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인도네시아 현대사 27

쓴 사람 읽은 사람 마음이 다 같을 순 없어요

서문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일이 이리 커질 지 몰랐습니다. 자카르타의 길들은 당연히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몇 년씩 그 길을 지나면서도 ‘너무나 당연히’ 그 이름의 의미를 모른다는 건, 외국어의 한계와 인도네시아에 돈 벌러 왔다는 원래의 목적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너무 생각없이 살아간다는 자책감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 도로를 달려야 할 이유가 없는 한국의 독자들에겐 아무 관계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충무로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을 담고 퇴계로가 퇴계 이황의 사상을 기리는 도로인 것처럼, 자카르타 주요 도로의 이름들, 그것도 인도네시아 거의 모든 도시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중앙통 도로들에 붙인 수디르만, 탐린, 수까르노, 하타, 야니 가똣 수브로토..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목

1988년 6월엔 이런 순간을 피하려 했습니다. 군에서 전역하던 때였죠. 입사해 놓은 한화그룹으로 돌아가느냐, 군에 남느냐, 아니면 딴따라의 길로 들어서 가요작곡을 하며 살아가느냐를 놓고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그때 또 하나의 선택지가 글쓰며 살아가는 작가의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딴따라와 작가의 길을 가지 않은 이유는 누구나 다 상상하는 것처럼 그 길로 들어서서는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군에 남지 않았던 것은 당시 자주 고장나던 내 무릎이 공수부대 훈련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평생 가장 적성에 맞았던 직업은 군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화로 돌아갔고 그러다가 인도네시아로 발령받았고 독립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참 험하게 살..

이게 정말 될까?

11월 29일 오후에 받은 이메일. 1년 반 전에 보낸 원고에 대한 회신. 이게 정말 현실화 될까? . . .. . .. . . . .. . .. . .. . 되는 모양입니다.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신중식 받는사람: Bae DS_JKT 날짜: 17.12.06 16:25 GMT +0900 제목: [아모르문디 출판사]배작가님, 출간 관련 프로세스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 작가님 안녕하세요? 답신 드리는 것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 한번 더 직접 원고를 검토하시느라 답신이 늦어진 점 양해해 주세요. 먼저 궁금해 하시는 출판 프로세스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면서 원고에 대한 수정 제안 사항도 말씀 드리겠습니다. 프로세스별로 설명드릴게요. 1. 계약 체결 먼저 작가와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