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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안키엠(Hoan Kiem)지역 시장조사

beautician 2014. 10. 25. 23:35


하노이 도착 제3근무일째. 

거창하게 제 3 근무일이라고 들먹이는 건 수요일 오후에 도착해 목요일부터 일을 했으니 토요일인 오늘이 제 3 근무일이라는 논리적 근거도 있거니와 실제로 나흘동안 제 숙소를 찾아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이 동네 골목들을 아직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쪽팔리기도 해서입니다.

지난 10개월간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김사장의 하노이 사무실에 청운의 꿈을 품고 발을 들였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아무런 인맥도 없는 곳에서 당장 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건 턱도 없는 일. 그래서 무료한 토요일을 오후 5시 근무시간이 다하도록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영어가 좀 되는 여직원을 통역이자 보디가드로 앞세우고 시장조사를 나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주소가 파악된 한 미용재료상이 호안키엠호수 인근지역 어딘가를 주소로 하고 있었고 내가 오전에 뒤져보았던 하노이 박물관들 중 몇몇이 그 지역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출발. 호안키엠호수는 옛날 중국침략군을 무찌른 어느 대왕에게 보검을 주었던 황금거북이 다시 나타나 그 보검을 돌려받아갔다는 곳, 그래서 호안키엠, 아마도 '환검'의 베트남식 발음인 모양인데 관광지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곳이라 들었습니다.


"오늘은 버스타고 가자."


치안이 불안한 자카르타에서는 절대하지 못했던 일이죠. 

하노이에서도 일단 당장 저질러보지 않으면 앞으로 버스를 전혀 타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 버릇이라는 게 그만큼 중요한 것이죠. 첫 경험이 버릇으로 굳어지는 건 항상 있는 일입니다.



사무실을 막 나서는데 옆집에서 뭔가 제사라도 지내는지 지전 비슷한 것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을 막 나섰을 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이런 것입니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 사이의 좁은 골목 저 끝에 또다른 건물이 거대한 벽처럼 가득차 있는 풍경. 






하노이,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꽤 많이 산다는 쭝화지역 끝자락의 버스정류장은 의외로 깨끗하고 질서있어 보였습니다.


서는 버스들과 노선 안내도 있었고요.






점심시간이 지난 토요일 오후의 버스는 꽤 붐볐습니다.



버스노선표가 안에도 있었고 베트남어로 다음 정류장의 안내방송도 나왔습니다.

말만 통한다면 절대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요금은 7천동. 한국돈으로 약 300원쯤이니 한국에 비해선 싼 편이겠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버스웨이 기본요금 정도이니 결코 싸지만은 않은 가격입니다.




창밖에 많은 풍경들이 지나가는데 늘 찌푸린 하노이 날씨가 가끔 비를 뿌리기도 하는데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유리창에 흘러내린 구정물자국이 잔뜩 들어찬 것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멋진 호수공원들이 곳곳에 눈에 띄고, 



이런 예쁜 건물들도 종종 지나치는데 말이죠.



절대 읽을 수 없는 베트남어 사이에 읽을 수 있는 글자가 갑자기 나타납니다.

아, 롯데리아다!!






저 글자도 읽을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베트남어 회화책에서 저 '지야이'라는 게 신발이란 뜻이라 배웠습니다.


일본식당 사꾸라를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지만 한발 늦어 나무가지에 가렸습니다.




이분들은 경찰같진 않고 전기수리공 같은 느낌...




또 다른 호수. 호안끼엠호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화질이 갑자기 좋아집니다.



여직원은 저 빨간다리가 유명한 거라고 사진을 찍으라 하는데 이 친구는 우리가 관광온 게 아니라 시장조사하러 온 것임을 잠시 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일단 사진은 찍고, 


또 찍고..., 


호수를 끼고 돌면서 인근 건물들과 도로들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작은 경찰출장소가 있었고요.



이제 호수를 등지고 시장통으로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미용실들이 꽤 보입니다.

이 친구들에게 미용재료들을 주로 어디에서 구매하는지, 주로 어떤 것들을 쓰는지를 물어야 하는데 같이 간 여직원은 시장통에서 직접 상점을 찾으면 된다며 내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립니다. 시장조사를 단 한번도 한적이 없는 게 분명한 이 여직원에게 아무리 그 필요성과 방법을 설명해도 아마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는 것 같았습니다. 보통의 베트남사람들에게 영어는 어려운 언어죠. 지난 3월부터 베트남어를 독학하기 시작해 며칠 전 하노이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서 성조를 어떤 식으로 소리내야 할 지를 조금씩 감잡기 시작했는데, 베트남인들이 왜 s 발음을 T 발음으로 내거나 건너 뛰어 버리고 정작 T 발음을 내야 할 때는 s 발음으로 내려 하는지는 아무래도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여직원은 내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요. 아니면 내 말뜻을요.


그래도 중간중간 이런 건물들을 보면 놀랍습니다. 

베트남은 이제 더 이상 한자를 쓰진 않지만 저렇게 한자가 쓰인 건물들은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뜻이니 머지않아, 아님 어쩌면 이미 나름대로 역사적인 가치를 띄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치민의 전쟁박물관이나 대통령궁 인근처럼 하노이의 호안키엠 인근에도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이런 종이인형들을 호치민의 대성당 인근에서 많이 보았던 것 같고 , 

시장엔 물건들이 넘쳐나고, 





뜬금없이 베트남전 승전당시의 사진이 붙은 건물을 지나기도 했습니다.

저 My Pham (미펌)이라는 게 아마 화장품이란 뜻일 듯 합니다.

시장통에서 만난 화장품 전문점. 그러나 미용재료상이라 하기엔 좀 많이 부족했어요. 주로 샴푸, 향수 등이 주종이었고 염색약이나 파마약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시장통에서 불교사원을 하나 지났습니다.



또 다른 화장품 전문점. 그러나 여기도 사정은 마찬가지. Hoyu, Bigen등의 염색약이 아주 조금 눈에 띄었습니다.



이 시장통 거리에선 할로윈을 대비한 제품들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들어선 항마(Hang Ma)거리.



저 집이 내가 어제 주소를 받았던 재료상입니다.



재료상 맞습니다. 

토니앤가이 가위들이 60만동-80만동이 적혀 있었어요. 분명 중국산 가짜들이죠.

그러다가 재규어 가위를 꺼내주더군요. 한 자루에 250-280만동. 아까 지나 왔던 화장품전문점에서 꺼내주던 재규어 가위는 조잡한 로고와 포장은 물론 한국동 2천원 정도의 가격이 그 재규어가 완전 가짜모조품임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지만 이 집에서 보여준 두 자루의 재규어 중 첫번째 것은 가짜, 두 번째 스트록가위는 진짜 재규어였어요. 진짜와 가짜들이 섞여 팔리는 나라. 아니면 베트남의 미용사들은 제품의 진품여부를 분간할 능력이 없는 것일까요?


지나는 길에 만난 결혼식 현장. 


그리고 거리이발소.


두 사람의 이발사들이 클리퍼(바리깡)을 능숙하게 다루더군요.




어떤 가게의 2층. 건물 외벽의 문양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저 큰 나무 뒤의 집도 그렇고요.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설치된 시장통의 변압기가 좀 위태롭게 보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불 수 없었던 생소한 과일도 있었고요.

여긴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랍니다.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봤지만 재료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까 그 승전일 사진이 붙어있던 건물 앞을 건너편에서 지나갔습니다.


저 베란다 있는 집은 폭이 3미터 정도로 보였습니다. 

내 하노이 교두보인 사무실도 앞 길이 넓었다면 저런 모양으로 사진이 찍혔을지도 모릅니다.



저 전기버스는 호안끼엠 일대를 도는데 요금이 4만동.

저 인도네시아의 베짝처럼 보이는 자전거택시는 10만동 정도래요. 이 사진을 찍을 당시서양사람들을 태운 저 자전거택시 수십대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자가 새겨진 건물.



이 건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호안끼엠 바로 앞에 세워진 이 건물은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중 하나라고 여직원이 설명하던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식당들이 꽤 많이 입주해 있었습니다.


그 앞에 분수대 로터리.



그 건물 3층 하이랜드 커피숍에서 피로한 다리를 잠시 쉬게 하며 냉커피를 한 잔 마셨습니다. 건물 아래도 호안끼엠 호수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게 커피숍 내부.





이제 다시 버스타고 돌아가야죠.

아까 그 건물을 다른 각도에서 찍었습니다.


주말 오후 6시가 넘으면 여기가 시장으로 변한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리긴 좀 피곤하기도 하고, 여직원도 퇴근시켜야죠.




사무실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 아저씨가 차장. 내가 창밖을 보고 있으니 내 무플을 탁 치며 돈을 내라더군요.



흔들렸지만 Joice 물건을 쓰고 있는 미용실. Goldwell 제품을 쓰는 곳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로레알, 웰라 제품을 쓰는 미용실들은 보지 못했었요.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도 휩쓸고 있는 그 국제브랜드를 말이죠.

어쩌면 그토록 오랜 세월 베트남을 지배했던 점령자 프랑스 브랜드이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베트남은 정말 멋진 나라임에 틀림없습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것은 분명 베트남의 국가적 자존심의 발로이기도 하고 미용인들의 애국심이기도 할 것이니까요.



한국문와원이 보였는데 역시 셔터가 늦어 일부 가렸습니다.




또 다른 호수를 지나고 


도로에서 만나는 오토바이 행렬은 반헬멧 때문인지 자카르탕의 오토바이부대들에 비해 경쾌해 보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시장조사 자체는 4시간 가까이 발품을 팔아 겨우 제대로된 재료상 한 개를 만났으니 그다지 성공적이라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일단 베트남 미용재료시장이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 하루였습니다.


201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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