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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내가 일을 하는 이유 일을 하면서 기뻤던 일들보다는 속 썩었던 일들이 더 많지만 첫 미용가위 대량 오더를 받았을 때가 기억납니다. 2006년쯤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2년 파산하던 당시. 파산이라 해서 바로 무슨 도끼 같은 게 날아와 순식간에 머리통을 찍어 고꾸러뜨리는 게 아닙니다. 파산이란 일정한 기간 동안 감당할 수 없는 만기일이 연이어 찾아오면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결재해야 하는 시점에서 돈을 내지 못하면서 팔 다리가 하나씩 잘리게 되죠. 사지가 다 잘릴 날은 이미 달력에 새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채 정해져 있었습니다. 난 반드시 죽게 될 테지만 그 전까지, 날 부활시킬 무언가를 미친듯이 찾아 헤맸고 될 성싶은 것들은 없는 돈을 짜내서 간단한 시장테스트를 돌려 보기도 했습니다. 그때 시도..

레이저마킹이 이렇게까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와 있다는 사실을 시장조사를 해 보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예전엔 고주파로 또는 열로, 손으로 만들어내던 수많은 문양과 문자, 그림들을 지금은 모두 레이저로 인그레이빙하고 있었습니다. 수첩에, 펜과 지갑에, 보석에, 철판, 치..
거장들의 손에 들린 화려한 미용가위들이 초현대식 공장의 자동화라인에서 흘러나온다고 생각하시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내로라하는 유명브랜드의 의류나 축구공들이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의 빈민들과 미취학아동들이 일하는 열악한 공장에서 생산되기도 하는데 그정도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