일반적으로 간단한 미용기기 수리비는 2~3만 루피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산타 전파상의 영수증에 적힌 금액은 개당 12만 루피아였으므로 일반 비용의 4~6배 정도를 지불해야 했어요. 앞으로 그 전파상을 계속 쓰려면 가격 조정이 선행되어야 했습니다. 크리스킴 미용실에서 그 일을 맡고 있던 매니저 야티(Yati)에게 전파상 위치를 묻자 야티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크리스 킴은 내가 전파상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꾸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곤 했어요. 지척에 있다는 전파상 위치를 묻는 것뿐인데 미용실을 방문할 때마다 세 번 네 번을 물어도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파상 위치는 굳이 크리스 킴에게 묻지 않아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어요. 전파상 영수증에 주소와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도에서 미리 찾아 보고 근처에 가서 물어보고 정 안되면 전화 한 통화 하면 조금 번거롭긴 해도 찾아갈 수 있는 일이었지요. 우리 직원들이 새 미용실을 찾아 갈 때에도 그런 식이었어요. 단지 크리스 킴에서 정확히 설명해 주면 길에서 헤매는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었을 테죠.

 

산타 전파상을 다녀온 이메이는 저녁 늦게 사무실에 돌아와 보고하면서 조심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수리가격은 사실 2만 루피아였데요. 그런데 크리스 킴 미용실에서 영수증에 12만 루피아로 적어 달라고 했다고….”

 

난 실소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크리스 킴이 나에게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간 많은 물건들을 공짜로 넣어주고 직펌기도 그렇게 빌려준 상태였는데…, 미용실 손님이 고쳐달라던 헤어드라이어도 공짜로 고쳐 주었고 이런 저런 도움요청에 군소리 없이 응하면서 아무런 대가도 요청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 공짜로 머리 깎아주겠다는 것도 고지식할 정도로 꼬박꼬박 돈을 냈는데 말입니다. 크리스 킴은 산타 전파상 사용료를 나에게 톡톡히 받아 냈던 거에요.

 

크리스 킴 미용실에는 아무 소리도 하지 마.”

그런데…, 아까 야티랑 전화해서 싸웠어요. 어떻게 우리한테 그럴 수 있냐고…, 야티가 무척 미안해 하긴 했는데…”

 

좀 얄밉긴 하지만 어차피 도와주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지갑에서 푼돈 몇 푼을 더 꺼내 크리스 킴에게 주었다고 생각하면 속상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산타 전파상과 안면을 텄으니 이제부터 크리스 킴을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하면 되는 일이었죠. 그런데 며칠 후 크리스 킴 미용실에 갔을 때 좀 황당한 상황을 맞아야 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미용실 앞에 차를 대고 들어서는데 현관과 홀 사이 칸막이는 몇 번씩 헐었다 세웠다 반복한 끝에 다시 간이 칸막이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앞에서 들어서는 나를 발견한 야티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미스터르. 그 영수증 고쳐 쓴 건 내가 시킨 거 아니에요. 맹세해요.”

 

야티는 자기가 중간에서 장난친 것으로 내가 의심할까봐 노심초사했던 모양입니다. 미용실 안으로 들어서기 전에 이 아가씨를 달래줄 필요가 있었어요. 사실 야티를 털끝만큼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야티의 월급이 얼마인지는 물어본 적도 없지만 크리스 킴 미용실이 처음 문을 열던 날부터 출산으로 쉬었던 1개월을 빼고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변덕스럽고 괴팍한 크리스 킴을 미용실 일과 집안 일 양쪽 모두 줄곧 보좌해 온 그녀를 나는 오히려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이었죠.

 

야티를 토닥거리며 한 2분쯤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갑자기 홀 안에서 크리스 킴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디암!! 장안 브리식 디 살론!!” (Diam!! Jangan Brisik di salon = 닥쳐!! 미용실에서 떠들지 마!!)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일이 터졌나 칸막이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크리스 킴이 손님 머리를 자르다가 소리를 지른 것인데 그 방향은 현관 쪽이었어요. 그는 나와 야티에게 소리를 질렀던 것입니다. 내 모습을 보고 그는 짐짓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를 해왔지만 사나운 눈초리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미용실 안에는 손님들이 꽉 차 있었는데 그의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모두들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고 나도 황당하기 그지 없었어요.

 

아까 현관을 막 들어설 때 또 다른 직원이 홀에 들어가 내가 왔다고 알리는 것을 들었거든요. 크리스 킴은 칸막이 건너편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소리를 질렀던 것입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크리스에게는 바쁜 것 같으니 다음에 오겠다고 말하고 현관을 나서면서 따라 나온 야티에게 그렇게 물었어요. 야티는 더욱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 영수증 얘기…, 그 날 원장님한테도 말씀드렸어요. 모른다고 잡아 떼지 않았다고 엄청나게 혼났어요. 영수증 고친 거 미스터르가 알면 안되는 거였다고….”

 

또 실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좀 괘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사람이 너무 파렴치한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그걸 무마하려 하는 행동은 몇몇 가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말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깨 밑으로 파고들면서 미안하다고 애교를 떨며 웃음으로 대충 마무리 짓는 것이죠. 그리도 또 다른 하나는 방금 전 크리스 킴이 한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오히려 상대방의 잘못이나 약점을 파고들어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건 효과적이긴 하지만 무척 돼먹지 못한 행동인데 크리스 킴은 그 돼먹지 못한 방법을 택했던 것입니다.

 

그날 처음으로 내가 이번에도 돼먹지 못한 놈을 돕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 난 그 때의 심정을 내색하지 않고 지내려 애썼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없었지만 현지에 온 미용사들의 권익을 위해 뭔가 노력해 보겠다는 마음은 변함없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용사들의 인간성 됨됨이에 점수를 매겨 평균점 이상인 이들만 신경 써 주겠다는 식으로 생각했던 건 아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당시 막 인도네시아에 새로 온 엘르 헤어의 황원장이 자카르타 남부경찰서 옆에 새로 미용실 내는 것을 거들고 찌까랑에서 고군분투하는 켈리도 들여다 보고 가끔 우먼센스에서 가서 가위도 손봐 주는 등 돈이 전혀 안되는, 그러나 내가 처음부터 정했던 방향대로 계속 전진해 갔습니다.

 

크리스 킴 미용실에도 예전과 다름없이 이따금씩 들러 이런 저런 고충을 들어주었어요. 그러나 관계는 예전과 같을 수 없었습니다. 크리스 킴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알렉스가 한국 미용실 정리한 돈을 들고 합류한 후부터 크리스의 어깨에는 벽돌이 잔뜩 올라갔고 목은 날로 뻣뻣해져 갔지요. 그는 여전히 내게 많은 조언을 구했지만 마음 속에는 처음부터 어떤 결론을 내놓고 있었던 것처럼 결과적으로 내가 하던 조언은 전혀 듣지 않았어요.

 

그 중 하나는 미용실 2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고주파 바디 슬리밍까지 쫓아내 버린 후 그는 2층에 옷가게를 한다, 방석집을 한다, 포장마차를 한다며 조석으로 마음이 바뀌고 있었는데 결국은 주점을 내기로 하고 또 공사를 시작하지요. 시공하기 얼마 전 내게 조언을 구했을 때 난 원래의 초심대로 2층도 미용실로 꾸미거나 최소한 미용실과 연관있는 피부관리실로 돌아갈 것을 권했어요. 전처럼 혼자 일하는 거라면 모르지만 알렉스가 합류해 나름대로 실력 있다는 한국 미용사 두 명이 1, 2층 미용실을 돌리지 못할 이유가 없고 사실은 반드시 돌릴 수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였어요. 그러나 며칠 후 다시 들렀을 때 그는 2층 식당의 메뉴를 뭐로 하면 좋을지를 물어오고 있었습니다. 나도 이제 크리스 킴에게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그는 2009년에 접어 들면서 3월인가 4월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반둥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코포(Kopo) 지역의 한 작은 미용실에서 수익을 6:4로 나누는 조건으로 주 1회 방문하여 머리해 줄 것을 요청해 왔고 손님들을 그 미용실에서 책임지고 모아주겠다는 것이었어요. 외국인 미용사를 수배하고 있던 그 반둥 미용실 주인이 우연히 크리스 킴에서 머리를 한번 손질한 후 그렇게 제의했다고 합니다. 손님만 충분히 있다면 일주일에 한두번 미용실이 공치고 있던 크리스 킴으로서는 절대 손해나는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한 번 반둥을 다녀온 그는 내게 전화로 불쑥 질문을 던져 왔습니다.

 

혹시 죠니 말라토라는 사람, 유명한 사람이에요?”

 

죠니 말라토(Johnny Mallato)는 자바 출신의 걸출한 미용사로 업계에서는 메이크업 쪽의 거장으로 통했습니다. 새로 지은 뽄독인다 II (Mall Pondok Indah II) 3층에 GMCM이라는 간판을 단 자신의 근사한 미용실을 가지고 있는 그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물론 해외를 돌며 미용기술을 익혔고 메이크업은 프랑스 파리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그는 이미 이룩한 자신의 위상에 만족하지 않고 매년 프랑스에 날아가 세미나와 메이크업 경연대회에 참석했고 최신 트랜드를 익혀오는 등 자기계발에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이제 40대 후반에 접어들던 그는 미용계에서 확고한 자기 위상을 굳힌 상태였고 유명 화장품 회사들이 그의 미용실을 스폰서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우연히 그와 친분을 트게 되었고 그 후 비교적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던 중이었습니다. 조금 지나치다 싶도록 여성적인 그는 한편 진보적 정치성향으로 자신이 열렬히 지지하는 정당도 있었고 최근 대선에서는 메가와띠와 손잡은 수비안또를 응원하면서 대선 전날 모든 지인들에게 수비얀또에게 투표하라는 SMS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나도 그의 SMS를 받았죠. 한편, 그는 그 명성에 비해 지극히 겸손하고 친근한 성품을 가진 사람입니다.

 

내 설명을 들은 크리스 킴은 좀 빈정거리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 죠니 말라토도 별거 아니네. 거장이라는 사람이 요즘 좀 어려운 모양이지요? 내가 가는 반둥 미용실에 그 사람도 온데요. 월요일에 죠니 말라토한테 머리 잘랐던 사람이 머리 마음에 안든다고 다시 와서 내가 손봐 줬거든요. 머리 자른 것도 엉망이던데..?”

 

그 코포의 미용실에 죠니 말라토도 일주일에 한 번 와서 머리를 하고 있었다는 거에요. 죠니 말라토는 월요일에 헤어컷 전문, 크리스는 수요일에 헤어펌 전문이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죠니 말라토가 헤어컷을 맡았다는 것이 좀 의아했지만 주로 메이크업은 파티나 결혼식이 많은 주말에 몰린다는 점을 상기하면 자기가 자카르타에서 쉬는 월요일에 반둥에 오는 그가 헤어컷을 맡은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어요. 반둥의 이름도 없는 작은 미용실에 매주 오기로 했다는 사실에 죠니 말라토가 누군가 가까운 지인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그의 성격상 거절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내게 말로는 짐짓 죠니 말라토를 없신 여기듯 했던 크리스 킴은 미용실 손님들이나 주변 한국인 미용사들에게는 자신이 죠니 말라토와 같은 조건으로 반둥 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오히려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그는 나 말고도 다른 경로를 통해 죠니 말라토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보았을 것이고 코포의 미용실 주인이 그와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사실에 내심 자랑스러워 했을 것입니다. 그의 말 속에서 그는 어느 새 인도네시아 미용계에서 죠니 말라토와 동급의 위상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크리스 킴 스스로 그렇게 믿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어요.

 

교만은 멸망의 앞잡이….라는 성경말씀은 정말 진리입니다. 그의 교만은 내게도 불똥을 튀겼습니다.

 

2009 10월 르바란 휴무가 끝난 직후 문제의 직펌기 피닉스 이온펌을 사겠다는 반둥 미용실이 나섰습니다. 퍼머약은 자기들이 알아서 구하겠다는 조건이었어요. 그들은 두 대를 주문했지만 새 것은 우리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한 대뿐이어서 나머지 한대는 중고라도 가격을 깎아 줄 테니 사겠느냐고 묻자 그들은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새로 기계를 들여와야 하겠지만 만만찮은 운송비 때문에 크리스 킴에 빌려주고 있던 기계를 우선 떠올렸던 것이죠. 만약 새 기계를 들여와야 한다면 비용 뿐 아니라 시간도 좀 걸리는 일이어서 바이어가 그 사이 마음을 바꾸어 먹을지도 모른 일이었어요. 물론 현재 사용중인 기계를 빼오는 것은 좀 무리가 있겠지만 일단 물어는 보기로 했습니다.

 

김원장, 미안하지만 그 피닉스 직펌기 이번에 우리가 좀 돌려 받으면 안되겠어요? 반둥에서 사겠다는 업체가 나섰어요.”

…, 그거 곤란한데.  우리도 매일 쓰고 있거든요.”

그래…, 그 상황은 우리도 이해하지만 우리도 사겠다는 사람 나섰을 때 팔지 않으면 언제 팔게 될지 모르거든요. 거기 디지털 펌도 있으니까 손님들 양해를 구해서 디지털 쓰는 걸로 하고 직펌기는 이번 토요일까지 쓴 다음 우리가 빼오면 좋겠는데…”

…, 그런데, 배사장님. 그런 무리한 부탁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그 기계 내 거 아닙니까? 왜 달라는 거에요?”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아니,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그때 가야 스파인가 어딘가에 시연해 주고 시연료 대신에 배사장님이 나한테 준 거 아니요? 줬으면 그만이지 왜 도로 달라 말라 하는 거에요?”

김원장. 그게 무슨 소리요? 그때 내가 협찬한다고 했잖아요? 협찬한다는 거 무슨 뜻인지 몰라요? 소유권은 나한테 있고 당신이 빌려 쓴다는 뜻이에요. 지금 내가 말하는 건 그렇게 협찬으로 빌려줬던 물건을 이제 내가 필요하게 되었으니 돌려 받겠다는 거에요.”

아니, 이 사람이! 당신 내 인건비가 얼만줄 알아? 내가 시연해 줬을 때 당신이 수고비 줬어? 나 정도 특급 미용사가 어떻게 공짜로 시연을 해 줘요? 그러니 시연해 주고 내가 그 기계 받은 거 아니요? 나 그 정도 받을 자격 있어요. 이 사람이 어디서 거저 먹을려고…!”

막말하지 말아요. 김원장. 그럼 그때 당신이 왜 나한테 수익분배 해주겠다고 한 거요? 기억 안나요? 그건 그때…”

 

갑자기 전화가 뚝 끊겼습니다.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이건 마치 시장바닥에서 시정잡배랑 싸우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 그와 따져야 했지만 그런 기분으로는 그와 말을 섞기도 싫었던 게 사실입니다.

 

사실 사용하고 있는 기계를 돌려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전화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어요. 그러나 나로서는 일단 물어는 봐야 하는 일이었고 만일 크리스 킴이 곤란하다고 사정을 하면 새 기계를 들여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크리스 킴은 자기가 기계 임대료를 내거나 아니면 몇 개월 할부로 얼마씩 낼 테니 기계는 빼지 말아 달라고 얘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로서도 더 이상 요구할 수도 없고 이미 받지 않겠다고 얘기했던 대금이나 임대료를 달라고 할 리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미 들어가 있는 기계를 영구임대하거나 아예 줘버리고 잊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크리스 킴은 그게 자기 것이라고 우기며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려 했습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깐 내가 기분 나빠서 전화 끊어 버렸는데…, 생각하니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네. 당신 도대체…”

 

크리스 킴의 다음 얘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난 통신사정이 좋지 않아 전화가 끊겼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는 자기 입으로 내가 말을 하는 중간에 자기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공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당신 시연이나 해주는 사람이야? 내가 시연해 준 거 고맙게 생각해. 나 정도 되는 사람이 누가 부탁한다고 어디 쉽게 시연 같은 거 해주는 줄 알아?”

!”

 

당연히 나도 열 받았습니다.

 

시끄럽고…, 됐으니까 구차한 소리 집어치우고, , 그거 먹고 떨어져.”

 

이번엔 내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적반하장크리스 킴이 그런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반둥에서 돌아오는 길에 몸은 운전을 하면서 생각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었습니다. 함께 반둥에 갔던 이메이는 내가 크리스 킴과 전화하고 있을 때 반둥 미용명가 중 하나인 팅팅 미용실(House of Ting Ting Handalim)에 들어가 있었는데 이메이의 기분까지 나빠질까봐 크리스 킴과의 전화결투는 자카르타에서 다음 날 아침 미팅때에야 비로서 얘기해 주었지만 완전히 뒤틀려버린 감정을 숨길 수는 없었어요. 자카르타로 달리는 차 안에서 이메이는 자기가 뭔가 잘못해서 내가 화가 나 있다고 생각했는지 두 시간 내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난 그 정도 받을 자격 있는 특급미용사야라던 크리스 킴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특급 미용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는 자기가 죠니 말라토와 같은 레벨이라고 믿고 있었던 거지요. 죠니 말라토쯤 되면 그런 기계 시연하면서 기계 한 대 수고비로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현실의 크리스 킴은 죠니 말라토가 아니었지요. 그가 일주일에 한 번 봐주는 미용실에 불려 가 일해주던 미용사였을 뿐이고 죠니 말라토는 인도네시아의 미용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크리스는 철저한 무명이었어요. 크리스는 크게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날 반둥에서 자카르타로 향하는 톨을 달리면서 더 이상 크리스 킴과는 상종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결심도 하게 되지요.

더 이상 한국 미용사들 신경쓰지 말자고요. 아니, 기본적으로 괜히 누굴 도우려 하지 말자고요. 늘 이런 꼴을 당하면서 누굴 돕겠다고 껄떡거리지 말고 해외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학비 대는 일에만 더욱 충실하자고 말이죠.

 

그러나 그 순간에도 불과 몇 개월 후 크리스 킴이 모든 사람들을 기만하고 야반도주를 하게 되리라고는 여전히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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