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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 A World Without> 본문

영화

인도네시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 A World Without>

beautician 2021. 10. 24. 11:59

넷플릭스 영화 <결핍의 세계>, 디스토피아가 속 성장영화 

 

세 명의 절친 (왼쪽부터), 타라(아스마라 아비가일 분), 살리나(아만다 라울레스 분) 그리고 울파(마이주라 분)은 더 라이트(The Light)에 합류해 그들만의 행복을 찾으려 한다. (Archive/Courtesy of Netflix)  

 

한국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건 아니다. 다른 나라들과 같이 인도네시아도 넷플릭스의 제작비 지원을 받은 콘텐츠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니아 디나타 감독의 <결핍의 세계(A World Without)> 역시 그 중 하나다.

 

이 영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속 성장 스토리를 통해 사회비판을 담으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충분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결핍의 세계>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더 라이트’(The Light)라 불리는 생활 공동체를 향해 버스를 타고 가는 세 절친 소녀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그러니까 팬데믹도 다 끝난 세상은 출산율이 떨어져 국가가 데이트를 불법화하고 결혼적령기에 대한 논란이 촉발된 상태다. 수수께끼의 남자 알리 칸(치코 제리코 분)과 그의 아내 소피아(아유시타 분)에 이끌려 도착한 더 라이트는 17세가 되면 결혼하기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쉼터를 제공해 준다. 그곳에 받아들여진 세 소녀들은 각각 기숙사 방을 배정받고 집안 여자들의 일을 배운다.

 

알리는 관계적 호환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냈는데 그에 따라 언제든 더 라이트의 회원 두 사람이 짝을 지으면 매력적인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신혼부부들에게는 각각 전원주택이 하나씩 주어지고 남녀 모두 안정적인 직업도 갖게 된다. 홀로 사는 독립가구들이 늘어나고 자기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시각으로 보면 일견 이상향처럼 보이기도 하는 곳이다.

 

살리나(아만다 라울레스)는 아버지를 잃은 후 아버지 같은 사람을 이상형으로 갖게 되었고 울파(마이주라)는 어쨌든 잘 정착해 아기들을 갖는 게 꿈이다. 셋 중 가장 천방지축인 타라(아스마라 아비가일 분)는 무모함으로 일관되었던 어린 시절 어두운 과거를 뒤로 하고 새 삶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더 라이트 커뮤니티의 비밀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세 사람은 원하는 바를 이루는 대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럭키 꾸스완디와 함께 시나리오를 쓴 니아 디나타 감독은 이 영화 속에 여성의 권리, 소셜미디어, 결혼연령, 가정폭력 문제들을 그리려 했다

 

1시간 47분 러닝타임의 티스토피아 성장영화 속에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녹여내는 것은 게이 캐릭터를 내세워 자카르타 사회의 양지와 음지를 조명하며 사회문제를 지적한 <계모임(Arisan!)>, 중혼문제를 다룬 <남편 나눠갖기(Berbagi Suami)>같은 영화를 찍었던 니아 디나타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주문이었을 것이다.

 

<결핍의 세계> 시나리오를 함께 쓴 니아 디나타 감독과 럭키 꾸스완디 작가 (Archive/Courtesy of Netflix)  

 

세계관 구축이란 측면에서 <결핍의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게 될 지도 모를 미래의 모습을 대체로 성공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하락 때문에 전개되는 플롯라인은 1987년 마가렛 애트우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훌루(Hulu)의 <하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와 약간의 유사점을 보인다. 그 영화에서는 전체주의국가가 된 미국에서 가임기 여성들이 아기 낳는 노예가 되도록 강요받는다. 하지만 <결핍의 세계>에 노예까지 등장하지는 않는다. 포르노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섬세한 터치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심도 깊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부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마무리가 시원찮은,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종결 부분에서 너무 서두른 듯한 느낌이다. <결핍의 세계>는 말하지만 음식이 너무 많이 담긴 접시 같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코멘트와 풍자, 거기에 각 캐릭터들의 다양한 출신 배경까지 말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기회가 아니라 좋은 재료들로 꿀꿀이죽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플롯라인의 어떤 부분은 캐릭터의 성격이나 배경과 어긋나는 곳도 있고 스토리 전개과정에서 더져놓은 많은 떡밥과 질문들이 대답을 주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나 버린다. 그래서 <결핍의 세계>가 사회적 문제를 조명한 것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영화가 좀 밋밋하게 끝났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 모든 이야기들을 남아내기 위해 영화가 아니라 미니시리즈로 제작해 세계관 구축과 스토리텔링에 좀 더 치중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소셜 미디어

니아 디나타 감독은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시절 읽었던 애트우드의 ‘하녀 이야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처음엔 그런 디스토피아적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많은 나라에서 극우운동이 거세지고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하지만 <결핍의 세계>를 만든 직접적인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인도네시아는 물론 전세계가 소셜미디어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이 시나리오의 영감을 얻었어요. 많은 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면서 그들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조사하거나 관심을 갖지도 않죠.” 니아 디나타는 이렇게 말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팔로워를 가진 ‘즉석 인생코치’, ‘자칭 지도자’들의 예를 들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만약 팔로우 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공동 시나리오 저자인 럭키는 인터넷에 사람들을 쉽게 낚아채 미신이나 분파를 따르도록 하는 어두침침한 구석들이 존재한다고 말을 거들었다. 럭키는 자신도 미국에 살 때 한 인생 코치라는 사람이 이끄는 그룹에 가입할 뻔했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들은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니아 역시 호주를 여행하던 중 인생코치라는 사람을 따랐다가 돈을 모두 털린 경험이 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사건들은 니아와 럭키가 아직 좀 더 어렸을 때 벌어진 일들이다. 그 경험의 토대 위에 소셜미디어 요소를 조금 더 가미한 것이다.

 

<결핍의 세계> 주연 중 한 명인 아만다 라울레스 (Archive/Courtesy of Netflix)  

 

이 영화가 다루는 조혼, 여성권, 가정폭력 문제들에 대해 인도네시아와 세계가 함께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볼 수 있다.

 

<결핍의 세계>가 너무 급히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서 혹시 원래 3부작으로 제작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니아는 굳이 부인하지 않으면서 만약 혹시라도 다음 편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넷플릭스와 협조를 통해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어찌보면 이야기를 거기서 끊을지 계속 나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마무리 짓다보니 어정쩡한 여운이 남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녀는 두 시간에 모든 걸 담을 수 없었음을 아쉬워했다. 시나리오 원본은 미래에 대한 스토리 전개가 좀 더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럭키는 대체로 특정 주제만을 부각한 더 라이트 커뮤니티에 비해 현실세계의 비슷한 곳은 더욱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자 윌자 루비스는 <결핍의 세계>가 영화로 구현하기에 결코 쉬운 주제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아는 인물과 스토리라인을 통해 스크린 위에 구현해 낸 것이다. “아무쪼록 즐겨 볼 만한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기 바랍니다.” 윌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프리미어 개봉: 10월 14일 넷플릭스

감독: 니아 디나타

각본: 럭키 꾸스완디, 니아 디나타

제작: 윌자 루비스

책임 제작자: 니아 디나타

출연진: 아만다 라울레스(Amanda Rawles=Salina), 마이주라(Maizura=Ulfah), 아스마라 아비가일(Asmara Abigail=Tara),, 치코 제리코(Chicco Jerikho=Ali Khan), 아유시타(Ayushita (Sofia), 제롬 꾸르니아(Jerome Kurnia=Hafiz,) 등

Duration: 1 hour 47 minutes 러닝타임: 1시간 47분

침조: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paper/2021/10/20/netflixs-a-world-without-a-promising-dystopian-coming-of-age-film-that-fails-to-land.html

 

제롬 꾸르니아(Jerome Kurnia) 1994년 생인 제롬은 2018년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딜란 1990(Dilan 1990)>의 후속작인 <딜란 1991>(2019), <밀레아: 딜란의 목소리>(2020)에 연이어 출연했다.

 

아유시타(Ayushita) 1989년 생으로 배우, 가수 MC, 라디오 방송인 등으로 활동하며 2005년부터 여러 영화에 출연했다.
치코 제리코(Chicco Jerikho) 이 배우도 화제를 모았던 <우리 오늘 일을 나중에 이야기하자(Nanti Kita Cerita tentang hari ini)>(2020), <판매용 사랑(Love for Sale)>, 인도네시아 영화계 수작의 전설이 된 <커피의 철학(Filosofi Kopi)> 1, 2 편 등에 출연했다.
아스마라 아비가일(Asmara Abigail) 영화 속 세 명의 절친 중 실제로는 가장 나이가 많은 1992년 생. 이 여배우는 최근 문제작 다수에 얼굴을 비쳤다. 최초의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 영화 <군달라>(2019), 2020년 인도네시아 영화제 최다수상작이자 오스카에도 출품된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2019), 역시 화제를 모은 <아브라카다브리>(2020), <알키사의 모험(Hiruk-Pikuk si Al-Kisah)>(2020), 공포영화 <망꾸지워(Mangkujiwo) 등이 최근 출연작이다. 
독특한 분위기의 아스마라 아비가일의 모델 사진을 한 장 더 게재한다.
마이주라(Maizura) 이 2000년생 여배우는 <써니>의 리메이크 <Bebas>에 출연했다.
아만다 라울레스(Amanda Rawles): 활발한 활동을 하는 2000년생 이 여배우는 여교괴담을 리메이크한 <Sunyi>(2019)의 여주인공으로도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