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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삶

미래의 골동품 가게

beautician 2022. 1. 2. 12:21

네이버웹툰에서 만나는 소소한 행복

 

지난 몇 년 간 너댓 편 정도의 웹툰에 대한 감상이나 소개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처음이 젤리빈 작가의 '묘진전'이었고 그 다음이 요즘 연상호 감독과 함께 '지옥'을 네이버웹툰에 연재했던 최규석 작가의 '송곳'이었다. 묘진전은 신들의 매정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연과 사랑이 마음 속 어딘가를 건드렸고 송곳은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주머니 속 송곳과 같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묘진전의 한 장면
송곳

김성민 작가의 '나이트런'도 그 방대한 세게관에 압도되어 감상을 적은 일이 있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상당히 스토리가 진행된 상태에서 몰아보았던 감상이었고 이후 매주 올라오는 연재를 볼 때마다 몇 개월 전에 시작한 전투장면이 아직도 끝날 기약을 보이지 않는 것에 절망해 결국 읽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나이트런

 

그리고 간간이 노란구미 작가의 '은주의 방', 수박양 작가의 '아홉수 우리들'에서 신세대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엿보았다. 간간이 좋은 대사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들이었다. 

 

다음웹툰에도 '이태원 클라쓰' 같은 좋은 작품들이 넘쳐나지만 여전히 먼저 손이 가는 네이버웹툰은 요즘 전생, 환생, 타임슬립이 대세다. 그야말로 세 개 중 두 개가 그런 테마다. 유행에 따르면 그만큼 쉽게 클릭수를 높일 수 있으니 그건 야비하거나 영악하다기보다는 영리하고도 현명한 처세일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자기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작가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앞에 열거했던 저 여러 작품들은 모두 공교롭게도 세태와 유행에 관계없이 작가가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작품들이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 네이버웹툰에서 내가 눈을 떼지 못하는 연재물이 하나 있다.  구아진 작가의 '미래의 골동품 가게'라는 작품이다.

 

수요웹툰 위에서 27번째에 위치한 이 작품은 무속과 전설을 토대로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처음엔 연화라는 노년의 여인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뒤로 갈 수록 그 손녀달인 미래가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그 방식과 묘사와 연출이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더욱 인상적인 것은 무속과 역사, 고문에 대한 깊은 이해다. 훌륭한 조수나 자문 또는 작가가 따로 붙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제 2부에 접어든 이 이야기는 이매망량들을 다루면서 그 기괴한 스토리를 순수하기 짝이 없는 미래를 통해 투영하면서 그 위화감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2021.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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