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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민속과 주술

그다벨(Gedhabel)

beautician 2023. 8. 1. 11:04

몇 년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저평가된 귀신들을 쭉 찾아 본 적이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봤다는 거지 만나봤다는 게 아닙니다.

 

인도네시아는 아무래도 자바가 주축이 된 나라여서 귀신들도 자바 귀신들이 주름 잡는 곳입니다. 꾼띨아낙이나 뽀쫑, 건드루어 같은 전국구 귀신들도 사실은 붙잡아 놓고 출신을 따지면 아마 자바 출신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런데 자바 출신이면서도 거의 소개되지 않은 친구가 하나 있어 여러분께 소개드리려 합니다.

 

이름은 그다벨(Gedhabel) 또는 가벨(Gabel)이라 하는데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드러난 적이 없지만 긴 혀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 특이한 마물은 비가 내려 천지가 젖은 어느 저녁, 또는 죽은 이가 있어 시신을 씻기고 난 직후여서 아직도 발이 축축할 때 맨발로 땅을 딛는 사람 등 뒤로 나타나 긴 혀로 사람의 발꿈치를 핥고 지나갑니다. 사람이 기겁을 하고 돌아서도 그곳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때 그 사람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 또는 밤에 집 밖에 나갈 때엔 반드시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그나마 그다벨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는 모양이어서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도 양말에 실내화를 꽁꽁 동여 신고 있어야 했을 겁니다.

 

중부자바 뜨갈(Tegal) 가까이에 그다벨(Gedhabel)이란 지명이 있는데 아마 거기 출신 귀신인 모양입니다.

 

어두운 밤 축축한 바닥에 내려설 때 발뒤꿈치를 핥으려 도사리고 있는 그다벨을 조심하세요.

 

팅커벨과는 전혀 다른 부류입니다.

 

얘 아니고
얘?
또는 얘^^

 

 

 

2023.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