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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퍼더리딩의 리소그래프 인쇄기

beautician 2022. 12. 27. 11:59

디자이너 대상의 출판사 퍼더리딩(Further Reading)과 리소그래프 인쇄기

 

리소그래프 출판물의 예

 

 

반둥에 위치한 업체 퍼더리딩(Further Reading)은 다양한 인쇄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리소그래프(Risograph) 인쇄가 그들의 무기 중 하나다.

 

리소그래프 인쇄기는 주로 교회 주보나 홍보물, 소규모 프린트물 제작 따위에나 쓰이던 것인데 그동안 잊혔다가 최근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는 완전히 매끈하고 실제에 가까운 이미지들과 달리 거칠고 낡은 듯한 리소그래프의 매력을 재발견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리소그래프’라는 인쇄기는 일본 리소과학공업주식회사에서 개발한 실크스크린 방식의 디지털 공판인쇄기다. 작은 구멍으로 잉크가 묻어나오도록 만들어졌고 이렇게 묻어 나온 작은 색점들의 선명도와 조밀도에 따라 색의 옅고 짙음의 표현이 가능하다. 흔히 쓰이는 옵셋인쇄(offset printing- 색이 미리 조합되어 인쇄됨)와 달리 한 번에 한 가지 색만 인쇄할 수 있어(spot color process- 별색인쇄), 잉크에 없는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색의 판을 겹쳐 찍어 조합해야 한다.

 

20여 년 전에는 적, 청, 녹, 갈, 흑의 5가지 잉크를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20여 개 색의 잉크로 더 다양한 색 표현이 가능해졌고, 색의 조합 가능성은 그만큼 더 무궁무진해졌다. 2016년 이전까지 최대 출력 사이즈가 A3에 불과했다는 점, 코팅된 종이에 사용할 수 없었다. 소규모 서점이나 독립출판물 시장에서도 이 리소그래프 인쇄물을 접할 수 있다. [1]

 

퍼더리딩은 어딘가 팍팍할 것 같은 소규모 사업자 분위기를 풍기지만 실제로는 매우 독립적인 사고방식으로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사업체라 할 수 있다.

 

이 출판사는 새내기 디자이너들이 읽어 볼 만한(그래서 ‘퍼더리딩’이란 출판사 이름이 유래) 일련의 참고서들을 출판하는 소규모 온라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이니셔티브)로 시작했다가 본격적인 출판사로 거듭났다.

 

자칭 "독립적 다중 포맷 안쇄 플랫폼"인 퍼더리딩은 이제 세 번째 인쇄본과 새로운 시리즈인 ‘서빙 서제스쳔(Serving Suggestion)’을 통해 서서히 인도네시아 디자이너 사회에서 친숙한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퍼더리딩은 2022년 뉴욕, 동경의 북페어에 참가하면서 성장을 위해 발판을 닦았다.

 

행간 읽기

퍼더리딩의 설립자인 야누아르 리얀토(Januar Rianto)는 2022년 11월 19일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이 모든 것이 디자이너를 위한 것이었고 그들이 읽어주길 진정으로 바랬다고 말한다.

 

“내 디자이너 친구들은 학창시절부터 사물이나 개념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지 말고 무조건 외우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시험날이 닥치면 문제는 언제나 외운 것과는 딴판이었기에 모두 애를 먹어죠. 내 말은 디자인이란 암기과목이 아니란 것입니다.”

 

퍼더리딩은 ‘Further Reading Print No. 1/Further Reading Print Issue One’이라는 제목의 첫 출판물을 2019년에 찍었다. 리소그래프(Risograph) 인쇄 기술을 사용했는데 Coptic 바느질 바인딩 프로세스를 연상시키는 오픈 스파인 바인딩을 특징으로 하여 흥미로운 시각효과를 나타냈다.

  

오픈 스파인 바인딩(왼쪽)과 콥틱 바인딩 바느질 방식

 

리소그래프의 엉성해 보이는 효과

그해에 퍼더리딩은 싱가포르 아트북페어(Singapore Art Book Fair)에 참여했다. 처음엔 거절당했다가 나중에 다른 출판사와 부츠를 함께 쓰는 조건으로 참여를 허락받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런던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싱가포르 아트북페어 준비기간이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80여권의 책이 팔리는 등 반응이 좋았다. 퍼더리딩은 리소그래피 방식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퍼더리딩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출판물을 반둥의 인쇄소에 외주를 맡겼지만 세 번째 출판물부터는 자체 리소그래프 인쇄기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외주 인쇄소를 사용할 때에는 필납기를 맞추어 받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리소그래프 기계를 이용해 출판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1940년대에 개발된 기계로 인쇄작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이재질이 기계에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구닥다리 리소그래프 인쇄기도 일단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손에 익어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출간물을 위해

야누아르가 확인한 바 잘맞는 용지는 문켄(munken)이라는 스웨덴 제품인데 마침 북부 자카르타의 한 유통업체에 재고가 있어 500장 들이 종이팩 16개를 구해 반둥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찍은 인쇄물을 바인딩 업체에 보냈는데 일이 밀린 바인딩업체는 인쇄물을 보낸지 한달 후에서야 퍼더리딩의 인쇄물을 발견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인쇄물이 섞여버려 페이지 순서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야누아르는 해당 인쇄물을 다시 집으로 가져와 모두 순서를 맞춘 후 이번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자카르타 소재 바인딩업체에 가져다주어야 했다.

 

퍼더리딩의 최신 시리즈 출간물인 서빙 서제스쳔(Serving Suggestion)의 경우에도 리소그래프 운전기사가 1000장을 잘못 인쇄하는 사고를 졌다.

 

현재 퍼더리딩은 네 번째 책을 내기 위해 준비하면서 아티스트나 다른 창의적인 사람들과의 협업을 주진하는 FR Zine 시리즈와 같은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Fries n Sauce, Godmatter 등과도 손을 잡았고 반둥 갤러리나 거리 예술가들, SEA Type Design zine과도 협업했다.

 

퍼터 리딩은11월 25-27일 기간 UAE 샤르자(Sharjah)에서 열리는 Art Book Fair인 Focal Point와 12월 2일~4일 기간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트북페어에도 참가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culture/2022/12/01/publisher-further-reading-showcases-the-resilience-of-indonesias-designer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