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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개혁이 필요한 인도네시아 경찰 본문
불붙은 온라인 인터넷 해시태그 대결,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경찰
경찰은 그간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에 열을 올려왔고 최근 두 명의 경찰청장 – 전임 경찰청장인 티토 카르나피안 내무장관과 현직 리스티요 시깃 쁘라보워 경찰청장 - 은 경찰에 대한 대중의 뿌리깊은 불신 불식을 개인적 사명처럼 여기며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이미 사회 저변 깊숙이 천착하여 1990년대 전설적 메탈밴드 로또르(Rotor)가 치안유지보다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찰의 일반 경향을 묘사한 ‘휘파람 공포’ (Pluit Phobia – ‘경찰에 제보한 사람이 오히려 겪게 되는 공포’란 의미)라는 곡을 내놓기도 했다. 이 곡이 나온 지 거의 30년이 되었지만 티토와 리스티요의 이미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여전히 그때와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며칠 간 인터넷 공간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경찰신고아무소용없다(#PercumaLaporPolisi) 해시태그 운동에 크게 당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미지 홍보에 있어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최악의 악수를 연거푸 두고 있다.
경찰을 대할 때 겪은 나쁜 경험을 인터넷 상에 토로하는 트랜드를 낳은 이 해시태그는 대안 미디어 플랫폼인 프로젝트 물타뚤리(Project Multatul)가 경찰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한 한 이야기를 게시한 것을 계기로 급속히 온라인으로 퍼져나갔다. 물타뚤리(Multatuli)란 ‘겹겹이 쌓인 많은 고통’이란 의미다. 그 이야기는 남부 술라웨시의 동부 루우(Luwu Timur)에 사는 한 주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녀는 친 자식들에게 성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증거부족이라며 고발을 간단히 기각해버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그 가정의 고통을 나몰라라 해버렸다.
대응책으로 나온 해시태그들
#경찰신고아무소용없다 해시태그가 그간 경찰의 임무수행과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중의 정서를 담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안보전략연구소 밤방 루크민토 연구원은 12일(화)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물라뚤리가 제기한 동부 루우에서의 사건은 단지 대중들이 품고 있던 불만의 봇물을 터트린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이며, 이렇게 사회 저변 대중들에게 깊숙이 퍼진 해시태그가 국민들을 위한 경찰 서비스를 스스로 돌아보고 전제척으로 개선할 근거로 사용해야 할 상황인데도 #경찰은절차에따를뿐(#PolriSesuaiProsedur)이라든가 #경찰은강력한인본주의자(#PolriTegasHumanis) 같이 현재 경찰이 방어적 해시태그를 만들어 대응하는 고압적이고 구태의연한 반응을 제발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 해시태그들은 경찰청 공식 계정에 등장했고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경찰관들도 즐겨 인용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상 해시태그 내러티브의 대결이 벌어지면서 소셜미디어에서 경찰과 비판자들이 서로 맞서는 양상이 전개되었다. 경찰이 대중의 지적을 일축하고 부인하면서 오히려 반감을 스스로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지난 8일(금) 경찰청 대변인 루스디 하르토노 경무관(Brig. Gen. Rusdi Hartono)은 민간에서 고발이 접수되면 경찰이 반드시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만 검찰청에 송치하느냐 여부는 고발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비판적 해시태그에 대한 방어적 입장을 고수했다. 고발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고 수사관이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확신을 가져야만 수사결과에 따른 후속조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찰 개혁
현재 내무장관인 티토는 경찰청장 취임 당시 경찰조직 내에 만연한 부패, 향략, 소모적 행태를 뿌리뽑아 경찰개혁을 이루겠다고 맹세한 바 있다. 그의 후임자인 리스티요 현 경찰청장 역시 경찰의 부정적 이미지 불식을 위해 법집행에 있어 보다 인본주의적 접근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옴부즈맨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2020년을 통틀어 총 699건의 경찰관련 불만민원이 제기되었지만 이중 해결된 것은 115건에 불과하다. 한편 실종자 및 폭력피해자 위원회(Kontras)도 민간이 신고한 것들 중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건 최소한 12건에 대해 경찰당국이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ontras의 부조정위원인 리팔리 아난다르(Rivanlee Anandar)는 #경찰신고아무소용없다 해시태그가 단순 절도 사건이든 경찰관이 저지른 위반행위에 대한 것이든 이와 관련된 정의구현과 경찰의 공정한 서비스가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부 루우에서 벌어진 사건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대중이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결코 정의로운 해결을 얻어낼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리팔리는 11일(월) 서면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경찰이 사건 수사진행을 거절해 정의구현을 위한 시간이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리발리는 경찰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 기본적으로 신고자의 절박함을 도외시하는 경찰문화와, 어떤 사건에 대한 수사개시를 언제까지 지연시킬 수 있는지 최장 지연기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신고아무소용없다 해시태그운동과 그 전부터도 줄곧 이어져온 경찰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두 전-현직 경찰청장이 얼마나 노력했는지와 관계없이 어쨌든 경찰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개혁이 여전히 충분치 않음을 의미한다.
#경찰신고아무소용없다 해시태그 운동이 경찰개혁을 위한 시민들의 관심이라 간주되어야 마땅하지만 정부와 경찰당국이 이를 법집행기관에 대한 대중의 가당치 않은 공격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리발리는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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