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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작곡] 제비꽃

beautician 2017. 12. 26. 10:00


제비꽃



권기호 작사, 배동선 작곡



산중턱 조그만 메밀밭 골에 

보라빛 서러움이 홀로 피었네 


가느다란 줄기 

그리움에 흔들리우고

여린 꽃망울에 가득히 

눈물 고였네


아! 

저토록 제 속 못이기어

조그만 제 가슴 메어지도록

눈물로만 채우러나


세월은 흘러 

너의 모습 사라져도

봄날의 향기처럼 피어오를 

너 영혼, 보랏빛 서러움






서울고등학교 2학년 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난 소설을 써서 당선작 없는 가작을 받았습니다. 1980년이었습니다. 

늘 그랬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잘 쓰긴 했지만 대상을 줄 정도의 작품은 아니다...그게 대학시절까지를 관통하는 내 글에 대한 평가였죠.


그때 시를 써서 장원을 차지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서울고 34회 권기호. 

이 친구 얼굴은 기억도 안납니다. 아마도 만난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교지에 실린 시를 보고 이 친구를 알았습니다.

그 백일장에서 뭔가 제대로 된 시상식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가 이 친구를 모르는 거죠.


그러다가 대학 4학년 때 군대 가기 전 교내 축제인 외문문회제에서 가요제에 나가 보기로 하고 곡을 짓다가 우연히 당시 교지에서 권기호의 시를 보고 거기에 곡을 붙였습니다. 영어과 3학년 여학생 두 명과 태국어과 ROTC 동기를 끌여들였습니다. 그 태국어과 박규형은 지금 이사인가 전무가 되어 아직도 대우건설에 다니고 있습니다. 가요제에서 우린 단번에 대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스스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심사위원장이던 당대의 최고 라디오 DJ 이종환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곡이 풋풋해서 좋았어요. 더 좋았던 건 가사였고요. 아주 좋았습니다."


그 짤막한 심사평에 난 권기호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소문했어도 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최소한 고맙다는 말 한 마디라도, 또는 허락없이 시를 노래에 갖다 써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게 1985년이었습니다.


골방에서도 인터넷으로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난 권기호 시인, 권기호 작가를 검색해 보았지만 모두 다른 사람들만 나올 뿐입니다.

놀라운 시적 감성을 가졌던 이 친구가 시인이나 작가가 되지 못한 것일까요?

어쩌면 전혀 다른 세계에서 생각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를 애써 떠올리려 노력했습니다.


다시 읽어 보아도, 

정말 잘 쓴 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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