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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7월 보고서

beautician 2022. 7. 27. 11:42

인도네시아 출판 시장 7월 보고서

 

□ 출판계 이슈 및 주요 동향

 

ㅇ ISBN 비정상 발급에 대한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 공식입장

인도네시아에서 ISBN 발급 책임을 맡은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PNRI)이 지난 4월 런던소재 ISBN 국제본부로부터 부적절한 ISBN 발급관행에 대한 경고를 받고 ISBN 발급업무를 일시 중단된 상황의 후폭풍과 분석, 반성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는 홈페이지에 7월 14일 자 아리스 힐만 누그라하 회장의 특별 기고문을 실어 1,655개 회원사들에게 IKAPI의 공식입장을 알렸다. 거기서 엿보인 ISBN 발급실태와 새로운 ISBN 운용규칙을 살펴 보았다.

 

- 매번 100만 개씩 세 번 배정된 ISBN 블록넘버

인도네시아는 ISBN 국제본부로부터 특정기간동안 사용할 목적으로 블록넘버(block number)라는 ISBN 고유번호를 100만 개 단위로 세 차례 부여받았다.

 

처음엔 978-979번의 블록넘버로 1986년부터 2003년까지 18년간 사용할 100만 개의 ISBN 번호를 받았다. 그 기간이 종료된 후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사용할 978-602번 블록넘버의 ISBN 번호 100만 개를 또 다시 배정받았다.

 

2018년엔 다시 978-623번 블록번호의 ISBN 100만 개를 받아 현재 사용 중인데 문제는 그 후 불과 4년 경과한 시점인 2022년 상반기까지 이미 62만3,000개가 소진되고 불과 37만7,000개만 남았다는 것이다. ISBN 국제본부의 경고도 이런 상황을 주시했기 때문이다. 매번 10년 넘게 사용했던 100만 개 단위의 ISBN 번호가 이번엔 불과 5년 남짓이면 모두 소진될 판이다.

 

- ISBN 불필요한 도서에 발급되는 경우

ISBN이 모든 책에 붙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학교나 대학교에서 펴내는 책들 대부분은 ISBN이 필요없다.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의 교사, 대학생, 교수, 연구가 등은 LIPI No. 14/2018 규정, PAK 운용지침 (PAK=penilaian Angka kredit), 교수 학업지위/직책 승진 시스템 등에 따라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생산할 필요가 있는데 그 물량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ISBN이 필요없는 책들이다. ISBN은 일반적인 도서 공급망을 통해 대중에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유료 도서에만 발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ISBN이 붙은 책이 좀 더 있어 보이기 때문에 과시용으로 굳이 ISBN을 신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IKAPI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인도네시아에서 출판된 책이 3만 편이었다가 2020년에 이르러 ISBN 발급량이 14만4,793편으로 급증했고 2022년에는 상반기에만 약 6만 개의 ISBN이 발급되었다. 물론 이렇게 ISBN 발급량이 급증한 것은 인도네시아 출판산업이 그 사이 급속히 성장한 탓이기도 하지만 ISBN 부정신청과 발급이 남발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큰 틀에서 ISBN이 불필요한 도서들은 주로 기관발행서적과 학술서적이다. 인기관발행서적을 세분하면 활동 보고서, 조사결과 보고서, 과학기록물(KTI), 도서목록, 정책 개요, 과학기록물 선집, 과학논문 발표집, 회의/세미나 결과보고서, 통계청 출판물 등이며 학술서적은 교과서, 분과 교과서, 참고서, 받아쓰기 책, 도서 목록, 정책개요, 과학기록물: 참고문헌, 모노그래프, 학생 과제물, 대학생 사회봉사활동 결과보고서, 학술발표집, 논문, 연구결과 보고서 등이다.

 

IKAPI는 기관발행서적과 학술서적이 무리하게, 또는 좀 더 진지해 보이려고 ISBN을 신청한 것을 그간 ISBN 남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 현행 ISBN 발급조건과 새로운 운용방법

10개씩 묶여 나오는 ISBN 번호를 모두 소진할 수 없다면 다른 출판사와 나누어 써야 한다. 한 개 출판사가 10개 ISBN을 통으로 받았다가 단 몇 개만 사용하고 나머지를 사장시켜 ISBN이 헛되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

 

ISBN은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도서에만 발급되어야 한다. 무료 배포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만약 도서를 유료로 판매한다 해도 공급처가 한 군데로 제한되어 일반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유통되지 않는다면 ISBN 발급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은 이런 원칙에 입각해 ISBN 서비스 퀄리티와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ISBN 국제본부 경고에도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ISBN 발급 규칙을 마련했다.

 

첫 번째로 ISBN을 신청하는 출판사는 접근 가능한 공식 웹사이트 등 실제로 도서출판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적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두 번째는 출판사가 완벽히 구성된 더미 도서(책의 구성, 저자 정보 등 포함)와 도서가 작품 독창적을 보증하는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ISBN을 신청한 도서가 해당 출판사의 웹사이트에서도 시장 판매용이며 온-오프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도서인 것으로 확인되어야 한다는 규정도 추가되었다.

 

* 출처: IKAPI 홈페이지

 

 

ㅇ 2022년 상반기 ISBN 발급상황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의 ISBN 발급서비스는 2018년 4월부터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623번 블록번호를 ISBN을 발급하기 시작할 즈음이다.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중 국립도서관은 5만2,266편의 도서에 5만9,290개의 ISBN을 발급했다. ISBN을 신청한 출판사들은 3,538개사에 이른다.

 

* 출처: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 홈페이지

 

 

ㅇ 제33회 국제출판인협회 세계대회 개최하는 자카르타

자카르타는 방콕, 런던, 뉴델리 등의 선례를 따라 국제출판인협회(IPA)의 제33회 세계대회를 올해 개최한다. 격년으로 열리는 이 이벤트는 2020년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된 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IPA 정회원 국가다.

 

자카르타는 같은 시기인 11월 9일부터 13일 사이 인도네시아 국제도서전(IIBF)과 함께 인도네시아 도서관협회(ILA)가 주관하는 국제사서세미나도 개최한다.

 

자카르타 주정부 산하 관광창조경제국은 인도네시아 출판협회(IKAPI)를 IPA 세계대회 주관단체로 공식 지정했다. 자카르타 주정부는 IPA 세계대회가 자카르타의 관광산업과 창의산업들을 재건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IPA 자카르타 지부의 대회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직전 인도네시아 출판협회 회장이었던 라우라 쁘린슬로(Laura Prinsloo)가 맡았다. * 출처: 자카르타포스트ㅇ 문학도시 자카르타의 2022년 하반기 계획

 

자카르타 주정부 산하 관광창조경제국은 2022년 7월 18일-22일 기간 중 브라질에서 열린 제14회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y Network ke-XIV yang)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2021년 자카르타가 유네스코 문학도시의 반열에 오른 후 비로서 처음으로 참가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현재 유네스코 문학도시로 지정된 도시들은 릴레함메르, 밀란, 퀘벡, 하이델베르크, 크라쿠프(Krakow), 멘체스터 등이 있다.

 

자카르타 주정부는 ‘문학도시’라는 자카르타의 위상에 걸맞게 자카르타 시립도서관과 이스마일 마르주키 공원(TIM)에 위치한 HB 야신 문학기록센터(Pusat Dokumentasi Sastra (PDS) HB Jassin)와 같은 도서 및 문해력 연관 시설들의 개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있다. 자카르타 시립도서관에는 13만8,000권, HB 야신 센터에는 4,395권의 도서가 소장되어 있다.

 

남부 자카르타 블록M 지역에도 문학공원을 조성하고 해당 장소를 이용한 문학활동을 장려할 예정이다.

 

* 출처: 와르타 에코노미

 

 

ㅇ 인도네시아 교육부, 아동용 도서 320만 권을 격오지 배포

인도네시아 교육문화연구개발부(Kemendikbudristek)는 국가문맹퇴치운동(GLN)의 일환으로 산하의 언어문학진흥센터(Pusat Pembinaan Bahasa dan Sastra)를 통해 도서 및 격오지의 취학전 아동 및 초등학생들을 위해 도서 320만 권을 배포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북부 술라웨시, 중부 술라웨시, 서부 깔리만탄, 북부 깔리만탄 및 동부 깔리만탄 등이 포함되었다. 이들은 학생전국평가 결과가 저조한 곳으로 이들 5개 주, 81개 시군 아동들의 문맹 탈출과 문해력 제고를 위해 이와 같은 도서 공급이 이루어진 것이다.

 

교육문화연구개발부는 전자조달서비스 사이트에서 진행한 공개입찰을 통해 초등학생용 도서 317만6,454권과 유치원 및 취학 전 아동을 위한 도서 2만4,320권의 공급업체로 뿌라 바루타마(PT Pura Barutama)를 선정하여 상기 언급한 배포용 320만권의 도서 인쇄와 공급을 진행했다.

 

* 출처: JPNN

 

 

ㅇ 그라메디아의 2022년 ‘가운데 방 페스티벌’에 아시아 작가 대거 초빙

그라메디아의 GPU 출판그룹이 올해에도 작가와 독자들의 만남의 장인 ‘가운데 방 페스티벌’(Festival Ruang Tengah)을 7월 23일부터 31일까지 9일간 개최한다. 이번 행사의 테마는 ‘아시아 읽기의 모든 것’으로 인도네시아에서의 아시아문학을 이야기한다. 다수의 국내외 작가들이 강사로 참여하는데 사사키 후미오, 코가 후미타케, 키시미 이치로 등 세 명의 일본인 작가와 홍콩 작가 찬호케이(Chan Ho-Kei)가 함께 한국에서도 장강명 작가가 참여한다.

 

현지 연사 중 한 명으로 ‘82년생 김지영’ 인도네시아어본 출판을 주관한 GPU 에디터 줄리아나 탄은 아무리 외국어를 잘하는 능란한 통번역가라고 해도 인도네시아어 문장으로 잘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므로 아시아문학을 제대로 접하기 위해선 좋은 번역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아시아 각국의 콘텐츠가 더욱 많이 인도네시아에 유입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번역가와 삽화가를 구하는 것이 해당 콘텐츠를 현지 출판하려는 출판사들의 가장 큰 과제다.

 

이 행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행사로 조직되어 줌을 통해 참석하는 것은 물론 동부 자카르타의 그라메디아 마타람 지점에 찾아오면 오프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그림1. 그라메디아의 ‘가운데 방 페스티벌’(Festival Ruang Tengah)

* 출처: 더틱닷컴

 

 

□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현황(종이책)

순위 표지 도서명 작가명 출판사명 분야
1
Bicara Itu Ada Seninya
(1등의 대화습관)
오수향 Bhuana Ilmu Populer (BIP) 비소설
2
Hygge (휘게) Marie Tourell Soderberg Renebook 비소설
3
Buku Minta Disayang
(사랑해달라는 책)
Rentik Sedu Gramedia Pustaka Utama (GPU) 비소설
4
Invested
(주식투자)
Danielle Town Elex Media Komputindo 비소설
5
Rapijali 1
(라삐잘리 1편)
Dee Lestari Bentang Pustaka 비소설
6
Aku Bukannya Menyerah, Hanya Sedang Lelah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 Penerbit Haru 비소설
7
Selamat Tinggal
(잘 있어요)
Tere Liye Gramedia Pustaka Utama (GPU) 비소설
8
Who Rules The World?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Noam Chomsky Bentang Pustaka 비소설
9
Komsi Komsa
(꼼시꼼사)
E.S.Ito Falcon Publishing 비소설
10
1/4: Nanti & Kembali
(1/4: 나중에 & 또다시)
Hangka Renebook 비소설

* 순위 출처: 부까부꾸닷컴

 

 

ㅇ 순위 분석 및 특이사항

도서 베스트셀러를 게재한 복수의 출처들이 있지만 그라메디아와 같은 개별 출판사들의 게시물들은 자사 도서 홍보나 과시를 위해 어느 정도 과장이 들어간 것이 역력하고 비교적 객관적인 비출판사 온라인서점의 경후 특별히 2022년 상반기 통계가 따로 나온 것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부까부꾸닷컴(bukabuku.com)은 각 부문 별 연간 판매누계를 기준한 베스트셀러 자료가 있어 이를 차용했다.

 

부까부꾸닷컴은 자사 온라인 누적판매량을 기준해 소설, 비소설, 종교, 교양, 아동, 자기계발의 6개 부문으로 나누어 각각 20개 베스트셀러를 게재하는데 여기서는 비소설 부분 상위 10위를 반영했다. 대부분 수필이지만 교양, 자기계발 부문과의 경계가 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오수향 작가의 ‘Bicara Itu Ada Seninya’(1등의 대화습관)은 ‘말은 예술이다’라는 뉘앙스의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에서 12만권 정도가 팔린 메가 베스트셀러에 속한다. 도서 판매량은 대외비처럼 취급되고 있어 개별 출판사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한 외부인이 판매량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마침 작가와 출판사 측과 대화할 기회가 있어 해당 수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라메디아 출판그룹 중 하나인 BIP에 따르면 이 책은 그라메디아 전체 도서 중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따라서 이 베스트셀러 순위는 대표성과 신빙성이 매우 높다.

 

비소설 부문의 특징은 상위 10위 중 7권이 외국인 작가 작품이란 점이다. 6위에 글배우 작가 작품도 보인다.

 

촘스키 같은 세계적 석학의 경우는 예외라 해도 독서인구가 현저히 적은 인도네시아에서 사실상 무명이나 다름없는 외국 비소설/수필 작가 작품들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작품 자체의 힘도 있어야 하지만 해당 콘텐츠의 수입, 번역, 유통을 주관한 현지 출판사의 마케팅 역량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상기 10개 작품 중 6편이 현지 출판업계 양대 거인인 그라메디아와 미잔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편 소설 부문에서는 뜨레 리예(Tere Liye), 디 레스타리(Dee Lestari), 안드레아 히라타(Andrea Hirata) 같은 스타 작가들이 순위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 작가들은 오수향 작가, 글배우 작가 외에, 아동 부문 10위 (김용란, 박정재 작가), 13위 (노지영, 이동현), 15위 (정우진, 김창호), 19위(오수연, 주형건) 등의 ‘Cari Tahu yuk! (같이 알아 봅시다!) 만화 시리즈들이 있고 자기계발 부문에는 유홍균 작가의 'Seni menghargai Diri Sendiri'(자존감 수업)이 5위, 정철연 작가의 K-툰 ’Majo & Sady‘(마조 앤 새디) 시리즈가 12위, 15위를 차지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