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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통합군사령관과 육참총장의 불화가 의미하는 바

beautician 2022. 9. 15. 09:35

위기의 장군들

2021년 11월 육군참모총장 직을 두둥 압두하흐만에게 공식 인수인계하는 안디카 뻐르카사 통합군사령관

 

 

최근 인도네시아 국회 제1위원회 실무회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군 업무보고에서 안디카 뻐르카사 통합군사령관과 두둥 압두라흐만 육군참모총장 사이의 불화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두 사람이 대놓고 삿대질하며 싸우는 장면을 본 사람은 없지만 그들의 불화가 감지된 것은 아무리 중요한 군 관련 행사라 해도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8월에 진행된 미군-인도네시아 주축의 다국적 합동군사훈련 수퍼 가루다 쉴드(Super Garuda Shield) 개막행사에 안디카 사령관이 참석했지만 정작 두둥 육참총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거꾸로 바로 얼마전 2022년 예비군(Komcad) 지원행사에는 두둥이 참석하고 안디카가 오지 않았다.

 

두 사람의 불화설이 절정에 이른 부분은 두둥의 아들이 사관학교 입학시험에 불합격했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보도한 기사들은 안디카 사령관이 이를 사주했거나 방치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나중에 안디카 사령관이 두둥 아들은 사관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단숨에 잠재웠다.


국회 제1위원회 실무회의에서 또 다시 두 사람의 불화설이 불거진 이유는 안디카 사령관이 휘하 참모들과 함께 참석한 그 자리에 두둥 육참총장만 또 다시 불참했기 때문이었다. 두둥은 당시 다른 도시를 방문 중이었고 안디카 사령관과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며 고의 불참의혹을 부인했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 정도는 분명해 보인다. 그간의 상황을 보면 그들이 서로 꺼리거나 혐오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성격상 단도직입적일 수밖에 없는 두 장군이 말로 담판을 짓는 게 아니라 소모적인 기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로 치면 육군참모총장이 합참의장에게 항명하는 모양새인데 안디카 사령관이 두둥 육참총장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1964년 12월생으로 작년 11월 통합군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올해 12월 정년을 맞는 안디카 사령관이 임기를 아직 3개월 이상 남겨놓고 혹시 레임덕에 빠져 군 통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아닐까?

 

안디카 사령관은 3년간의 육참총장 시절 언론 노출빈도가 높았고 대부분 긍정적인 이슈들을 몰고 다녔다. 특히 2021년 3월에는 여군에 복무하다가 성기기형인 남성인 것으로 밝혀진 아쁘릴리오 뻐르까사 망아난 이등하사의 성복원수술과 군복귀 전과정을 보살피며 자상하면서도 결단력 넘치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그해 8월에는 수십 년간 계속되어 온 여성 군지원자들에 대한 처녀성 검사를 전격 폐지하면서 악습폐지와 군풍(軍風)쇄신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그가 해군과 공군의 경쟁자들을 사이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통합군사령관으로 임명된 것이나 최근 나스뎀당이 언급한 2024 대선 세 명의 후보 중 한 명으로서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와 나란히 언급된 것도 안디카 사령관의 그런 이미지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65년 11월생인 두둥은 지난해 11월 육참총장에 임명된 후 세간에 별다른 화제를 몰고오지 못하다가 오히려 이번 불화설로 유명세로 일각에서는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불화설이 불거진 직접적인 이유는 두둥 측의 오만함 떄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객관적으로 그는 상관 권위에 도전해 군의 명예와 신뢰를 추락시켰다.

 

일각에서는 과거 독립전쟁 당시 수디르만 장군과 압둘 하리스 나스티온 장군 같은 전설적인 인물들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고 불과 몇 년 전 가똣 누르만티요 당시 통합군사령관이 당시 국방장관과 심각하게 대립한 적도 있었으나 군의 임무수행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으므로 이번 안디카와 두둥의 대립 역시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상명하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군의 특성, 특히 전군 사령관과 각군 참모총장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져야만 유사시에 대비하고 전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군의 최고위 장성들 사이에서 명백히 하극상으로 보이는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그것은 군이 절대로 건강한 조직이 아니라는 증거인 셈이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왜 두둥이 직속상관과 불화설을 일으킬 정도로 오만함을 보일 수 있는지, 그게 세간의 오해라면 그렇게 보이게 된 것에 대해 왜 사과하지 않는지, 안디카 사령관은 왜 두둥의 하극상을 방치하느냐 하는 점들이다.

 

군에서 내무부 관할로 오래전 분가해 나간 인도네시아 경찰의 경우 페르디 치안감이 자기 휘하의 순경 살해를 주도하고서 이를 부관부 요원들 간 총격전 중 발생한 정당방위로 위장하려다 들통난 최근 사건 수사과정에서 페르디 치안감이 사실은 ‘컨소시엄 303’이라는 전국단위 온라인 도박조직을 관장했음이 드러났고 자택 지하벙커에서 9,000억 루피아(약 83억7,000만 원)의 현금이 발견되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심지어 경찰조직을 운영하기에 부족한 비용을 스스로 충당한다는 애국심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기반으로 ‘예산외 자금조달’이라는 미명 아래 경찰내에서 도박조직과 마약유통조직을 몰래 운영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그래서 큰 돈을 굴리며 도박조직을 운영한 투스타 계급의 페르디 치안감에게 별 셋을 단 치안정감들도 꼼짝 못했다는 것이다.

 

상당기간 지속되었을 법한 두둥 육참총장과의 불화 속에서 안디카 사령관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을 보면 혹시 경찰에서 벌어진 저 사건들이 사실은 인도네시아 군에서도 목하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두둥이 이른바 ‘언터쳐블’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공교롭게도 임기가 35일쯤 남은 주지사들처럼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안디카 사령관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대선출마의사를 보인 적이 없지만 만일 전역 후 대선출마를 포함해 정치-사회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하려 한다면 이번 두둥 육참총장과의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지지자들이나 분석가들 앞에서 그의 역량을 증명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