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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동향 (2023년 4월)

beautician 2023. 5. 15. 11:04

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4월 보고서

 

출판계 이슈 및 주요 동향

 

국립도서관, 소장도서 1,500만 권 디지털화 완료

 

국립도서관장 무함마드 샤리프 반도(Muhammad Syarif Bando)3 20() 반다르람뿡에서 열린 문해력 페스티벌(Festival Literasi)에서 대중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1,500만 권의 디지털 도서를 출시하여 국립도서관의 소장도서 불균형 문제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도서량의 절대 숫자 부족이 최근 수년간 국립도서관이 당면하고 있던 문제였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을 누가 빌려가면 그 책을 찾는 사람들이 수십 명씩 줄을 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표준 독서량은 한 사람이 매년 세 권의 새 책을 읽는 것인데 한 해 한 사람이 평균 15권의 책을 읽는 나라도 있다. 인도네시아 분명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국립도서관은 그간 도서 접근성과 독서의욕 함양을 위해 1,500만 권의 전자책을 출시하고 2백만 명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양성에 앞장섰다.

 

1,500만 권의 전자책이 구비됨에 따라 사람들이 굳이 국립도서관에 직접 와서 책을 빌리거나, 다른 사람이 이미 해당 도서를 모두 빌려갔을 경우 책이 반납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필요 없이 인터넷 네트워크가 깔린 환경에서 핸드폰이나 랩톱 같은 기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해당 컨텐츠에 접근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국립도서관이 디지털화를 완료한 도서들은 130만 권의 학술지, 1,200만 부의 해외 신문, 150만 권의 국내도서 등이다.

 

종이책 조달은 인쇄역량의 한계 등 많은 물리적 제약이 뒤따르고 이를 위해 적지 않은 국가예산 또는 지방정부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 국립도서관이 소장도서들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독자들 역시 전자책의 형태로는 누구나 쉽고 빠르게 특정도서의 내용이나 요약설명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참고도서의 각주를 다는 것이 더 용이하다.

 

출처: 안타라뉴스[1]

 

 

그라메디아 출판사, 영화제작사와 제휴해 소설 원작 세 편 영화화 준비

 

그라메디아 출판사의 사내 출판그룹 그라메디아 뿌스타카 우타마(Gramedia Pustaka Utama - 이하 GPU)는 제레미 토마스(Jeremy Thomas)의 크리에이티프 파워 매니지먼트(Creative Power Management 이하 CPM)와 함께 4 5() 자카르타의 서부 빨메라 소재 그라메디아 사옥에서 열린‘책에서 화면으로(From Book to Screen)’란 행사를 통해 세 편의 소설 원작을 영화화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영화로 각색될 소설들은 아라타 킴(Arata Kim)의 ‘아스마라로카(Asmaraloka), 나라 라무시(Nara Lahmusi)의 ‘별 가득한 하늘(A Sky Full of Stars), 사사 아하디아(Sasa Ahadiah)의 ‘다시 자유(Kembali Bebas), 이렇게 세 권이다.

 

이들 소설가들은 그라메디아의 글쓰기 프로젝트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아스마라로카는 2020년 그라메이다 글쓰기 프로젝트 ‘라이터스쇼 2020(The Writers Show 2020) 우승작, ‘다시 자유’는 같은 대회 최종심까지 오른 작품이고 나라 라무시는 2017년 제3회 그레메디아 글쓰기 프로젝트에서 결선에 오른 75명 중 한 명이다.

 

아스마라로카는 학창시절 첫사랑을 나눈 후 8년 만에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한 한 IT 자문회사에서 상사와 부하로 다시 만난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별 가득한 하늘’은 각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십대 세 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편, 올해 1월에 막 출간된 ‘다시 자유’는 50대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한쪽이 그간 감옥에 갇혀 살았다며 이혼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정체성의 문제를 들여다보았다.

 

해당 소설들은 GPU가 보낸 여러 편의 시놉시스 중 영화화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세 편을 CPM이 선정한 것이다. CPM 측은 이들 소설을 영화화하는 데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전망했고 각색 과정에서 원작에 비해 내용과 전개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므로 이를 작가가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대개 독자들의 각광을 받아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소설들을 영화화하는 종래의 관행과 달리 이번 GPU-CPM의 프로젝트는 해당 소설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길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력한 작품들을 출판사와 영화제작사가 함께 일찌감치 발굴해 영화화한다는 점에서 출판산업과 영화산업의 접점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영화화되는 GPU 출간 소설들

 

출처: 꼼빠스닷컴[2]

 

ㅇ 그라메디아가 발표한 2022년 최고 한국 자기계발서

 

<1> 2022년 각광받은 한군 자기계발서

한글제목 외국어 제목 저자 출판사 현지출판시기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Things Left Behind 김새별, 전애원 그라메디아 뿌스타카 우타마(GPU) 2021 12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Nyaman Tanpa Beban 김수현 엘렉스 메디아 꼼뿌틴도(Elex Media Komputindo) 2021 7
지쳤거나 좋아하는 것이 없거나 Aku Bukannya Menyerah, Hanya Sedang Lelah 글배우 하루출판사(Penerbit Haru) 2021 7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Siapa yang Datang ke Pemakamanku Saat Aku Mati Nanti? 김상현 하루출판사 2020 10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I want to Die But I want to Eat Tteokpokki 백세희 하루출판사 2019 9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어 Aku Ingin Pulang Meski Sudah di Rumah 권라빈 하루출판사 2021 11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The Things You Can See Only When You Slow Down 혜민스님 부아나 일무 뽀뿔러르(Bhuana Ilmu Populer 2020 8
자존감 수업 How To Respect Myself 김홍균 트란스메디아(Transmedia) 2020 3

 

<그림 2> 현지 출판된 한국 자기계발서

출처: 꼼빠스닷컴[3]

 

ㅇ 교과서 최고소매가(HET) 결정 관련 조사와 홍보

 

도서산업 시스템에 관한 2017년 기본법 3호 및 2017년 기본법 3호 시행령에 관한 2019년 정부 령 75호는 품질 높고 저렴하며 균형 잡힌 도서를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세부 업무 중 하나로 교육문화연구개발부 산하 도서산업-교과표준-교육평가국(이하 도서산업국)이 교과서의 최고소매가(HET) 설정업무를 담당한다.

 

HET는 특정 상품에 대해 결정한 상한가로 여기서는 도서 소매가 상한선을 뜻한다.

 

2023 2월 도서산업국은 출판사, 인쇄사, 온라인 종이가게/유통업체의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도서 제작 구성요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3 15일에는 교과서의 HET 구성요소에 대한 자료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 전국 여러 주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솔로, 보고르, 수라바야, 메단, 마카사르 등에서 인도네시아 출판협회의 해당도시 지부 소속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홍보작업도 이루어졌다.

 

출처: 인도네시아출판협회 홈페이지[4]

 

 

□ 인도네시아 전자책 시장

 

ㅇ 인도네시아 교과서 디지털화 프로그램의 문제점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부터 교육 디지털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정보통신기술(ICT)를 이용해 교사와 학생 모두 더욱 편리한 교육관경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가 검토하여 아리스 힐만 누그라하 출판협회장이 IKAPI 홈페이지에 게재한 관련 내용을 게재했다.

 

아리스 회장은 디지털화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의 지론은 도서 디지털화라는 것이 단순히 종이책을 컴퓨터 화면으로 읽게 하는 플랫폼의 변화, 콘텐츠의 PDF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서업계 종사자들과 정부당국, 독자들, 특히 해당 도서가 교과서일 경우 이를 읽는 학생들의 사고방식 자체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을 디지털화 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양방향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상호작용기능은 4세대 오디오북에나 장착되어 있는 기능이다.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오디오북을 비롯한 전자책들은 대부분 상호작용기능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그다지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4분의 1이 아직까지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도 콘텐츠 다운로드에 어려움이 있거나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며 상호작용보다는 일방적으로 스트리밍되는 내용을 따라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네시아의 교육 디지털화 프로그램엔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지만 우선 유통과 공급과정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교과서 유통과 확보를 위해 SIPlah (Sistem Informasi Pengadaan Sekolah)이라 부르는 ‘학교조달정보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완전한 디지털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다. 실제 거래는 여전히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며 SIPlah 시스템은 단지 관련 정부기관과 학교들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부수적인 기능을 하는 정도로 제한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3> 교육문화연구기술부의 학교조달정보시스템

또 다른 문제는 디지털화되어 공급되는 전자책 교과서 등의 가격이다. 학교조달정보시스템을 통해 도서를 구매하려면 일단 해당 도서가 교육문화기술연구부 웹서비스에 등록되어 있어야만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조달정보시스템이 비단 도서뿐 아니라 평가 시스템이나 최고소매가(Harga Eceran Tertinggi 이하 HET) 설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도서 상품들도 취급한다는 점이다. 소매상들은 해당 상품을 절대 HET 이하로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판매승인이 나지 않았거나 학교조달정보시스템에서 HET을 설정하지 않은 상품들도 얼마든지 SIPlah 시스템을 통해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는 상태여서 HET 설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내로라하는 도서 출판사들이 아예 학교조달정보시스템(SIPlah)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HET 설정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SIBI(Sistem Informasi Perbukuan Indonesia)라고 이니셜로 표시하는 ‘인도네시아 도서산업 정보시스템’이란 것이 있는데 학교들이 이 사이트에서 도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SIPlah에서와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학교가 도서/모듈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지방에 있는 학교들은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져 해당 모듈 다운로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결국 예전과 같이 종이책 교과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학교들이 많다.

 

마지막 문제는 지속가능성과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것이다.

 

디지털 도서가 나오기 시작한지 오래 되었지만 사람들 사고방식은 아직 평균적으로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전자책을 낼 경우 단지 인쇄비만 절감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인쇄와 유통비용만 빼는 방식으로 전자책 가격을 정할 수는 없다. 추가로 감안해야 할 다른 요소들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책 한 권이 도서관에 비치되면 500명 정도가 돌려가며 빌려 볼 수 있었다. 현대의 전자책은 5,000명도 넘는 사람들도 한꺼번에 접속해 읽어볼 수 있다.

 

종이책의 출판량도 많이 줄었다. 종이책의 초판 인쇄부수는 지금도 계속 줄고 있어 10년 전만 해도 초판을 3,000-4,000 부 정도 찍던 것을 이제는 많아야 2,000부 정도를 찍는다.

 

코로나 팬데믹도 도서판매량 감소에 일조했다. 하지만 독서문화가 잘 자리잡은 선진국의 경우에는 독서량이 해당기간에 오히려 증가하는 전혀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는 종이책과 오디오북 판매량이 괄목할 만큼 증가했다.

 

교육 디지털화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2017년 도서법에 따르면 정부 당국은 건강한 도서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책임이 있다. 현재 작가, 출판사,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인쇄업자, 서점, 전자책 출판사 등의 상호 관계가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정부당국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뜻이지만 인도네시아출판협회는 정부가 도서 생태계 안에서 필요한 중재역할을 하지 않을뿐더러 그 존재감 역시 희미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출처: 인도네시아출판협회 홈페이지[5]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