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왕구두 3

니켈광산 영적 방어작전 (13)

ep13. 나타샤 어째서인지 몰라도 릴리는 왕구두의 송구영신 행사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듯 했습니다. 사실 이 행사는 내가 끈다리를 떠나던 2주 전만 해도 계획에 없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릴리가 갑자기 이 행사의 개최를 결정했다는 것인데 급조된 행사치고는 그 규모가 엄청나 억대의 비용이 투하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왕구두와 아세라 전역의 주민들은 물론 부빠띠를 비롯한 지역 고위 관료들과 군, 경찰들을 대대적으로 초청했고 왕구두 중앙통의 큰 공터엔 대규모 무대와 함께 VIP들을 위한 초대형 차양도 설치했습니다. 그동안 허가를 진행하고 선적서류를 만들면서 관청에는 이미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한 상태였는데 광물원석 수출금지조치의 발효를 불과 열흘쯤 앞두고 이런 행사를 위해 또다시 엄청난 지출을 불사하는 이유를..

니켈광산 영적 방어작전 (12)

ep12. 축제 전야 그 루벤이 2013년 12월 연말휴가를 얻어 자카르타에 돌아왔습니다. 조호바루의 동업자 나타샤도 부모, 오빠와 함께 입국했습니다. 릴리는 왕구두에서 꼬나웨 우타라의 부빠띠와 고위 공무원들은 물론 아세라 주민 전원을 초청하는 대대적인 송구영신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모두 그 행사에 초청된 것입니다. 비록 두꾼과 싸워 일단 끈다리에서 밀려났지만 나도 거기 초청되었습니다. 릴리와는 아직 앙금이 남았지만 뭐, 그 정도는 1996년 처음 릴리와 만난 이후 늘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던 일입니다. “난 다음 달에 샹하이로 가요. 하지만 릴리는 이번에도 따라오지 않을 모양이네요.” “글쎄요. 꼬나웨에 벌려놓은 일이 릴리 없으면 수습이 안되니 말이죠. 하지만 곧 원석수출금지조치가 발효되면 당분간 일도..

니켈광산 영적 방어작전 (10)

ep10. 시멘트 공장 매각작전 그렇게 돌아온 자카르타의 상황도 결코 말랑말랑하지 않았습니다. 내 사업의 기반이 되었던 도매 매출도 줄어들고 있었지만 한때 업계 1위를 달렸던 미용실 방판부문은 더욱 큰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습니다. 지표에 나타나는 인도네시아의 GDP는 꾸준히 상승 중이었고 시내 곳곳에 거대한 사무실 건물들과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서민들의 구매력 약화가 피부에 와닿았고 그것은 우리가 가동하던 할부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차량이나 오토바이 파이낸스 회사나 해결사들을 낀 전문 회사들이 돈놀이 비슷한 할부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우린 그런 회사들을 낄 만한 규모가 되지 않아 할부판매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모든 리스크를 스스로 져야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