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소설 사이, 그 어디쯤

애당초 내 인생에 뭔가 쉽고 만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메니에르 3

세상이 빙글빙글 돌던 날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메니에르가 밤새 왔던 모양. 아침 10시에 시내 미팅이었지만 도무지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없어 일정을 내일로 연기했다. 그리고 그 후유증으로 오전 11시쯤까지 어지러움이 가라앉길 기다렸다. 매스꺼움을 동반한 어지럼증은 결국 구토, 설사 등을 일으키는데 그게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리고 동시에 식은 땀이 나는데 몇 시간 후 식은 땀이 멈추면 그간의 증세도 대체로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오전에 해야 했던 원고작업들을 뒤늦게 시작했는데 오후 1시 반쯤 세상이 또 돌기 시작했다. 내 귀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이번엔 지진이었다. 자카르타에서 약 100킬로 미터 정도 떨어진 찌안주르(Cianjur) 지역에 5.6 규모의 지진이 닥쳐 자카르타는 물론 반둥까지 흔들었다. 이번..

매일의 삶 2022.11.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가장 위로가 된 말

내가 이렇게 열심히 봤던 드라마가 있을까 싶습니다. 로 인해 지난 8주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예쁜 이야기, 착한 마음들, 좋은 사람들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특히 매 화마다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는 현웃 터지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드라마 보면서 한참을 웃어본 것도 오랜만의 일입니다. 물론 웃겨서 웃었던 것만은 아닙니다. 마지막 회인 16화에서 장관 청문화를 앞둔 태수미 변호사를 만나려고 국회 앞에 간 우영우에게 차를 운전해 함께 간 이준호가 '우영우를 만나는 것은 집사가 고양이를 대하는 것과 같다'고 얘기하며 계속 만나고 싶은 마음을 피력하죠. 새침맞은 고양이가 집사를 그리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고양이로 인해 행복한 순간이 더 많다고 말하면서요. 차를 내리기 직전 우..

매일의 삶 2022.09.12

나쁜 친구를 대하는 법

내 친구 메니에르 2008년 전후의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하던 미용실 방문판매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매에 비해 특별히 매출이 느는 것도 아닌데 방판조직을 꾸리고 영업비를 지불하고 오토바이를 추가로 사는 등 비용만 자꾸 늘어갔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직원들이 직접 우리 미용가위를 들고 자카르타와 반둥 시내의 미용실 수백 군데를 돌아다니니 지면광고를 내는 것보다 홍보효과가 획기적으로 높다는 것이었죠. 문제는 현금수금을 하는 상황이라 매일 정산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기 쉽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밤늦더라도 직원들이 모두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 수금한 돈을 보고서, 들고 나갔던 남은 물건들과 제출받고 퇴근하는 시스템이었죠. 영세기업 돌아가는 게 그랬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사고는 수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