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와 글쓰기 사실 세상이 멸망할 때엔 우리가 무슨 짓을 하며 버둥거리든 다 부질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의 말처럼 그 순간 정말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 사과열매 맺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나무를 심는 것이 그의 심란한 마음을 가다듬는 가장 효과적인 행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저 말을 한 철학자는 코 앞에 닥쳐온 세상의 종말 앞에서 절망으로 몸부림치거나 남은 시간 동안 술과 마약, 약탈 등의 형태로 그간 억눌러온 모든 욕망을 유감없이 드러낼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고고함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난 굳이 그 고고함에 묻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혼자 종말을 맞아야 한다면 아마도 골방에 들어가 글을 쓸 것 같습니다. 내겐 그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아시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