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미용가위 4

고상한 척 위선 떨지 말자

내가 일을 하는 이유 일을 하면서 기뻤던 일들보다는 속 썩었던 일들이 더 많지만 첫 미용가위 대량 오더를 받았을 때가 기억납니다. 2006년쯤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2년 파산하던 당시. 파산이라 해서 바로 무슨 도끼 같은 게 날아와 순식간에 머리통을 찍어 고꾸러뜨리는 게 아닙니다. 파산이란 일정한 기간 동안 감당할 수 없는 만기일이 연이어 찾아오면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결재해야 하는 시점에서 돈을 내지 못하면서 팔 다리가 하나씩 잘리게 되죠. 사지가 다 잘릴 날은 이미 달력에 새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채 정해져 있었습니다. 난 반드시 죽게 될 테지만 그 전까지, 날 부활시킬 무언가를 미친듯이 찾아 헤맸고 될 성싶은 것들은 없는 돈을 짜내서 간단한 시장테스트를 돌려 보기도 했습니다. 그때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