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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뚱 까사룽(Lutung Kasarung) 전설 본문

인니 민속과 주술

루뚱 까사룽(Lutung Kasarung) 전설

beautician 2022. 3. 7. 11:50

루뚱 까사룽(Lutung Kasarung) 전설

 

1926년 작 영화 <루뚱 까사룽>의 홍보자료

 

인도네시아 최초의 영화는 우스마르 이스마일(Usmar Ismail)감독의 1950년작 <피와 기도(Darah dan Doa )>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인도네시아인이 인도네시아 자본으로 만든 첫 영화라는 의미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영화는 1926년 NV Java Film Company는 L. Heuveldorp가 감독한 <루뚱 까사룽(Loetoeng Kasaroeng)>이라는 무성영화로 1926년 12월 31일부터 1927년 1월 6일까지 엘리트(마제스틱) 극장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첫 영화가 <루뚱 까사룽>이었다는 것은 오래된 민화 속의 이 소재가 매우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라 할 것입니다. 15-16세기 이후 오늘날까지의 이슬람 가치관에서 의인화된 원숭이란 개와 마찬가지로 거의 욕설이나 다름없는 것인데 그래서 원숭이가 등장하는 루뚱 까사룽은 중국의 서유기나 그 이전 인도 힌두전설의 원숭이 장군 하누만 등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 이전 힌두문화 시절의 전설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대략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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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 뿌르바사리(Purbasari)란 이름의 공주가 살았습니다. 그는 빠사르 바땅 왕국(kerajaan pasir batang) 쁘라부 따파 아궁(Prabu Tapa Agung) 왕의 막내 딸이었습니다. 뿌르바사리에게는 뿌르바라랑(Purbararang), 뿌르바데와타(Purbadewata), 뿌르바엔다(Purbaendah), 뿌르바깐차나(Purbakancana), 뿌르바마닉(Purbamanik), 뿌르바레우이(Purbaleuih)라는 여섯 명의 언니들이 있었습니다. 이들 중 장녀 뿌르바라랑과 막내 뿌르바사리를 제외한 나머지 공주들은 모두 이웃나라 왕자들에게 혼인해 궁을 떠났습니다.

 

 

뿌르바사리는 성격이 밝고 행동도 방정했습니다. 그녀는 부드럽고 온화하며 사람들 돕기를 좋아했어요. 누구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누구보다 빨리 나서 돕곤 했습니다. 더욱이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맏언니 뿌르바라랑도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막냇동생의 아름다움에 미치지 못해 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가 무색하게 거칠고 오만하고 잔인했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녀는 막내 동생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부왕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한편 왕위에 오래 머물렀던 쁘라부 따파 아궁은 이제 왕위를 장녀 뿌르바라랑이 아니라 막내딸 뿌르바사리에게 양위하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뿌르바사리가 왕위에 앉기에 가장 훌륭한 덕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왕은 장녀 뿌르바라랑이 독랄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녀가 왕국을 다스리게 된다면 백성들은 고통받고 그 삶이 도탄에 빠질 것을 예견했습니다. 그래서 왕은 일곱 공주와 고관대작들을 모아 놓고 공식적으로 뿌르바사리에게 양위하고 자신은 궁을 떠나 은둔의 수행생활을 시작했습니다.[1

 

일반적인 보레 (Boreh)

뿌르바라랑은 막내 동생이 여왕으로 등극한 것에 끓어오르는 시기와 질투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연인 인드라라야(Indrajaya)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인드라라야는 대신의 아들이었어요. 그의 소개로 니론데(Ni Ronde)라는 마녀를 만나 뿌르바사리를 해칠 계략을 얻었습니다. 노파 마녀는 검정색 보레 (Boreh)를 뿌르바라랑에게 주었습니다. 보레는 검정색을 띈 식물성 연고 같은 것입니다. 마녀는 그것을 뿌르바사리의 얼굴과 온 몸에 바르게 하라고 속삭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룰루르(Lulur)라는 전통적이 피부관리방법이 있습니다. 각질을 제거할 목적으로 끈적끈적한 식물성 물질을 몸에 바른 후 마르면 씻어 벗겨내는 것인데 본질적으로 때를 미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오죠. 물론 엄밀히 따지마면 때밀이 효과의 5-10% 정도이지만요. 뿌르바라랑은 뿌르바사리의 시녀를 매수해 그녀가 쓰는 룰루르 재료에 보레를 섞어 뿌르바사리의 온몸에 바르게 했습니다. 그러자 뿌르바사리의 몸에서는 보기에도 흉측한 검은 반점과 역겨운 물집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미모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제 뿌르바라랑은 뿌르바사리가 역병에 걸렸다며 왕위에서 쫓아내려 했습니다. “저주를 받아 역병에 걸린 사람이 빠사르 바땅 왕국 여왕의 자리에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역병이 번지기 전에 당장 정글 속으로 유배해야 합니다” 뿌르바라랑은 흉측한 몰골이 되어버린 뿌르바사리를 지목하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뿌르바사리의 왕좌를 빼앗았습니다.

 

그는 궁정 최고고문인 우왁 바타라(Uwak Batara) 재상을 시켜 뿌스바사리를 정글 속으로 내쫓았습니다. 재상은 앞으로 뿌르바라랑의 치하에서 고통받게 될 왕국의 미래를 안타까워하며 억울하게 쫓겨나는 뿌르바사리를 위해 짐승들의 공격과 추위를 막아 줄 오두막을 정글 속 아늑한 곳에 지어주며 최소한이나마 그녀의 안전을 빌었습니다.

 

그렇게 뿌르바사리가 정글에 유폐될 즈음 천계에서는 큰 사달이 나고 있었습니다. 구루민다 왕자(Pangeran Guru Minda)가 어머니 수난 암부(Sunan Ambu)의 명을 거역하고 어머니가 지정한 선녀와 혼인하길 거부한 것입니다. 그는 오직 어머니 수난 암부의 미모에 맞먹을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야만 혼인하겠다는 까다로운 의지를 내세웠습니다.

 

수난 암부는 외모만 따지는 아들의 여성관, 배우자관을 탄식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오직 지상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들을 설득했지만 구루민다 왕자는 지상에 가서라도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얻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수난 암부는 골치가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왕자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멋지고 당당한 구루민다 왕자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보잘 것없는 원숭이 모습으로 지상에서 지내며 아내가 될 여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루뚱(Lutung) 즉 긴 꼬리를 가진 두꺼운 칠흑색 털을 가진 가진 영장류 원숭이의 일종입니다. 

 

“네 이름은 루뚱 까사룽(‘길 잃은 원숭이’라는 뜻)이 될 것이야. 그래도 꼭 지상으로 내려가겠느냐?”

 

구루민다 왕자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기어이 지상에 내려가 자신이 원하는 여인을 찾겠자는 의지를 강하게 표했습니다. 수난 암부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인간과 우주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태어난 천계의 왕자가 피부 껍데기의 미모에 그토록 연연하니, 그렇게 평가받는 게 어떤 것인지 이번에 너도 잘 배워 보거라.”

 

지상으로 던져진 구루민다 왕자는 지상으로 내려오는 동안 몸에 털과 꼬리가 돋아나고 팔이 길어지면서 한 마리 루뚱 원숭이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지상에 내려온 후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모든 루뚱 원숭이들과 숲에 사는 모든 유인원들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비록 루뚱 원숭이의 형상을 하게 되었지만 그 알맹이인 구루민다 왕자의 도력과 지혜, 그리고 힘은 그대로였으므로 그를 당할 원숭이나 짐승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한낱 야생원숭이로 여기고 인가에 다가올 때마다 돌을 던져 쫓아내곤 했습니다.

 

“못생긴 원숭이!”

구루민다 왕자, 아니 루뚱 까사룽의 마음 속에 그 말이 한이 되어 쌓였습니다.

 

루뚱 원숭이

 

하지만 그의 정의감은 변함없었습니다. 루뚱 까사룽은 빠사르 바땅 왕국의 뿌르바라랑 여왕의 악행과 잔혹함을 듣고 정신을 차리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여왕이 정글에서 제물로 사용할 짐승을 잡아오라 했다는 말을 듣고 뿌르바라랑의 명을 받고 숲에 들어온 여왕의 사냥꾼들에게 순순히 잡혀 주었습니다. 그렇게 궁에 들어간 루뚱 까사룽은 제물로 바쳐지기 직전 표효하며 날뛰기 시작해 빠사르 바땅 궁전을 엉망으로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궁전 안의 모든 군사들이 달려들어 루뚱 까사룽을 잡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루뚱 까사룽은 빠사르 바땅 왕국의 군사들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적의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군사들이 계속 밀리는 것을 본 뿌르바라랑 여왕은 우왁 브라타에게 앞으로 나서 루뚱 까사룽을 제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기이하게도 우왕 바타라가 나서자 루뚱 까사룽은 우왁 바라타를 해칠 마음이 없는 듯 온순해져 별 저항없이 순순히 잡혀 주었습니다. 우왁 바타라는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루뚱 까사룽은 우왁 바타라 재상이 뿌르바라랑 여왕과 달리 선하고 공의로운 마음을 가졌음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과 왕국의 운명이 바뀌게 될 것임을 예견했습니다.

 

뿌르바라랑 여황은 우왁 바라타에게 루룽 까사룽을 뿌르바사리를 유폐한 그 정글로 데려가 풀어놓으라고 명했습니다. 뿌르바라랑은 사나운 루룽 까사룽이 자신의 눈엣가시같은 뿌르바사리를 죽여 먹어치우길 원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왁 바타라는 루뚱 까사룽을 뿌르바사리를 유폐한 데려가면서도 예사로운 일반 원숭이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정글 속 뿌르바사리의 처소 앞에 루뚱 까사룽을 풀어놓으면서도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간곡한 부탁을 속삭였습니다. “루뚱아, 네 앞에 저 공주님은 쁘라부 따빠 아궁 왕의 따님이시다. 본래 공의로운 저 분은 마땅히 이 빠사르 바땅 왕국의 정당한 여왕이어야 하실 분이지만 악독한 저주에 흉측한 몸이 되어 이곳에 유폐된 것이란다. 그러니 아무쪼록 네가 우리 주인님을 네가 잘 지켜 주렴.”

 

루뚱 까사룽이 알아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였으므로 우왁 바타라는 기이하게 여겼습니다. 루뚱 까사룽도 뿌르바사리가 변한 흉측한 모습의 움찔 놀랐지만 그 마음 속에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는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외모를 한 여인이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성정을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루뚱 까사룽은 뿌르바사리가 내밀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천상에서 수난 암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날부터 루뚱 까사룽은 뿌르바사리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그녀를 지켜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루뚱 까사룽이 진중하고도 친절하게 언제나 곁을 떠나지 않았으므로 뿌르바사리도 그간의 지독한 고독에서 헤어나오며 얼마간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루뚱 까사룽은 숲속의 원숭이들에게 명해 뿌르바사리의 매일의 양식을 위해 음식과 나무열매들을 가져오도록 시켰습니다. 루뚱 까사룽은 비록 유인원 원숭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지도력과 책임감, 그리고 지혜로움으로 인해 뿌르바사리의 마음 속엔 어느새 루뚱 까사룽을 사랑하는 마음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제 서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루뚱 까사룽은 뿌르바사리 몰래 어머니 수난 암부에게 뿌르바사리가 목욕을 할 수 있는 연못이 딸린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수난 암부는 흔쾌히 그 청에 따라 휘하의 모든 신들과 선녀들을 내려 보냈습니다. 신들과 선녀들은 뿌르바사리를 위한 아름다운 연못과 잘 가꾸어진 정원을 지었습니다. 샘물이 솟아나는 곳은 순금으로 만들어졌고 벽과 바닥은 단단한 대리석으로 마감되었습니다. 연못의 물은 모든 신들의 축원을 담은 투명하고 깨끗한 작은 샘에서 솟아나 흘러 들었습니다. 신과 선녀들은 이 아름다운 정원에 잠반 살라카(Jamban Salaka)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맑은 물이 솟아나는 아름다운 연못에 뿌르바사리가 몸을 담그자 보레(boreh)가 씻겨 나가면서 그녀의 얼굴과 몸에 서려 있던 악독한 흑마술 저주가 서서히 풀리더니 원래의 아름다운 자태를 되살아 났습니다. 루뚱 까사룽도 뿌르바사리가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이란 사실을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으므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뿌르바사리의 아름다움은 루뚱 까사룽의 어머니 수난 암부의 미모를 넘어설 지경이었습니다. 뿌르바사리의 루뚱 까사룽은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의 찬란한 미모를 되찾은 후에도 루뚱 까사룽을 사랑하는 뿌르바사리의 마음은 조금도 변함없었습니다. 아니, 그 사랑은 점점 더 커질 뿐이었습니다. 이제 루뚱 까사룽은 보잘 것 없는 원숭이 모습을 한 자신을 뿌르바사리 같은 절세의 미녀가 왜 여전히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지 의아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루뚱 까사룽 아트모음&amp;amp;nbsp;

 

뿌르바사리가 원래의 미모를 되찾았다는 소식은 소문을 타고 뿌르바라랑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뿌르바라랑은 그 소문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흑마술사 마녀 니론데에게서 얻어 뿌르바사리에게 바른 보레의 저주는 가장 독하고 악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뿌르바라랑은 연인 인드라라야에게 직접 가서 사실인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숲속으로 들어간 인드라라야는 뿌르바사리가 정말로 미모를 되찾은 모습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뿌르바사리는 예전의 미모를 되찾은 정도가 아니라 선녀보다도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뿌르바라랑은 다시 아름다워진 뿌르바사리가 왕좌를 되찾으려 할까봐 두려워하기 시작했으나 왕국 전체에 동생의 저주가 풀렸다고 소문이 난 마당에 여론에 떠밀려 뿌르바사리를 더 이상 정글 속에 방치해 둘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뿌르바사리를 왕궁에 불러들였고 루뚱 까사룽도 여전히 그녀를 따랐습니다. 궁전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전력도 있는 터라 궁에서는 그 누구도 루뚱 까사룽을 환영하지 않았고 백성들도 뿌르바사리 곁에 악명높은 깡패 원숭이 루뚱 까사룽이 맴도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습니다. 오직 우왁 바타라 재상 만이 루뚱 까사룽을 반겼습니다. “고맙다. 루뚱아. 내 주인님을 잘 지켜 주었구나.” 재상은 그렇게 속삭이며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이제 뿌르바라랑은 뿌르바사리를 어떻게 하면 다시 떼어내 버릴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렸습니다. 떼어내려면 이번엔 영원히 떼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요. 그 결과 자기가 유리한 내기시합을 걸었습니다.

 

첫 시합은 요리경연이었습니다. 뿌르바라랑은 만약 뿌르바사리가 진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맹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연회를 위한 음식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뿌르바라랑에게는 넘쳐나는 음식재료와 수백 명의 하녀들이 있었지만 뿌르바사리는 자기 혼자였고 재료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루뚱 까사룽은 어머니 수난 암부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천상의 수난 암부는 또 다시 미소를 지었죠. 그날 밤 뿌르바사리의 처소엔 천상의 선녀들이 음식재료를 가지고 내려와 산해진미를 만들어 해자 지자 시작된 연회에 내놓았는데 뿌르바라랑이 준비한 음식들보다 양이나 맛에 있어 월등히 뛰어났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뿌르바사리가 준비한 음식에 몰렸고 그 광경에 눈이 뒤집힌 뿌르바라랑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습니다. 그녀는 또 다른 내기시합을 제안했습니다.

 

그녀는 이번엔 머리카락 길이를 비교해서 만약 뿌르바사리가 자신보다 짧다면 왕국의 집행관에게 목이 잘려도 좋다고 맹세하라고 했습니다. 뿌르바라랑은 뿌르바사리보다 10년은 더 나이가 많았고 단 한 번도 머리를 자른 적 없었으므로 절대 뿌르바사리의 머리카락이 자기보다 길 리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몰라 그는 다시 마녀 니론데를 불러들였습니다.

 

“밤새 뿌르바사리의 머리칼을 잘라내 너덜거리게 만들거라.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더 이상 네 목숨은 없어. 머리칼을 자를 수 없다면 머리를 잘라 오거라!”

 

그날 밤에 니론데가 불러낸 마물들이 날카로운 손톱을 번득이며 뿌르바사리 처소의 땅바닥에서 스믈스믈 올라오더니 아무도 모르게 뿌르바사리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신의 가호를 받는 뿌르바사리의 목숨을 건드릴 수 없었던 마물들은 머리칼만을 싹둑 잘라 니론데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니론데가 내놓은 머리칼을 보고 뿌르바라랑은 궁전이 떠나가라 소름돋는 웃음을 웃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뿌르바사리는 잘린 머리칼을 보고 망연자실했습니다. 루둥 까사룽은 황급히 다시 한번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런, 이런…..” 수난 암부는 이번에도 아들의 요구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관료들과 귀족들이 도열한 궁전에서 뿌르바라랑은 종아리까지 떨어지는 머리칼을 자랑하며 자신만만해 했습니다. 이제 뿌르바사리의 목을 자를 일만 남았으니가요. 그런데 올린머리를 풀어내린 뿌르바사리의 머리칼은 신들의 권능을 힘입어 어느새 발뒤꿈치를 감출 정도까지 자라 있었습니다. 뿌르바라랑은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했습니다. 그날 밤 뿌르바라랑은 수하들을 보내 마녀 니론데를 찢어 죽였습니다.

 

뿌르바라랑은 이번엔 모든 백성들을 불러모아 그들 앞에서 자신이 절대 질 리 없는 마지막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누구의 약혼자가 더 잘생겼는지를 비교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뿌르바사리의 약혼자가 자신의 약혼자보다 못생겼다면 뿌르바사리의 목을 치는 조건이었습니다. 인간의 기준에서 원숭이가 인간보다 잘생겼을 리 없었고 뿌르바라랑의 약혼자 라덴 인드라라야는 왕국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라는 평판을 이미 오랫동안 받아왔던 터였습니다. 뿌르바라랑은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뿌르바사리도 인간의 눈으로 잘생김을 평가하는 이번 시합에서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루뚱 까사룽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루뚱 까사룽의 손을 잡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만이 나의 신랑입니다.”

그것은 그녀의 유언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뿌르바사리의 양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러자 루뚱 까사룽도 뿌르바사리의 손을 맞잡고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그 장면을 본 뿌르바라랑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 원숭이가 네 약혼자라고? “

“맞아요. 루뚱 까사룽이 바로 내 약혼자입니다.” 뿌르바사리의 대답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뿌르바라랑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사형집행인에게 뿌르바사리의 목을 치라고 명했습니다. 그 순간 루뚱 까사룽이 갑자기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수난 암부에게 용서와 도움을 구하는 기도였습니다. 뿌르바사리를 도와달라고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것인가를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천상의 수난 암부는 더욱 푸근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갑자기 연기가 피어올라 루뚱 까사룽의 온 몸을 감쌌습니다. 잠시 후 연기가 걷히자 거기엔 못생긴 원숭이 루뚱 까사룽 대신 건장하고 늠름한 구루민다 왕자가 서 있었습니다.

 

 

그곳에 만장한 백성들은 이 기적 같은 징면에 하나같이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구루민다 왕자는 뿌르바라랑의 약혼자 인드라라야와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잘생기고 품위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머리 위로 신의 권능이 무지개처럼 빛났습니다. 구루민다 왕자는 백성들 앞에서 빠사르 바땅 왕국의 진정한 여왕은 뿌르바사리라고 천명하자 백성들은 여왕 만세를 외쳤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변하자 이제 대신들도, 귀족들도, 백성들도 더 이상 뿌르바라랑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목소리를 높여, 뿌르바라랑이 뿌르바사리의 목을 치기 위해 준비해 둔 집행관을 시켜 뿌르바라랑의 목을 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뿌르바라랑은 약혼자 인드라라야와 함께 무릎을 꿇고 뿌르바사리에게 자신이 그간 저지를 악행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뿌르바사리는 다시 왕국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백성들도 몹시 즐거워하며 여왕의 귀환을 환영했습니다. 그날은 그들이 비로소 뿌르바라랑의 폭정에서 해방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황금 같은 마음씨를 가진 뿌르바사리는 뿌르바라랑과 인드라라야를 용서해 주었지만 그들은 성난 백성들을 피해 도망치듯 왕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후 뿌르바사리는 구루민다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루뚱 까사룽 아트모음

 

 

참조

https://dongengceritarakyat.com/cerita-rakyat-indonesia-lutung-kasarung/

 


[1] 다른 판본에서는 쁘라부 따파 아궁이 궁전을 떠나지 않고 이 이야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왕위에 앉아 뿌르바사리와 뿌르바라랑을 저울질하고 내기시합을 주재하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