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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무력감의 원인

beautician 2023. 2. 19. 14:00

요즘

 

잘 생각해 보면 지난 해 말부터 마음의 여유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 단적인 예가, 이 블로그를 둘러보면 그간 내가 틈틈이 쓰던 개인 에세이들이나 평론은 거의 사라지고 기사번역들만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일에 매몰되어 버린 거다.

 

사실 내 시간을 좀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가성비 떨어지는 일들을 그 사이 꽤 많이 줄였다.

인니투데이에 번역기사 제공하는 일이나 데일리인도네시아에 지난 2년간 연재했던 '무속과 괴담 사이' 를 지난 12월말로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코로나팬데믹 관련한 사회활동규제를 지난 해 연말에 풀면서 2020년 3월부터 유지해왔던 코로나 확진자 추이와 대사관 안전공지를 받아 게재하던 것도 함께 그만 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좀 여유로워졌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저작권보호원 용역을 받아 올해 연말까지의 기간 동안 계약하고 관련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용역비를 내가 혼자 다 먹을 생각이었다면 하염없이 바쁘면서 보고서의 퀄리티는 날이 갈 수록 떨어졌겠지만 두 명의 보조원에게 적잖은 보수를 주면서 도움을 받고 있어 이게 이리 바쁠 일인가 싶은 게 사실이다. 물론 현재 추세대로라면 3월말쯤부터는 해당 업무에도 조금 여유가 생길 것이다.

 

물론 영화진흥위원회 통신원과 출판진흥원 코디네이터는 각각 8년차와 3년차에 접어들었고 가장 스트레스를 받으며 원고를 쓰고 있는 언론진흥재단 일도 2년을 넘겨 어느새 3년차가 되었다. 

 

영진위 원고는 분량이 많아도 별 스트레스가 되지 않는 게 관련 기사가 넘쳐나고 나도 어느 정도 식견이 생겨 시장조사와 분석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진흥원은 인도네시아 출판산업에 대한 소식이 영화에 비해 10분의 1도 신문지면에 오르지 않아(느낌상은 100분의 1) 월간 리포트를 위해 자료를 모으는 게 힘든 일이지만 자료가 없다면 인터뷰를 나가면 될 일이어서 시간 배분만 잘 하면 출판계 인사들, 주요 출판사들, 작가들 인터뷰로 보고서를 가름할 수 있다.

 

문제는 언론진흥재단 원고는 현지 언론동향에 대한 것인데 정부 발표를 받아쓰기만 하고 자기 색체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현지 언론상황에서 '언론동향'이라 할 만한 것에 대한 자료가 나올 리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매번 원고마감일이 다 되도록 주제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좀 더 긴밀한 조사와 기자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극복해 나갈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단지, 원고료에 비해 잡아먹는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그래서 작년 말엔 신춘문예를 엄두도 내지 못했고 올해 진행되는 모든 문학상 공모전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마감에 쫒긴다. 

이런 저런 용역들을 검토하여 받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한다.

그 사이에 사람들을 만나고 한 업체를 위한 대관업무도 진행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요즘 느끼는 스트레스나 부담감, 무력감의 원인은 아닐 것 같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걸까?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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