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 습성 본문
누적피로
어제 시내에서 미팅이 있었습니다.
예의 J 사장이 불러낸 것인데 회계자료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작년 6월에 지시한 게 왜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느냐는 거지만 첫째 우선 난 올해 1월에 다시 조인햇으니 지난 6월 지시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둘째 내 그를 위해 해주기로 한 것은 일반행정-허가-통역-대관업무 등이므로 회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결국 J사장은 나한테 업무범위 이외의 것을 요구하는 거죠.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보는 것이나 소득세, 법인세 보고하는 양식, 규정 등은 대충 알고 있지만 굳이 그걸 알릴 필요없습니다. 그러면 J사장의 요구는 더욱 커질 테니까요. 추가적인 일을 요구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한다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되지만 그냥 그거 더 해달라는 걸 들어주면 나중에 그는 그걸 당연시하고 더한 것을 요구하게 될 터입니다. 그러니 난 그냥 경리담당인 피오나(이 친구는 은행에서도 일한 적 있어 경리/회게에서 절대 실수하지 않음)가 하는 얘기와 결과물을 통번역해 주는 정도에서 선을 긋는 것으로 마음먹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고래고래 언성을 높이는 J사장에게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금 하는 얘기는 어제 와츠앱으로 관련 서류 보내면서 다 설명을 달았던 건데 안읽으셨나요?"
"언제 보고했다고 그래요? 난 본 적이.....!'
새삼 와츠앱을 뒤지던 그의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어제 보낸 문자를 근 15시간 이상 지난 후에 읽은 겁니다.
난 어제 경리자료상 문제점, 어느 부분을 고쳤는지 해당 고친 부분의 금액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해는지 등을 이미 소상해 설명해 두었습니다. 그가 화를 내는 건 바로 그 부분에 대해 왜 설명이 없냐는 것이었고요. 그는 나나 피오나가 회계업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 멍청이로 몰아붙이고 잇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가 우릴 시내로 불러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게 드러난 겁니다. 그는 멋적은 듯 헛기침을 하면서, 그래도 우리가 만나는 게 의미가 있다는 둥, 그간 해이해진 기강을 이런 식으로라도 잡아야 한다며 헛소리를 합니다. 뭐, 놀랍지도 않습니다.
내가 보고서를 보내거나 누군가 제출한 현지어 보고서를 번역해 보내주면 그는 개판이라며 늘 길길이 날뛰곤 합니다. 물론 가끔은 정말 함량 미달의 보고서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그가 그렇게 난리를 치는 건 보고서를 다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 장짜리 보고서의 첫 페이지 서너줄을 읽은 상태에서 보고서를 판단한다면 당연히 내용이 충분할 리 없습니다. 나머지 내용은 읽지 않은 부분에 다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성향을 그 스스로도 모를 리 없습니다. 단지 그는 보수를 받는 우리가 당연히 그런 걸 수용해야 한다고 믿고 있고 그런 기회를 통해 자긴 한껏 큰소리를 치며 자신이 보스라는 걸 스스로 실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J사장과는 그런 일이 지난 한 달쯤 되는 기간 동안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것 말고도 여러 건 마감이 있었고 아직도 8월말까지 두 개가 더 남아 있습니다. 그냥 수필을 쓰는 게 아니라 자료들을 챙겨 번역한 결과물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하니 적잖은 부담이 됩니다. 거기에 건강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스스로의 느낌은 물론 현대과학의 도움을 받아 수치로도 새삼 꺠달은 후 좀 무리해서 운동을 한지 한 달이 좀 넘었습니다. 허리띠 구멍 두 개를 줄이고도 거울에 비치는 만만찮은 내 모습에 그간 도대체 얼마나 쪘던 건지, 앞으로 얼마나 더 빼야 하는 건지 아득해지기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제 J사장 미팅을 마치고, 인근 몰을 들러 마나도 음식들을 사서 차차, 마르셀에게 가져다준 후 돌아온 저녁 시간 대충 씻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데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낮에 차를 타고 미팅하러 갈 때도 위험할 정도로 졸음이 몰려왔는데 그 2탄이었습니다.
저녁 7시에 잠을 자기 시작해 중간에 두 번쯤 깨 장소를 바꾸면서 오늘 아침 7시가지 12시간을 내리 자고 있어났더니 상쾌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합니다. 상쾌한 건 그간의 피로가 풀린 듯한 느낌때문이었고 허탈한 건 이번 달 남은 두 개의 마감을 위해 어제 밤 시간이 매우 크리티컬했는데 일 대신 자버렸다는 것 때문입니다.
아마도 국민학교 들어간 이래 지금까지 가장 오래 잔 걸로 치면 1-2위 정도 되는 수면시간인 셈인데, J사장의 저런 성격을 2018년 1월부터 2년 넘게 겪었던 내가 어제 한번 더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갑작스러운 피로감을 느꼈을 리는 없습니다. 왜 그렇게 잠이 쏟아졌을까요?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컴퓨터 켜고 다시 그간 늘 해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마감 몸부림'을 시작합니다.
202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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