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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보이스피싱 당할 뻔

beautician 2022. 4. 29. 11:20

 

 

2022년 4월 26일 저녁 7시반 쯤에 벌어진 일입니다.

아내가 핸드폰을 들고 와서 뭐라 하는지 듣고 얘기해 달라는 겁니다. 아내는 20년 살고도 아직 인니어가 란짜르 하지 않아서 인니 생활 초창기 공장에서 전투 인니어를 익힌 내가 복잡한 스토리를 정리해 주곤 합니다. 요즘 팬데믹 기간에 아내의 택배 주문량이 많아졌는데 가끔 배달 문제로 현지인들과 톡이나 전화를 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좀 복잡한 얘기를 하는 모양이었어요. 잘 알아듣지 못해 아파트 로비에 갖다 놓으라고 했는데 전화기 건너편의 남자가 끊임없이 뭔가 얘기하기에 나한테 가져온 겁니다.

"왜 전화를 끊고그래요?"

아내가 한번 끊었던 전화를 이 사람이 또 전화했던 모양입니다. 나이는 대략 40후반 정도 말투가 순다 사람이었어요.

"당신 택배 기사요?"
"그래요. 나 택배 기사인데 당신 물건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되었어요."
"왜?"
"여기 경비원이 붙잡고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해요.".
"왜요?"
"당신 물건 때문에 그래요. 얘기 좀 해줘요."

아내한테 물어보니 택배로 주문한 물건은 프린터 잉크 뿐인데 28일쯤 배달된다고 얘기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주문한 그 잉크가 벌써 온 걸까요?

"이봐요. 당신 차가 못들어오는 게 내 물건 때문일 리 없잖소? 그런 문제는 당신이 풀어야 하는 거 아니오?"

내가 전화 끊으려 하니 갑자기 말을 바꿉니다.

"아니, 여기 경찰한테 걸렸는데 경찰이 돈 달라고 난리라고요."
"그러니 그 문제 당신이 푸시라고."
"내가 이미 돈 주고 다 풀었는데 경찰이 의심을 해요. 당신한테 배달할 물건을 잡고 안주는데 그거 당신 물건이라고 설명 좀 해줘요."
"뭐리고?"

이상하죠?

"네가 당신이 정말 배달원인지 누군지 알 수도 없고 그 물건이 정말 내 물건인지 알 수 없는데 내가 왜 당신 보증을 하고 그 물건이 내 것이라고 인정해야 되요? 그것도 경찰한테?"
"좀 도와줘요. 그래야 배달할 수 있다니까."
"뭐, 난 그 물건 못받는 한이 있어도 당신 요구 못들어 주겠어요. 당신이 알아서 푸세요."

프린터 잉크로 그런 문제 벌어질 리 없다는 얘기는 굳이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이 사람은 내가 말하는 거에 맞춰서 말을 자꾸 바꾸는 느낌이었어요. 아까 내가 당신 택배기사죠? 가 아니라 당신 누구누구 동생이지? 라고 물어도 그렇다고 답했을 것 같았습니다.

"못도와주면 그만이지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이젠 이 인간이 나한테 화를 냅니다.

"말같은 소리를 해야 화를 안내지. 경찰문제 당신이 풀고 내 물건 잃어버리면 당신이 변상해요!"
"알았어요. 알았다고."

전화 끊으려는데 이 사람이 한 마디 더 합니다.

"나 이 문제 해결하려면 전화 더 해야 하는데 이 번호로 뿔사 좀 넣어줘요."
"그것도 당신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바탕 소리지르고 끊고 나니 듣고 있던 아내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고 묻습니다.

"자기 보이스피싱 당한 거야."

그 경찰이라는 작자에게 전화기 넘겨서 만약 내가 그 물건 내 것이 맞다고 얘기하면 그 물건에 마약이 들었는데 이건 중대한 문제로 징역 몇 년에 벌금 몇억 루피아니 이거 어쩌겠냐? 경찰서로 찾아올래? 형사 보낼까? 이러면서 협박해서 돈 뜯으려는 수작이었던 겁니다.

아내가 보이스피싱에 당할 정도로 인니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는 게 정말 다행스러운 하루였습니다....

 

 

2022. 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