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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동향 (2023년 8월) 본문
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8월 보고서
□ 출판계 이슈 및 주요 동향
ㅇ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정부-관련 단체 협력 혐의
도서 불법복제, 디지털 도서 불법유통 등으로 인도네시아 출판산업이 위기에 처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불법복제와 불법유통의 문제는 단지 도서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거의 모든 창의경제부문이 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영상, 음원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정부 유관부처도 나서 관련 협회, 단체들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협력을 시도하고 있다.
2023년 8월 22일 법무인권부가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를 포함한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청문회 형식의 사정청취회가 열렸다. 법무부 산하 지적재산권중재조정국이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 저작권복제협회(PRCI), 인도네시아음악가연맹(FESMI) 등 세 단체를 불러 모아 청문회 형식의 사정청취를 한 것이다.
지적재산권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은 지적재산권중재조정국(BAMHKI)이 맡고 있다. 이곳은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 처리를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법 집행 및 분쟁 당사자 보호 등의 역할을 한다.
청문회의 주요 테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음원과 도서에 대한 대규모 해적행위, 불법복제와 유통에 관한 사안이었다.
지적재산권중재조정국은 궁극적으로 정부와 이들 단체들 사이에 지정재산권 보호 협력방안을 명시한 MoU 체결을 도모하고 있다. 각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면 협력방식과 MoU 체결을 위한 타임라인 등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인도네시아에서의 지적재산권 보호활동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으므로 해당 MoU가 체결된다고 하여 현재 창궐하고 있는 지적재산권 불법복제와 유통이 어떻게 얼마나 규제되고 감소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출처: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 홈페이지[1]
ㅇ 에카 꾸르니아완 작가 태국에서 동남아 집필상(S.E.A Write awards) 수상
‘호랑이 남자’ 등으로 한국에서 많이 알려진 인도네시아 유명 소설가 에카 꾸르니아완(Eka Kurniawan)이 태국에서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Cantik Itu Luka)로 동남아 집필상(S.E.A. Write awards)을 받았다. 이 소설은 매춘을 강요받고 예쁜 세 딸을 낳은 후 넷째를 임신했을 때 그 아이가 매춘을 강요받는 삶을 살지 않도록 못생기게 태어나길 바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이 소설은 2002년 처음 출간된 후 30여 개국에 번역본이 출간되었고 한국에도 2017년 12월 도서출판 오월의봄이 번역본을 출판했다
에카의 수상소식은 에카 자신과 출판사 GPU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졌다.
S.E.A. Write awards는 동남아시아 소설가와 시인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1979년에 제정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에카 꾸르니아완은 같은 작품으로 2016년 홍콩에서도 세계독자상(World Reader's Award)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독일, 폴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2개국에 번역본이 출판되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 드틱닷컴[2]
ㅇ 도서산업 관련업부, 관광창조경제부에서 촌락오지개발이주부로 이첩
2014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처음 취임한 후 여러 창의경제부문 관련 정책을 결정하던 창조경제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만들어졌다가 2019년 대통령 2기 임기 시작과 동시 축소되면서 관광부로 편입된 것은 도서출판산업 등 창의경제부문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창조경제위원회를 흡수한 관광부는 관광창조경제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다가 2019년 대선 당시 야당 부통령 후보였던 산디아가 우노(Sandiaga Uno)가 2020년 12월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으로 입각하자 힘있는 장관이 창의경제부문에 획기적인 지원을 해줄 것이라 기대되었으나 그는 거의 모든 역량을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괴멸적 상황에 처한 관광산업 부활과 재건에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출판 관련 다양한 발언을 내놓았고 2021년에는 전임자가 그랬던 것처럼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IIBF 2021)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연설을 하는 등 나름 관심을 보였는데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에 관광창조경제부 장관 대신 촌락오지개발이주부(Kemendes PDTT) 장관이 대신 참석하기 시작했고 올해에도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가 진행하는 사업에 촌락오지개발이주부와의 다양한 협력과 MoU 체결이 눈에 띈다.
촌락오지개발이주부의 업무가 주로 낙후된 시골과 오지를 개발하고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것이므로 사실상 도서출판산업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데 IKAPI 관련사업의 주무부처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초점이 도서산업 지원보다는 도서출판산업 구성원들과 협력하여 시골과 오지에 도서관을 짓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문해력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물론 도서출판산업의 정책결정은 여전히 관광창조경제부가, 교과서 관련 업무는 교육문화연구기술부가 관장하고 있다.
* 참조: 안타라뉴스[3]
□ 디지털출판(전자책, 오디오북 등) 관련 시장 동향
ㅇ 인도네시아어 PDF판 e-북 사이트
무료 e-북 사이트를 검색하면 구텐버그나 아마존 같은 해외 사이트들이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까지는 인도네시아판 e-북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사이트들도 많이 검색되었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에서 불법 사이트들을 상당 부분 폐쇄하거나 차단하여 접속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당 사이트에서 곧바로 특정 e-북을 열어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으로 읽을 수 있게 한 e-북 사이트는 미미한 편이고 아직도 인도네시아어 e-북을 합법적으로 접할 수 있는 사이트들은 대부분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방식이다. 그중 다음과 같은 사이트들이 대표적이다.
- 두니아 다운로드(Dunia Download)[4]: 가장 많은 종류의 전자책 구비
- 깔람꼬삐(Kalam Kopi): 전자책뿐 아니라 저널, 기사 등의 콘텐츠도 제공
- 네이버블로그(Naberblog)[5]
- 시민도서실(Rakyat Membaca)[6]: 최근 R Membaca로 사이트 이름 변경. 인니어 소설들뿐 아니라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등을 비롯해 많은 해외 콘텐츠의 인도네시아 번역본 PDF 파일 다운로드 가능.
- PDF 커피(PDF Coffee)[7]: 회원가입 필수. PDF 파일은 물론 일부는 워드파일로도 다운로드 가능
- 바까수라 쯘더키아(Bakasura Cendekia)[8]: 소설 외에도 역사, 정치, 비즈니스, 종교에 관한 다양한 장르의 도서 제공. 공무원 준비시험을 위한 e-북 도서들도 구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
출처: 아이트코딩닷컴[9]
□ 출판계 인사 인터뷰
ㅇ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 한국어과 신영덕-이전순 교수 부부 인터뷰
출판계 인사 인터뷰 항목에 현지 대학교 한국어과 교수의 인터뷰를 싣는 것은 인도네시아 대학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궁극의 한류이기도 하거니와 한국어 콘텐츠를 현지 출판하는 과정에서 한국어를 인도네시아어로 통-번역하는 인력 상당수가 이들 한국어과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교육대학교(Universitas Pendidikan Indonesia – 이하 UPI)에 한국어과를 개설하고 8년간 가르친 신영덕 교수 부부를 인터뷰한 것은 그 정도 기간을 현지 한국어 교육에 전적으로 투신한 학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14년간의 인도네시아 생활을 마치고 지난 8월 19일 영구 귀국해 청주에 안착했는데 원래 반둥을 중심으로 생활하던 신교수 부부를 자카르타에서 8월 9일 저녁식사를 모시며 인터뷰할 수 있었다.
신영덕 교수는 1976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고 1980년 교수요원이 되어 24년간 생도들을 가르치다가 2008년 대령으로 전역한 후 이듬해인 2009년부터 인도네시아에 넘어와 한국이라면 서울대학교에 해당하는 인도네시아대학교(UI)에서 6년, 반둥 UPI에서 8년 간 교편을 잡고 한국어를 가르쳤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UI, UPI, 가자마다대학교(UGM), 나시오날 대학교(UNAS) 등 4개 대학교가 4년제 한국어과 정규 학사학위과정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교양과목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들도 꽤 된다. 한국어를 전공하지 않고도 K-pop과 한국드라마들을 자막 없이 이해하기 위해 독학하거나 현지 6개소에 설치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교수가 개설한 UPI의 한국어학과는 4개 대학교 중 가장 늦게 생긴 곳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국어과 졸업생들의 취업문제로 진행되었다.
- 한국어과 학생들은 요즘도 대부분 졸업과 동시에 한국기업들이 다 데려가지 않나요?
답변: 예전에 UI에 있을 때엔 포스코가 한국어과 졸업생들을 한 번에 40명씩 데려가곤 했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업들이 한국어과 학생들을 뽑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들이 취직을 원치 않기 때문이에요. 요즘 학생들은 기업에 취직하기보다는 프리랜서가 되길 원해요. 설문조사를 해보면 80% 정도 되는 학생들이 졸업하고나서 프리랜서로 통-번역을 하거나 한국어 레슨을 하겠다고 나와요. 특히 강사와 학생들 인터넷 레슨을 연결해 주는 사이트가 있는데 특히 그쪽으로 많이 갑니다. 그건 UPI 졸업한 학생들은 초중고 교사 자격증을 받는데 교사가 되어도 급여나 처우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에요.
- 요즘 대학교 한국어과에 개설된 과정이 없어지는 일도 많다는데
답변: 그건 교수요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학위 과정을 만들려면 최소한 인도네시아인 교수 5명이 필요한데 교수 확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어과 나온 학생들이 석-박사 학위를 따려고 한국에 가는 경우가 많고 그 친구들이 학위를 따고 인도네시아에 돌아와야 현지 대학교 한국어학과들이 부흥할 텐데 문제는 그렇게 한국에 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모든 게 한국이 더 편리하고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든 인도네시아에서 교사나 교수로 벌게 될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벌기 때문이죠.
UPI의 경우엔 신임강사에겐 첫 해엔 인턴 개념으로 한달 월급이 170만 루피아(약 14만 원) 수준의 급여를 주고 2년차부터 300-400만 루피아(25만~34만 원) 정도를 줍니다. 어쨌든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해요. 현지에서 교수나 강사에 대한 처우가 그래요. 한국에서는 한국인들에게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치거나 그곳 인도네시아인 커뮤니티 관련한 일을 해도 한 달에 몇 백만 원을 벌 수 있으니 석-박사를 딴 인도네시아 인재들이 한국에서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 일전에 한인사회 커뮤니티에서 조직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UPI가 가장 두각을 보이곤 했는데 한국어과 설치가 가장 늦은 학교가 이미 연조가 깊은 UI, UGM, UNAS를 압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답변: UPI 한국어학과 첫 신입생인 2015년 학번 학생들은 특별히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보다 당시 경쟁률이 높지 않아 정보력이 높아 그 사실을 알아낸 부모를 가진 학생들, UPI의 다른 학과를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퀄리티가 너무 좋았어요. 훌륭한 학생들이 좋은 성과를 낸 겁니다.
실제로 팬데믹 이전인 2018-2019년 사이 자유총연맹 인도네시아 지부에서 매년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열었는데 UPI 학생들이 참가자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했고 그들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깜짝 놀랄 정도로 월등히 뛰어났다.
한편 대부분의 UPI 한국어과 졸업생들이 취업보다는 통번역 프리랜서를 선호한다고 하지만 필자가 실제 출판현장에서 만난 한국도서 번역가들은 오히려 대학에서 다른 과를 나오고 한국어는 독학으로 공부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UPI 한국어과 졸업생들은 도서 번역이 아니라 계약서 같은 상업문서 번역 쪽으로 많이 진출한 것이라 보인다.
한국도서 번역가들이 대부분 독학 출신이란 것은 인도네시아 젊은이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망이나 수요에 비해 이를 가르칠 대학이 부족하거나 4년제 정규 학사학위 한국어 학과는 대체로 기업 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규 한국어과 졸업생들 중에 한국어 콘텐츠를 출판사나 독자가 납득할 만한 인도네시아어로 풀어낼 만한 문장력과 문학적 소양을 가진 이들이 매우 적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를 연구하거나 현지 한인사회에 크게 기여한 학자들과 교수들이 예전부터 적지 않았지만 신영덕 교수 부부는 특별히 현지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에 오랫동안 투신한 인물로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이상)
[1] 출처: 출판협회 홈페이지
[2] 출처: 드틱닷컴
https://hot.detik.com/book/d-6871534/eka-kurniawan-raih-penghargaan-sea-write-award-dari-kerajaan-thailand
[3] 출처: 안타라뉴스
[9] 출처: 아이트코딩닷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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