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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인도네시아 대선결과 예상

beautician 2014. 7. 17. 21:08





오늘도 Monas 광장에선 쁘라보워측 사람들이 무슨 궐기대회같은 것을 하여 길이 무척 막혔습니다.

만약 22일 쁘라보워측 패배가 확정된다면 폭동이 일어날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편파적인 검사기관들을 제외한 대부분 기관들의 출구조사 결과가 조코위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 가운데 쁘라보워 측이 거리에서 세를 과시하며 선거승리를 자축하고 조코위에게 패배를 인정하라고 촉구하는 행위를 보면 쁘라보워 측은 자신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이므로 선관위가 조코위의 승리를 선언한다 해도 절대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코위 기독교인설 루머을 퍼뜨리기까지 하며 자신이 자랑스러운 모슬렘임을 천명했던 쁘라보워 측에서 아직 금식월 기간의 한가운데에서 종교적 금기를 깨면서까지 폭동을 주도하거나 조장할 것인지가 관건인 거죠. 


조코위의 패배로 결정나더라도 폭동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PDIP 역시 하비비정권 아래 치러진 간접선거에서 초반에 앞서가던 메가와띠가 후반 들어 구스두르 와히드 대통령에게 역전당하자 그날밤 자카르타 시내 곳곳에 불을 지르며 소요를 일으켰던 전력이 있으니까요.  당시 와히드 대통령이 메가와띠를 급히 부통령에 임명하면서 소요가 가라앉았죠. (그 당시엔 부통령이 런닝메이트가 아니라 총리처럼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PDIP가 조코위의 패배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습니다. 메가와띠를 신봉하는 그들은 조코위의 패배를 메가와띠의 패배로 받아들일 테니까요. 그 메가와띠가 지난 대선에선 쁘라보워와 손잡고 러닝메이트로 뛰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정말 역사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지 차이점을 예측하자면 쁘라보워 패배의 경우엔 정치적으로 유도된 폭동이 일어나기 쉽겠지만 조코위 패배의 경우엔 과격 PDIP 추종자들의 난동을 제외한다면 빈민촌의 골목골목에서 서민들이 무더기로  뛰쳐나오는 방식의 반정부시위의 성격이 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물론 출구조사결과 상식적 우위에 있는 조코위를 패배시킨다는 건 현 정권에게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선 투표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면서 정권이 개입해 장난칠 만한 여지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어 쁘라보워가 당선되어야 절대적으로 유리할 현정권에서 7월 22일 미친척 쁘라보워 당선을 확정 발표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계엄을 발령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감히 예상하자면 난 조코위의 실질적 승리를 믿지만 22일 선관위는 쁘라보워의 승리를 선언하리라 추측합니다.

그러나 출구조사결과가 이미 나와 있는 만큼 쁘라보워의 대승을 선언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 차이는 전체 투표자의 1% 선 이내이리라 보입니다. 퍼센테지로는 작지만 1억8천만명이란 유권자 전체숫자를 감안하며 1백50만명 전후의 차이, 즉 쁘라보워 50.4~50.5%, 조코위 49.5~49.6% 정도로 말입니다.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검표를 요구하기엔 충분히 큰 숫자의 차이로요. 물론 이건 한낱 나 개인의 예측일 뿐이고 실제의 인도네시아는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후진국도 아니고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내 예상에서 한 뼘도 벗어나지 못하는 닭대가리들일 리 없습니다.

많은 화교들이 그 시기에 맞춰 출국일정을 잡는 등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폭동을 피하려 하는 가운데 우리 교민들 역시 당일 외출을 삼가며 미리미리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1주간이 인도네시아 사회가 과연 얼마나 성숙해져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둘도 없는 시기임에도 분명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이 선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갈까요?

아니면 2012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과거로 회귀하려고 부자연스러운 유턴을 하게 될까요?

7월 22일 오후의 자카르타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요?


2014. 7. 17.




이 가운데에 있는 사람. 살찐 변희재인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