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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 (인니)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보고서 (2017년)

beautician 2017. 12. 19. 10:00

2017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보고서.pdf

 

1.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개괄

자국산업 보호의 일환으로 지난 30년간 외국자본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2016 1월부터 제작, 배급, 홍보, 상영 전 부문이 해외자본에 개방되면서 전방위적으로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2016 1월 미국 영화제작사이자 온라인 VOD 서비스인 넷플릭스(Netflix)가 진입하며 해외자본 인도네시아 진출의 서막을 연 후 HOOQ, Catchplay, iflix, VIU 등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에 근거지를 둔 온라인영화 사업자들이 대거 진출했다. 개방 첫 해인 2016년에는 현지 플랫폼 업체들과의 충돌과 혼선이 일부 벌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ISP 및 이동통신업체들과 이들 온라인 영상 공급업체들 사이에 대략적인 라인업 체제가 대체로 정리되는 듯 보인다. 2017년 인도네시아 온라인 영화시장의 특이점이라면 2016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 국영통신업체인 텔콤에게 줄세우기를 당해 텔콤 인터넷 서비스의 접근을 차단당했던 넷플릭스가 결국 백기를 들고 텔콤의 하위 메뉴로 들어간 사건이다. 그러나 2016 12월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입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바로 다음 달인 2017 1월 텔콤이 자사 인터넷 서비스에서 차단시키면서 1년 전 넷플릭스의 경우와 똑 같은 충돌양상을 재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지 최대 통신회사와 등을 지고는 어떤 온라인 영화서비스도 인도네시아에서 원만한 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것이므로 아마존은 아마도 넷플릭스와 똑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영화제작부문에 있어서도 2016년 해외자본은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정부 관련부처의 의지를 확인하고 업계를 타진했으며 2017년 들어 CJ E&M가 두 번째로 투자한 로컬 영화 <악령의 주구(Pengabdi Setan)>가 괄목할 만한 흥행성적을 올린 가운데 헐리우드의 폭스사도 로컬 영화제작에 투자하면서 본격적으로 외자투자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한편 양질의 인도네시아 국산영화가 제작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충분한 숫자의 상영관이 전국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산업 관계자들의 공감대를 갖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씨네플렉스 21(Cineplex 21)이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독과점 형태의 상영관 시장에 부동산 재벌들이 순차적으로 뛰어들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스크린 점유경쟁이 치열하게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 시네마의 인도네시아 시장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외자유치와 상영관 확충 프로젝트에는 현 정부부처인 창조경제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정부지원과 외자투자를 발판으로 2018년에 보다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2. 상영관 산업 현황

 

수하르토 대통령이 아직도 현직에 있던 1986년 당시, 그의 사촌이 자카르타 시내에 첫 상영관을 낸 시네플렉스 21(Cineplex 21)은 정권의 비호를 받아 거머쥔 헐리우드 영화배급권 독점을 통해 상영관을 늘려나가 당시 성업 중이던 독립 상영관들 대부분을 흡수하거나 고사시키면서 전국 상영관 산업을 장기간 독점했다.  이런 독점체제가 깨진 것은 블리츠메가플렉스(Blitzmegaplex – 현재는 CJ CGV가 대지분을 인수해 CGV 시네마스로 개명함)가 업계에 진입하여 독과점 구도를 만든 2006년이다. 최근 씨네플렉스 21은 비록 상영관시장 점유율이 75%까지 내려 앉았지만 15%까지 따라붙은 CGV 시네마스(CGV Cinamas)에 비해 아직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4-5개 상영관을 가진 소규모 체인들과 독립 상영관들이 일부 남아 있지만 대체로 씨네플렉스 21의 영화배급에 의존하는 종속적 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최근 부동산재벌들의 시장진입이 눈에 띄는데 그들 중 선두주자는 리포그룹(Lippo Group)의 씨네맥스(Cinemaxx)매년 100-200개 단위로 총 2,000개의 스크린을 설치하겠다는 거창한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2014 8월 상영관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전역의 스크린 총 합이 1,000개 남짓했으므로 이들의 지나치게 원대해 보이는 계획을 시장은 비관적으로 평가했으나 씨네맥스는 이를 불식하고 맹렬히 상영관을 확충하여 2016년말엔 전국 스크린 점유율 8%를 넘어섰다.

 

 

Cinema 21

CGV Cinemas

Cinemaxx

상영관 수

160

27

20

207

스크린 수

885

185

106

1,176

* 자료 : KITA 2017 5월 보고서

(http://jj.kita.net/info/marketingBoard/trade05_02_view.jsp?pageNum=1&nGubun=3&s_con=&s_text=&sStartDt=&sEndDt=&sOrder=&sClassification=6&search_word=&rowCnt=20&s_date1=&s_date2=&actionName=&sNo=7208)

 

한편 2016년 또 다른 부동산재벌인 아궁스다유 그룹(Agung Sedayu Group)이 자카르타 시내 부촌인 쁠루잇(Pluit) 지역 몰에 플릭스(Flix) 브랜드의 첫 상영관을 내면서 시장에 진입했고 인도네시아 전역에 롯데마트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는 롯데그룹도 롯데시네마의 현지 진출을 거의 확실시하고 시장타당성조사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산영화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상영관 확충이 절실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는 수치로도 분명히 드러나는데 인도네시아는 인구 1백만 명 당 4.8개 스크린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도시나 지방행정부 소재지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의 1백만 명 당 50, 중국의 30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따라서 인니 정부는 물론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신규 사업자들의 상영관 산업 진출을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신규사업자들이 모두 부동산개발사업을 기반으로 하거나 자체 건물/몰들을 소유한 업체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 타 건물에 세를 내고 입주해 있는 씨네플렉스 21 CGV 시네마스 같은 기존 사업자들과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시장진입방식 및 사업확장방식 역시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기존 사업자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선점하고 영화배급권 또는 오랜 상영관사업 경험 등 주로 소프트웨어적 자산에 기반하고 있지만 신규 사업자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건물과 몰이라는 하드웨어 자산을 자체 보유하고 있어 단 기간 내에 많은 상영관들을 신속하게 개설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경쟁력을 리포그룹의 씨네맥스가 이미 증명해 보인 바 있다.

 

상영관 수익의 관건 중 하나는 대도시에서 좋은 목을 잡는 것인데 대규모 영화소비가 일어나고 있는 자카르타에서는 최근까지도 과다한 숫자의 몰들이 지근 거리에 경쟁적으로 지어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경쟁에 진 몰들은 매우 낮은 입점율을 보이며 치명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상대적으로 개발 정도가 열악한 동부 자카르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카르타 전역에서 더 이상의 몰 신축을 금지시켰다. 이는 주요 몰에만 상영관을 설치해 온 씨네플렉스 21 CGV 시네마스가 자카르타에서 스크린 점유율과 매출을 증대시키는 방법에 질적인 변화를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지방도시보다 자카르타에 세우는 것이 분명 더 높은 가성비를 가지므로 CGV 시네마스는 이제 자카르타 시내에서 몰이 아닌 곳에도 공격적으로 상영관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씨네맥스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리포그룹 소유의 신규 몰에도 더 이상 입점하기 껄끄러운 상태가 되었고 아궁스다유 그룹 소유의 몰에 입점한 상영관들은 자칫 임대계약을 연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 쉽다. 그들은 자기 몰에 자기 상영관을 설치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례로 북부 자카르타 부심인 끌라빠가딩의 MOI(Mall of Indonesia)에는 CGV 시네마스가 몰 개점 이래 줄곧 입점해 있는데 몰 소유주인 아궁스다유 그룹은 이곳에 자기 플릭스 상영관을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을 2016년부터 밝히고 있어 CGV 시네마스의 임대계약 연장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 개의 몰에 한 브랜드의 상영관만 입점하는 것이 암묵적인 업계의 룰이기 때문이다. 아궁스다유 그룹은 CGV 시네마스의 전신인 블리츠메가플렉스(Blitz Megaplex) 시절 해당 상영관 체인의 대지분을 보유하기도 했으므로 상영관 사업의 문외한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2012 5월에도 인도네시아 정부에 상영관 산업 진입의사를 표하며 100개 상영관을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당시 아직 사장개방이 되어있지 않아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를 거절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2017년에는 그 상황이 바뀌어 지난 9월 창조경제부 장관이 직접 롯데시네마와 미팅을 하여 투자를 종용하는 등 롯데시네마의 상영관사업 투자유치를 위해 공을 들였다. 뜨리아완 무나프 창조경제부 장관에 따르면 롯네시네마는 머지 않아 영화제작과 상영관 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국내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상영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한 개의 백화점과 수십 개의 롯데 마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자체 건물에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부동산을 보유한 사업자들이 기존 입점한 상영관들을 밀어내고 자기 상영관 체인으로 교체하려 할 경우 자카르타 시내 스크린 점유율의 판도변화가 예상되며 이는 전국 상영관 산업 구도에도 일정한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뜨리아완 무나프 장관이 말하는 인도네시아의 적정 스크린 수는 9,000~15,000개 선이므로 산술적으로 현재 1,200개 규모보다 7.5~12.5배 정도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씨네맥스의 약진을 보고 아궁 스다유 그룹이 플릭스 상영관을 출범시킨 것처럼 이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앞으로 받아들 성적표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내로라하는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추가적 시장진입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3. 인도네시아 국산영화 부흥

 

영화시장 개방의 여파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이 시기에 인도네시아 국산영화 제작도 탄력을 받아 2016 118편의 국산영화들이 제작되었고 유료관람객 숫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평소 1-2편에 그치던 백만 관객 영화가 무려 10편을 넘겼다. 그 중 <대장님 귀뚜라미 나왔걸랑요 1>(Warkop DKI Reborn: Jangkrik Boss Part 1)는 인도네시아 국산영화 사상 초유의 680만 관객을 기록했다. 2017년 제작된 이 영화의 후속편도 4백만 관객을 넘겼다. 국산영화 유료관객 역시 2016 3,450만명을 넘어서며 2015년의 2배 이상 급성장했다.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상영편수

81

92

75

80

87

105

115

116

118

총관객(천만)

34.4

28.6

16.8

16.2

18.9

15

16.3

16.2

34.5

국산영화비율

56%

44%

27%

32%

26%

26%

22%

20%

32%

2008-2016 Cineplex21에서 상영한 인도네시아 국산영화 데이터 (Cineplex 21 발표자료들을 취합한 자료)

 

창조경제부 뜨리아완 무나프(Triawan Munaf) 장관은 컨텐츠와 영화품질 면에서 헐리우드와 경쟁 가능한 국산영화들을 제작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헐리우드 영화를 포함한 수입 외국영화들의 공식집계는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위의 표에서와 같이 국산영화 점유율이 2016 32% 였으므로 2016년 전체 관람객은 1억명 정도로 추산되며 정부 당국에서는 국산영화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관건이 외국자본 유치에 있다고 보고 홍보 및 관련법령 등 제도보완을 진행 중이다.

 

2016 인도네시아 영화 순위

관객 ()

2017 인도네시아 영화 순위

관객 ()

<대장님, 귀뚜라미 나왔걸랑요 1>

Warkop DKI Reborn: Jangkrik Boss! part 1

6.858.616

<사탄의 주구>

Pengabdi Setan

4.206.103

<사랑이 뭐길래 2>

Ada Apa Dengan Cinta 2

3.665.509

<대장님, 귀뚜라미 나왔걸랑요 2>

Warkop DKI Reborn: Jangkrik Boss Part 2

4.083.190

<멍청한 상사>

My Stupid Boss

3.052.657

<시액(屍液):귀신이 보인다>

Danur: I Can See Ghosts

2.736.157

<옆집 가게 좀 봐>

Cek Toko Sebelah

2.642.957

<빙의인형>

Jailangkung

2.550.271

<행아웃>

Hangout

2.620.644

<그립지 않은 천국 2>

Surga Yang Tak Dirindukan 2

1.637.472

<루디 하비비>{rudy habibie}

2.010.072

<인형 2>The Doll 2

1.226.864

<덥수룩한 코알라>

Koala Kumal

1.863.541

<수상한 그녀>

Sweet 20

1.044.045

<코믹8 :카지노킹스 2>

Comic 8: Casino Kings Part 2

1.835.644

<골때리는 열 한 명>

Critical Eleven

881.530

<38천피트에서 사랑고백>

ILY from 38.000 Ft

1.574.576

<런던 러브스토리 2>

London Love Story 2

862.874

<런던 러브스토리>

London Love Story

1.124.876

<모두 신의 뜻대로>

Insya Allah Sah

833.010

출처 – Filmindonesia.co.id

2016년 자료 URL - http://filmindonesia.or.id/movie/viewer/2016#.Wi372mZrxPY

2017년 자료 URL - http://filmindonesia.or.id/movie/viewer#.Wi37dWZrxPY

 

2016년 인도네시아 국산 흥행영화들은 코미디 영화가 대세를 이루었고 멜러-전기물 순이었던 것에 비해 2017년엔 공포영화가 4편으로 대세를 이루고(1, 3, 4, 6) 코미디-멜러물 순이었으며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들(4)도 무난한 흥행성적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인도네시아 국산영화의 품질이 크게 향상된 가운데 한국 합작영화의 약진도 눈의 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7년도 흥행성적 1위를 달리는 <악령의 주구(Pengabdi Setan)> CJ E&M이 현지 래디컬 필름스(Radical Films)와 합작해 조코 안와르(Joko Anawar)라는 걸출한 감독을 내세워 200억 루피아( 16억원)라는 로컬 공포영화로서는 공전의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인 작품이다. CJ E&M은 이 작품의 해외 배급도 담당하고 있다. CJ E&M2016년 첫 합작영화 <의사 지망생의 멍청한 메모 (CADO CADO)>(래디컬 필름스, 이파 이스판샤 감독)가 흥행참패를 면치 못한 바 있었으므로 이번 두 번째 합작영화의 성공은 여러 모로 많은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한편 7위에 랭크된 <수상한 그녀(Sweet 20)>(2017, 스타비젼 제작, 오디 하라빤 감독)는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2014, 예인플러스, 황동혁 감독) CJ 엔터테인먼트와 합작으로 현지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은 한국 외에도 다양한 나라들과의 합작과 자본유치를 도모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20세기 폭스사의 진출이다. 폭스사의 자회사인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스(Fox International Productions)<위로 사블렝의 212 낙인 (Wiro Sableng 212)>이라는 인도네시아 고대영웅 모티브의 영화를 합작 제작하기로 하고 쉐일라 티모시(Sheila Tomothy) 감독이 2017 8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 필름 및 만화영화 국가센터’(CNC) 2017 3월 영화제작 기술교환, 촬영지 확보, 제작공조 네트웍 구축 등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그 결과 시네수리아(Cinesurya) 영화제작사가 CNC프랑스 재단으로부터 <말리나: 네 번째 살인자 (Marlina si Pembunuh dalam Empat Babak)> 라는 영화의 제작비 일부를 투자 받기도 했다. 이 영화는 2017년 깐느 영화제의 Directors’ Fortnight 프로그램에서 상영되었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창조경제부는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인도네시아의 각 지방을 해외 영화들의 로케이션 촬영지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실제로 다수 중국 영화들의 발리 등 인도네시아 각지에서 영화촬영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의 정확한 제작비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는 대다수의 영세 영화제작자들은 업계나 단체의 투자를 받기보다는 주변에서 소규모로 돈을 융통해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기도 했고 특별히 제작비를 공개해야 할 의무도 없었기 때문에 굳이 비용을 밝히는 것을 꺼렸던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티켓 수입이 제작비의 2배쯤 넘어야 흑자가 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며 2016년 인도네시아 영화제작비는 주요 영화들의 경우 대략 40-200억 루피아 정도였다고 본다. 따라서 당시 최대치의 제작비인 200억 루피아를 투입한 CJ E&M<사탄의 주구> 경우 대략 유료관객 160만 명 선이 손익분깃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국에서 420만 명의 유료관객이 들었으니 대히트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7년 한 해 동안 상영된 110편 남짓한 인도네시아 국산영화들 중 위의 표에서와 같이 100만 관객을 넘은 영화가 7편이나 배출된 반면 다른 영화들은 대부분 유료관객 10만 명을 넘기지 못했고 개중엔 1만 명에도 못미치는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이들 중엔 영화제에서 개봉되었지만 결국 상영관엔 걸리지 못한 것들도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사들 대부분이 흥행수입만으로는 영화제작비를 전혀 회수하지 못했으며 해당 영화들도 시나리오나 결과물의 퀄리티에 있어 스크린과 관객들을 확보하기에는 대부분 함량미달이거나 흥행성 부족한 작품들 일색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열악한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시장의 현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성적표다.

 

오랜 독점의 폐혜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여러가지 요소들이 균형적 발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영화제작부문은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전 분야에서 가장 낙후된 부분이라 할 것이다.

4. 한국 영화산업의 현지 진출현황

 

지난 9월 콘텐츠 진흥원 김남걸 인도네시아 센터장의 인도네시아 포럼 모임 발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 불던 한류는 최근 그 기세가 크게 수그러져 한류 절정기 당시 연간 한국 드라마 20편 이상이 정규 TV 방송에 편성되던 것이 현재 6편 정도로 줄어들었고 그 빈 자리를 인디아 및 터키의 콘텐츠들이 채우고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인디아 영화가 괄목할 만한 수적 증가를 보인 한편 한국영화들은 언제나처럼 CGV 시네마스에서 본국 흥행작들을 중심으로 월 1-2편 정도를 개봉하고 있으나 대부분 기대한 만큼의 현지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엔 <밀정>, <부산행>, <곡성>, <인천상륙작전>, 2017년엔 <군함도>, <하루> 등의 한국영화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개봉되었다. 인도네시아 국산영화들과 달리 수입영화들은 관객수 집계가 공개되지 않는데 이는 한국영화들도 마찬가지여서 자세한 성적은 알 수 없다. 단지 당시 3주 이상 다수의 스크린에서 지속적으로 상영된 <부산행> 정도가 그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리라 추정되며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영화는 2014<설국열차>(83천 명)였다.

 

 

 

 

2017년 KIFF 포스터 오른쪽 

 

한편 한국영화 홍보는 물론 인도네시아 영화산업과의 교류를 위해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원과 CGV 시네마스에서 주관하는 한-인니 영화페스티벌(Korea-Indonesia Film Festival – KIFF)이 자카르타와 인근 위성도시인 BSD와 까라왕, 주요 지방도시인 반둥, 수라바야, 족자 등 전국 주요도시들에서 매년 동시에 개최되고 있는데 올해도 9 14일 자카르타 도심 한복판 그랜드 인도네시아 몰에 입점한 CGV 시네마스 상영관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군함도> <동주>, <하루> 등 한국영화 8편과 예술의 전당 콘텐츠들, 그리고 <부까안 들라빤 (Buka'an 8)>, <까르띠니 (Kartini)>, <수상한 그녀 (Sweet 20)> 등 인도네시아 영화 3편이 출품되어 9 17일까지 상영되었다. 이 페스티벌은 2009년에 처음 시작해 올해로 9회 차를 맞았다

.

2016년에도 10 26-30일 기간 동안 <봉이 김선달>, <히말라야> 등 한국영화 13편과 <아이샤 우리 친구 하자 (Aisyah Biarkan Kami Bersaudara)>, <커피의 철학 (Filosofi Kopi)>, <토요일은 아빠와 함께 (Sabtu Bersama Bapak)>, <히잡 쓴 여행자 : 한국에서 불붙은 사랑 (Jilbab Traveler: Love Sparks in Korea)>, <38천피트에서 사랑고백 (I Love You from 38.000 feet)> 등 대표적인 인도네시아 영화 5편이 출품되기도 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도네시아에서 국산영화 관객통계는 비교적 자세히 공개되는 반면 외국수입영화에 대해서는 관객수, 편수, 제목 등 기본적인 통계자료조차 찾아 보기 힘든데 그 이유는 상영관 사업자들이 주무부처에 보고할 때 수입규모를 누락, 왜곡할 뿐 아니라 창조관광산업부에서도 이중 외화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비공개 사유는 어디에도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외화와 국산영화 간 현저한 관객동원력 차이가 국내 영화제작자들의 사기를 꺾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나 상영관 업자들의 세무와 관련된 문제일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 와중에 2017년 초 한국정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550만불을 지원해 인도네시아 전국 상영관에 통합 박스오피스 집계 시스템(IBOS- Integrated Box Office system)을 구축해 주겠다는 제의를 한 바 있었다. 이는 헐리웃에서 사용하는 Box Office Mojo, Box Office Pro 등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관객과 티켓수입 등 상영관 전반의 통계자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특히 영화제작계획을 세울 때 요긴하게 참고할 만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료공개를 꺼리는 극장들의 수입내역을 투명하게 하고 상영관련 통계자료를 전국적으로 취합하자는 취지였다. 이는 분명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현대화 뿐 아니라 부족한 세수 확보에도 지대한 도움이 될 시스템이었으므로 창조경제부는 물론 인도네시아 정부 전반에서는 한국의 해당 제의에 대해 매우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정작 업계는 물론 이들의 이권을 등에 업은 국회 소위원회,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유보된 후 결국 인도네시아 측에서 유사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현지 상영관 사업자들은 IBOS를 통해 자기들의 수입 내역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5. 온라인 영화시장

 

OTT VOD 시장이 확장되면서 고전적 의미의 유료 케이블TV 시장은 대체로 정체되고 인터넷 기반으로 급속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2016 1월 인도네시아 영화시장개방과 동시에 외국 VOD 서비스 업체들이 앞다투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콘텐츠 검열 문제를 표면에 내세워 인도네시아 최대 통신 사업자인 국영 텔콤의 모든 서비스로부터 배제되었던 넷플릭스가 2017년 결국 텔콤 서비스에 편입되면서 결과적으로 온라인 영화서비스 업체들의 현지진출이란 기존의 현지 ISP 또는 이동통신들과 복종적으로 제휴하는 것이라는 전형이 굳어졌다.

 

인도네시아 주요 이동통신사 별 VOD 서비스 제휴 현황

이동통신사

제휴 VOD

Telkomsel (텔콤의 이동통신사)

HOOQ, VIU, Catchplay, Iflix, Netflix

XL Axiata

Tribe

Indosat Ooredoo

Iflix

 

2016 12월 미국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가 인도네시아에 입성하면서 똑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되었다.  바로 그 다음 달인 2017 1월 인도네시아 국영 통신업자인 텔콤이 아마존의 서비스를 모두 차단해 버린 것이다.

 

텔콤은 2016 1월 전세계 서비스를 시작하던 넷플릭스가 인도네시아에 진입할 때에도 현지 규정에 따라 폭력적 선정적 컨텐츠에 대한 검열을 받아야만 현지 파트너 제휴나 현지 사업소 설치가 가능하다는 통첩을 보내고 자체 모든 인터넷 플랫폼에서 해당 서비스를 차단한 바 있었다. 이는 영화검열위원회(Lembaga Sensor Film Indonesia – LSF)도 아니고 정보통신부도 아닌 일개 국영기업이 그런 결정을 자체적으로 내리고 해외 대형 온라인 영화업체를 갑질하듯 줄세우며 컨텐츠를 문제삼아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차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고 이를 지적하는 업계의 적잖은 비난더 잇달았다. 하지만 그 결과 2016년 내내 넷플릭스는 제휴 ISP 없이 독자적인 마케팅을 해야만 했고 인터넷 유저의 태반을 차지하는 텔콤 계열 인터넷 사용자들(텔콤셀 Telkomsel 과 인디홈 indihome)은 정식 경로를 통해서는 넷플릭스의 영화에 접속할 수 없었다. 결국 2017년에 이르러 두 손을 든 넷플릭스는 텔콤 밑으로 들어가 텔콤의 다섯 번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었다.

 

그런데 그 일이 올해 아마존 프라임에게도 똑같이 벌어진 것이다. 애당초 아마존 사이트에 계정을 만들고 대금을 지불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VOD 서비스를 즐길 수 있었지만 2017 1월 텔콤은 또 다시 자체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서 아마존 프라임을 차단시켰다. 물론 VPN을 미국이나 싱가폴로 바꾸어 아마존 프라임의 온라인 영화 서비스를 편법으로 여전히 즐기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텔콤 유저들은 그 후 지금까지도 아마존 프라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경우와 같이 아마존 프라임의 가용한 선택지 역시 인도네시아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텔콤의 하위메뉴로 라인업하는 정도일 것이다.

 

 

 

 

 

비디오 서비스 앱 다운로드율(막대 그래프)과 해당 앱 사용율(노란색 점) – 조사기간 2016.11.16~2017.1.17

https://www.forbes.com/sites/susancunningham/2017/03/01/iflix-hooq-viu-netflix-viki-catchplay-and-more-its-a-crowded-video-on-demand-world/#3b23c6a74576

 

한편 2017 3 1www.forbes.com의 기사에 게재된 위의 표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VOD 업체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횟수와 사용율을 보여주고 있다.

 

파란 막대는 다운로드된 해당 앱이 전체 안드로이드 기기 중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당시 가장 많이 다운받은 HOOQ도 전체의 1% 남짓한 상태이다. 그리고 오렌지색 점은 그렇게 앱을 다운받은 기기들 중 몇 퍼센트의 기기들이 실제로 그 앱을 가동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이 자료를 통해 아이플릭스, 트라이브, 캐치플레이, 뷰 등의 텔콤 플랫폼을 사용하는 앱들의 사용율이 월등히 높음을 볼 수 있다. 이는 해당 플랫폼 업체가 보유한 대량의 가입자 숫자와, 강력한 자금력을 기반한 대대적인 광고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반면 인도네시아 토착 VOD 서비스인 겐플릭스(Genflix)는 앱 다운로드 횟수는 물론 그 사용율도 매우 낮아 사실상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기 표에 언급된 이동통신 매이저 3사를 통한 온라인영화 마케팅은 TV 광고는 물론 시내 옥외광고판 등 오프라인에서도 매우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다.

 

 

 

6. 나가는 말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작년 외국자본에 대한 시장개방 이후 온-오프라인의 영화제작 및 상영, 홍보, 배급 등 전분야에 걸쳐 해외업체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선점을 노리면서 2017년 현재 현지제작 영화들에서 획기적인 질적 발전이 도모되고 있으며 영화산업 전반의 기초를 이루는 상영관 산업부문 역시 신규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진입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통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미 진출한 CGV 시네마스와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롯데 시네마는 물론 앞으로 관련 한국기업들의 현지 시장진입과 제휴활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 Filmindonesia.co.id

- 각 상영관 사업자 홈페이지 (Cineplex 21, CGV Cinemas, Cinemaxx)

- KITA 2017 5월 보고서

- 콤파스신문

- Detik.com

- CNN Indonesia

- 자카르타 경제신문

- 데일리 인도네시아

- 영화진흥위원회 인도네시아 통신원 보고서

- 김남걸 콘진원 자카르타 센터장 인도네시아 포럼 발표 (인도네시아의 한류 현황)

- www.forbes.com

- id.wikipedia.org/wiki/Daftar_film_Indonesia_tahun_2017 (인도네시아 2017 상영영화 목록)

 

(이상)

2017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보고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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