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시장조사 (인니)

자카르타의 미용재료도매상가 - Harco Pasar Baru

beautician 2017. 6. 20. 10:00

 

자카르타 Pasar Baru 지역에 위치한 Harco Pasar Baru는 인도네시아에서 감히 유일하다고 할만한 미용도매상입니다.

 

대부분 화교인 미용 재료상들이 20여개의 미용재료상점을 열어 놓고 2대, 3대에 걸쳐 장사를 하고 있어 일견 오래전 남대문 시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방에서 상경한 지방 미용재료상들과 미용실 주인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대량의 제품을 구매해 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거든요. 단지 차이점이라면 남대문 시장은 수백개의 상점들로 이루어진 대규모 시장인데 반해 Harco 도매상가는 불과 20여개의 상점, 그것도 사실은 3개 family가 독과점하고 있는 폐쇄된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상점들은 자체적인 수입경로와 별도의 창고들을 운영하면서 대대로 돈을 벌고 있고 이들 화교들은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미용재료시장을 공고히 점령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면 이들은 무섭게 결속하여 경쟁자를 물리치므로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상점 주인이 누구의 가족, 친지이며 어느 수입상과 연결되어 있는지 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과제입니다. 한국에서 유수의 유명 브랜드들이 모두 인도네시아 진출을 모색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장을 파악하지 못한 채 미국이나 일본같은 무한경쟁 시장에 도전하듯이 무작위로 가능한한 많은 업체들을 만나 가격과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지요.

 

이들은 그날밤이면 다 함께 모여 대책을 협의하고 다음 날이면 이미 공고한 단합을 바탕으로 제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한국업체에게 빡빡한 조건을 제시하기 일쑤입니다. 다른 상점을 가 봐야 이미 서로 얘기가 된 상태이므로 모두 같은 조건을 제시하지요. 절대 용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브랜드의 한국산 미용재료들이 현지에 뿌리를 내리지도 발을 붙이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한국산 Create(그레이트)의 경우에도 한국에서의 그 높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상점들 일부의 구석에 먼지가 쌓여 있는 이유는 같은 경로로 들어왔다가 이들의 단합에 밀려 결국 싱가폴에 판권을 주고 물러났기 때문이지요. 다른 브랜드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그렇게 유닉스도 왔다가고 세화도 다녀가고 다른 많은 브랜드들이 이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돌아갔습니다.

 

이 도매시장은 저가 중국산 중심의 제품들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데 미용가위들은 그나마 모조품까지 매대에 올라와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 앞에 왼쪽으로 보이는 곳이 Harco Pasar Baru... 

 

상가에 들어서면 가장 정면에 보이는 Dewi Indah 상점. 이 집은 하루 매출이 10만불 전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상가에 같은 이름의 가게를 4군데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 여사장 Ms. Marlyn은 노련한 사업가이고 장사꾼입니다. 제품 공급할 때 이미 가격을 결정했는데도 물건과 인보이스를 가져가면 그 자리에서 인보이스 가격을 뜯어 고치곤 합니다. 한국식당, 김치 등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분이지요

 

Dewi Indah 전경 

 

 Dewi Indah 전경

 

상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여러개의 상점들이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그 중 하나인 Arwani 상점 

 

  Aneka Kosmetik 상점. 이곳 상점들은 일반적으로 비슷비슷한 제품들을 취급하면서 약간씩의 특징들이 있습니다. 이 Aneka Kosmetik은 메이크업 가방을 특별히 많이 비치하고 있고 미용사들이 허리에 차거나 가지고다니는 미용가위용 지갑, 가방 등을 특별히 싸게 내놓기도 합니다.

 

엄청난 인파... 토요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곳 상점들의 일일 매상은 평균 1~2만불, 주말에서는 5~10만불씩 매출을 올리기도 한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방도매상들은 한번에 2~3천불(2~3천만 루피아)씩 구매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사람들이 주말에는 100명도 더 몰려 오거든요. 인도네시아 전국에 30만개의 미용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만도 합니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어서 이 상가 안에는 미용재료상 뿐 아니라 전자제품 가게, 디지털 카메라 가게 등은 물론 대여섯개의 식당과 두 세개의 미용실, 피부관리실 등이 있고 Makarizo의 소비자센터 등이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붐비는 상점 앞에서 보고 있자면 계속 사람들이 바뀌면서 저 정도의 손님들이 문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계속 들끓고 있습니다.

 

이 Sejahtera라는 가게는 주로 미용실용 의자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입니다. Takahatsu라고 하는 업체를 모회사로 하고요. Takahatsu는 당장 일본 회사이름을 떠올리게 하는데 일본과는 전혀 관계없는 현지회사이고 제품들도 100% 중국산입니다.  

 

 Dewi Indah 상점은 좌우로 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우측 끝에 미용실 의자며 트레이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

그 우측 끝에서 들여다 본 Dewi Indah 상점 내부 

 

 Harco 상가를 우측에서 좀 나와 바라본 모습. 중앙 하단의 저울 그림은 Pegadaian 이라는 회사 간판인데 한국으로 치면 전당포 같은 곳입니다.

 

조금 더 떨어져서 바라본 Harco 상가. 몇겹으로 주차된 차량들이 도로의 반 이상을 점거하고 있는데 대단하지요? 

 

이게 Harco 상가와 굴레방다리로 연결된 옛 건물. 아직도 이곳에 미용재료 상점들이 좀 남아 있긴 하지만 건물상태나 청결상태가 지극히 불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