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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당신이 알고 싶은 것

beautician 2017. 11. 26. 10:00





오래 전 내가 무척이나 미숙하던 시절 가깝게 지내다가 적으로 돌아선 손사장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원래 철천지 원수가 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장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손사장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물론 웹브라우징에 익숙해지듯 인간관계에서도 닳고 닳아 익숙해지고 나면 사람들과 적을 만드는 일은 확실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한미동맹, 한일동맹, 연합군, 주축국연맹 같은 것들 싫어 합니다. 

미국이 누구랑 전쟁 붙으면 의무적으로 전쟁에 뛰어들어 싸워줘야 하는 그런 관계....나라와 나라 사이라면 모르지만 인간관계엔 그런 게 없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개인간의 관계는 그 개인들이 구축하는 것이지 남들이 구축해 놓은 관계를 타고 들어가 친구의 친구는 한번도 보지 못했더라도 친구고 친구의 적은 나한테 한번도 위협을 가한 적 없어도 적으로 취급해야 하는 그런 건 '패거리 문화'라 부르는 겁니다. 양아치란 얘기죠. 


그러니 미숙하던 시절의 나는 그런 양아치끼를 담뿍 가지고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손사장은 시내에 가게를 가지고 있었고 사업은 확대일로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듯 누군가 자기를 비난하는 것은 견디지도 못했고 용납하지도 않았습니다.

비록 그게 적이라 할지라도요.

비록 적을 진 사람들이 하는 서로를 비난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을 파고 들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탐문한다는 얘기가 내게도 들려왔습니다.

정보랑 한쪽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생것의 정보이든, 가공된 것이든, 또는 왜곡된 것이든 상대방의 귀에 들어가게 되는 법이죠.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는 내 블로그도 뒤져보고 싶어 했습니다.

지금은 돈받고 한 몇몇 시장조사 자료들을 제외하곤 모두 공개해 놓고 있지만 당시엔 조금 민감하다 싶은 글들은 친구블로그 공개 정도로 제한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것들마저 들여다 보고 싶어했었죠. 그러려면 친구신청을 해야 합니다


그 친구신청이라는 것은 원래 인터넷을 통해 한번 클릭해 놓고 수락하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인데 어느날 정사장이란 사람이 내 사무실에 찾아와 친구신청 수락을 독촉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내가 쓴 글들과 코드가 맞아 블로그 친구를 맺고 교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친구수락을 한 후 나도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지만 거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사장의 블로그는 그저 그런 친구신청을 위해 요식행위로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난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손사장은 내 블로그의 글을 문제삼으며 전화와 이메일로 난리를 치며 공격해 왔고 내 블로그의 글들이 무더기로 블라인드처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실명을 쓰지도 않았고 상황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손사장 본인이 아니라면 누구도 그를 추정할 수 없는 글들이었고 그나마 친구블로그 공개로 설정해 놓은 것까지도 블라인드 처리되고 말았습니다.  그가 친구 블로그 공개로 제한해 놓은 그 글들을 어떻게 읽었을까요? 정사장을 의심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사장은 손사장의 사무실 건물 뒷편에 바로 얼마전 세들어 들어온 사람이었습니다.

손사장의 사주를 받아 내게 블로그 친구신청을 해놓고 그걸 손사장에게 넘겨주었던 것이죠.


참 파렴치 하죠. 

하지만 물론별 일 아니었습니다. 

손사장이나 정사장 같은 사람들도 그때 처음 본 것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널려 있으니까요.

내 블로그 글들이 블라인드 처리를 당한 것도 그게 처음이 아닙니다.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부담스러워 할지도 모릅니다.
내용을 잘 아는 친한 사람들의 입이 나중엔 두려워지는 법이죠.
그래서 국정원엔 그렇게 자살 당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고요.


하지만 무엇이든 원칙이 있습니다.

블로그의 원칙이란....자기 집에선 자기가 주인이듯 내 블로그에선 내가 주인이라는 겁니다

집에서 편한 옷 갈아입고 여유를 즐기는 것처럼 내 블로그에서조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전전긍긍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방문하는 손님들을 잘 대접하는 것은 집주인의 의무입니다. 

이곳은 어차피 수천 명이 방문하는 블로그도 아니니 전파력이 큰 곳도 아닙니다. 올해 들어 이제 하루 300명 전후가 들게 되었고 내일 들게 될 300명은 대부분 오늘 들어왔던 그 300명 입니다. 말하자면 파워블로거와는 거리가 멀단 얘기입니다. 인터넷의 거대한 대양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그래서 사람들이 잘 찾을 수도 없는 그런 작은 와룽, 골목 깊숙한 곳의 담배가게 같은 곳이죠.


그러니 여기서  생각을 읽고 스트레스를 받고서 다음 날 또 살며시 찾아와 같은 스트레스 받으며 내 글을 뒤지는 사람들 심리를 이해하기어렵습니다. 국정원일까요?


정 글이 마음에 안들면 덧글 달아  그렇다고 말하고 내려달라 고쳐달라 가려달라 요청하면 될 일이죠. 물론 정중히요.

예의를 갖추는 사람에게 함부로 굴 만한 미숙한 시기는 이미 오래전 지났습니다. 

이젠 오랜 원수를 만나도 웃으면서 커피 한 잔 할 만한 마음의 여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얘기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늘 뒷담화를 하기 마련인 거죠.

찔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