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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스 자카르타 주지사의 대망

beautician 2022. 1. 1. 12:31

아니스 주지사의 부실한 공약이행이 대선 가도에 미치는 영향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가 2021년 2월 3일 자카르타 경찰청에서 자카르타 마스크 쓰기 캠페인(Jakarta Bermasker) 로고 출범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로고는 코로나-19 확산억제를 위해 엄격한 보건 프로토콜에 따르도록 시민들을 교육하려는 당국 노력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Antara/M. Risyal Hidayat)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제 임기 마지막해로 들어서는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에게 저주인 동시에 축복이기도 했다.

 

전세계를 동시에 강타한 보건위기가 그의 공약실천 노력을 방해하고 일부 무산시키기도 했지만 분석가들은 올해 중반에 델타 변이와 함께 맹렬히 밀어닥친 2차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대체로 성공적인 자카르타 방역을 진두지휘한 지도력이 공약실현 부진에 대한 각계의 불만을 상쇄하며 그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아니스 주지사는 올해 극도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으나 그가 하고자 했던 많은 프로그램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가 수년간 관리해 온 수도 자카르타에는 아직도 곳곳에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 있다.

 

코로나-19가 휩쓴 수도

앞서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가 올해 이룬 괄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수도의 보건시스템을 붕괴직전까지 몰고간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포함해 자카르타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인 코로나 창궐을 성공적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자카르타는 델타 대유행 당시 가장 큰 타격을 입었지만 불과 두 주 만에 확진자 숫자를 1만4,600명에서 2,600명으로, 병상점유율도 90%에서 73%로 낮추며 상황을 신속하게 호전시켰다.

 

이렇게 빠른 상황반전이 가능했던 것은 부분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자카르타 주정부의 우수한 대응능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지속적이면서도 가장 많은 밀접 접촉자 추적과 검사 횟수를 기록한 자카르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최소 검사량을 20배 상회하는 수준을 보였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자카르타가 코로나-19 백신접종율에 있어서도 전국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12월 24일까지 자카르타주에서는 전체 1천만 명의 접종대상자 중 90%가 두 차례 접종을 완료했는데 이는 전국 평군 51%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 9월에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조사기관 딥널리지 어낼리틱(Deep Knowledge Analytics)이 펜대믹 대응이 가장 뛰어난 전세계 50개 도시 목록에 자카르타를 포함시켰고 자카르타는 10월 밀접접촉자 추적과 코로나-19 규제시행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는 이유로 보건부로부터 여러가지 표창을 받았다.

 

국제전략연구센터(CSIS)의 누리 옥타리자(Noory Okthariza) 정치부문 연구원은 자카르타가 코로나 대유행 통제에 성공한 이유가 산하 공무원들과 중앙정부 간 정책조율이 유려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작년엔 중앙정부와 자카르타 주정부가 보건위기 대응에 있어 상이한 접근법을 보였으나 올해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아니스 바스웨단 주지사가 정치적 이견을 차치하고 펜데믹 통제를 위해 효과적으로 합을 맞췄다는 것이다.

 

팬데믹 초창기에 조코위 대통령은 아니스의 강력한 봉쇄조치 요청에 대해 경제붕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반대하며 첨예하게 대립했고 코로나-19가 자카르타를 휩쓴 후에도 같은 정책에 대한 공개적인 논쟁이 계속된 바 있다.

 

전반적으로 후한 점수

코로나-19 이슈 외에 아니스는 북부 자카르타에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스타디움(JIS)을 지으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편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는 이 경기장은 이제 완공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국제 표준의 경기장을 수도에 짓는다는 발상은 파우지 보워 주지사 시절인 2009년부터 논의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13년 도심전철인 MRT 건설을 위해 원래 프로축구팀 뻐르시자(Persija)의 홈구장이던 르박불루스 스타디움(Lebak Bulus Stadium)을 해체하면서 JIS 프로젝트가 추력을 얻었다. 그러나 파우지 보워 이후 여러 주지사들이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기공식도 하지 못했는데 아니스에 이르러 작년에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개폐형 지붕, 스카이뷰 데크. 하이브리드 잔디운동장을 포함하는 JIS 프로젝트는 총 4조800억 루피아(약 3,350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8만2000명 관객들을 수용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아니스 주지사는 올해 팬데믹 와중에도 자카르타에서 통합적, 지속가능한 도심 운송시스템 정착 노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그는 자카르타를 관통하는 두 개의 중앙통 도로에 11 킬로미터에 달하는 보호형 자전거 도로 건설과, 상이한 형태의 교통수단 간 매끄러운 환승이 가능하도록 여러 기차역과 전철역 개보수를 감독했다. 그는 도시버스 고속운송시스템(BRT), 즉 버스웨이 확대를 도모해 자카르타 주민 80%가 주거지로부터 도보 500미터 거리 안에서 버스 정류장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아니스 주지사는 이런 노력을 평가받아 지속가능한 도심운송개선에 주목하는 독일 주도의 단체 ‘도심운송 변혁 이니셔티브’(Transformative Urban Mobility Initiative-TUMI)가 정하는 2021년 운송영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TUMI는 아니스가 “모든 시민들을 위해 창의적이고 공정하며 저렴하고 포괄적인 운송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가용한 자원이 제한된 상태에서 안정적인 운송개선을 이루어 냈다고 칭송했다.

 

자카르타는 야심찬 통합 공공운송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받아 2021 세계 지속가능한 운송대상 (STA)에서 최고상을 수상했고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이 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얻었다.

 

그러나 교통부문에서 이 모든 업적을 이룬 아니스 주지사도 교통정체라는 자카르타의 가장 크고 심각한 교통문제만은 해결하지 못했다. 교통량은 이미 팬데믹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그간 취해진 강력한 이동제한조치가 일시적으로 호전시켰던 공기오염 문제 역시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너무 자주 일어나는 치명적인 버스 사고들도 아니스가 이룬 성과에 흙탕물을 끼얹었다. 자카르타 주정부가 소유한 버스고속운송시스템 운영사 트랜스자카르타의 모하마드 야나 아디탸(Mochammad Yana Aditya) 사장은 자사 버스가 연루된 교통사고가 올해 1월부터 10월 사이 502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루지 못한 주요공약들

아니스 주지사는 과거에 내놓은 공약들을 꼼꼼히 챙기는 편이지만 어떤 것들은 어정쩡한 결과에 머물거나 뒤쳐져 결국 아예 시행하지 못한 프로젝트들도 적지 않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선금 없이 입주하는 주택 정책이었다.

 

자카르타 주의회의 금봉 와르소노(Gembong Warsono) 민주투쟁당(PDI-P) 의원은 올해 아니스가 무선금 입주 아파트 187가구 공급에 그쳐 누적 967가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니스 주지사가 당초 약속한 목표에 크게 부족한 수치다. 아니스는 주지사 선거전 당시 저렴한 주거공간이 씨가 마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소득층을 위해 주정부가 비용을 보조하는 아파트 23만2,241개의 공급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시영 개발사인 사라나(PD. Sarana)의 대표이사 요리 삐논또앙(Yoory Pinontoang)이 해당 프로젝트를 위한 토지확보과정에서 벌어진 뇌물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르자 아니스는 올 초 그 야심찬 목표수치를 달랑 1만 가구로 축소해 발표했다. 해당 주택정책의 수혜범위도 조정해 당초 최고 700만 루피아(약 57만 원) 미만 월 소득자에서 최고 1,480만 루피아(약 122만 원) 월소득자로 상향조정해 해당 정책이 저소득층 위한 것이라는 주정부 주장에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아니스 주지사는 북부 자카르타 순터르 지역에 짓는 자카르타의 첫 폐기물 재활용 에너지 발생(WTE) 소각로가 매일 도시에 쌓여가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온 바 있으나 관련 진행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3년 전인 2018년 주지사가 직접 나서 기공식까지 한 이 시설이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있는 이유는 복잡한 서류작업과 예산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카르타를 흐르는 하천 제방을 녹지로 가꾸겠다는 하수 ‘자연화’ 프로젝트도 하천 인근 토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지난 수년 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자신의 임기 중 강제 퇴거조치를 하지 않겠다던 공약은 수도의 침수를 막기 위해 수천 개의 수직배수구를 뚫는 홍수대책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유야무야되어 버렸다. 해당 공사가 이루어지는 지역의 주민 퇴거조치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그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0월 전까지 180만 개의 배수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정작 지금까지 설치된 수직배수구 숫자는 4,000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유력한 대선 후보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소(LIPI)의 피르만 누르(Firman Noor) 정치연구원은 아니스 주지사가 어떤 식으로든 그의 책무를 잘 수행해 2024년 대선의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니스가 군출신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정치적 인맥을 갖지도 않은 민간인도 자카르타를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는 평가다.

 

조코 위도도가 대선에서 이겨 대통령궁에 입성한 후 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적 수도인 자카르타의 주지사직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요직이란 인식이 커졌다.

 

아니스 역시 그런 인식에 크게 기대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CSIS의 누리 연구원은 민심이 후보자가 쌓은 업적보다 그의 대중적 매력에 더욱 주목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들이 정책이나 업적보다는 개인적, 정서적 매력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을 감안하면 아니스 주지사가 2024년 대선에서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paper/2021/12/30/anies-checks-off-campaign-promises-but-with-lackluster-deliver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