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대통령 모욕죄 없으면 방종한 나라 된다는 주장 본문
식민지시대 왕실모독죄를 부활시키려는 인도네시아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을 징역형으로 다스리려는 식민지시대에나 있을 법한 규정을 정부가 다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법무인권부와 국회는 올해 형사법 개정안을 국회의 국가입법프로그램(Prolegnas)에 포함시키는 것을 협의했다. 이 법안은 2019년 당시 일련의 독소조항들로 인해 자카르타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심의가 보류된 바 있었다.
활동가들과 매체들이 입수한 이 개정안 초안에는 대통령 모욕죄를 최고 3년 6개월의 징역형으로 다스린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이을 소셜미디어로 확산시킬 경우 최고 형량은 4년 6개월까지 늘어난다.
2006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형사법상 대통령 모욕죄가 위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폭넓은 중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조항은 네덜란드 왕실에 대한 불평을 단속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쓰였던 식민지 시대 입법 잔재로 인도네시아가 독립한 후에는 법개정을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장기간 사용되었다.
법무인권부는 현재의 개정안이 오직 모욕을 당한 측만이 모욕행위라고 여겨진 사건 조사의 시작하도록 할 수 있어 예전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모욕을 당한 측이 대통령, 부통령일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전 버전의 형사법 조항에서는 그런 모욕죄를 일반 범죄로 간주해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경찰이 구속기소할 수 있게 했었다.
형사법 전문가 압둘 피카르 하자르(Abdul Fickar Hadjar)는 정부의 최근행보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헌재가 이미 폐기한 법령을 이제 와서 불만이 있든 없든 다시 부활시킬 당위성은 없습니다.” 압둘은 6월 13일(일) 자카르타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불투명한 과정
지난 주 법무, 법률 및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국회 제3위원회 소속 국회위원들이 참석한 청문회에서 야소나 라올리(Yasonna Laoly) 법무인권부 장관은 해당 법령이 공지된 11개 도시에서 대중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법무인권부 미디어 공보담당 투바구스 이리프(Tubagus Arif)는 자카르타포스트가 입수한 개정한 초안은 자신들이 2019년에 공지한 오래된 버전이라고 지난 일요일 밝혔다. 그 이후 초안은 다시 수정되었지만 아직 법무인권부와 국회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중에게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자카르타 법무지원단체(LBH Jakarta)의 넬슨 니코데무스 시마모라(Nelson Nikodemus Simamora)는 정부가 해당 전 과정에서 보여준 투명성 부족과 배타성을 비난했다. 그는 정부가 대중의 질타를 피하려고 몰래 밀실에서 관련 과정들을 진행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개정한 초안을 대중에게 배포한다는 것이 양방향 소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방통행입니다. 정부는 오직 전문가와 학자들만 초대해 이야기하죠. 대중의 참여는 그 과정 어느 구석에도 없어요.”
너무 방종한 인도네시아
야소나 장관은 국가의 상징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해당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국회의원들에게 주장했다. 해당 조항 없이는 인도네시아가 너무 방종한 사회가 될 것이란 시각도 피력했다.
연합개발당(PPP) 국회의원 아르술 사니(Arsul Sani)는 이날 청문회에 헌재 결정에 배치하지 않도록 해당 조항의 문구룰 고민하는 정도의 수고는 국회의원들이 얼마든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나 민주주의 전통이 훨씬 더 오래된 나라들 중에도 아직 왕실모독죄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며 개정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정의번영당(PKS) 마르다니 알리 스라(Mardani Ali Sera) 의원은 대통령 모욕죄 조항이 민주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조항들은 반대의견을 침묵시키고 사회적 견제와 균형을 좀먹게 할 가능성이 크므로 국회 차원에서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봉건주의 사회에서나 통할 그런 법령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모욕에 대한 최대 형벌은 시민사회의 제제로 충분하며 그걸 꼭 법을 제정해 규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개정안을 초안한 정부팀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우려들이 기우라고 일축했다. 수년간 정부팀에 참여해온 형사법 전문가 옌티 가르나시(Yenti Garnasih)는 해당 조항이 비판과 모욕을 정확히 분간하는 분명한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법령을 올바르게 해석한다면 법집행의 논란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민주주의의 후퇴
그러나 관측통들은 현행법, 특히 가혹한 정보통신거래법(ITE) 만으로도 얼마든지 정부 비판자들을 처벌하고 감옥에 보내는 현재의 상황을 지적했다. “지금도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자기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공포의 시대를 우린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전체적으로 크게 후퇴하고 말았어요.” 넬슨의 말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민주주의 지표는 인도네시아를 167개국 중 64위에 랭크했다. 10점 만점에 6.48점. ‘결함을 가진 민주주의’ 범주에 속한다.
국제 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와 동남아시아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SAFEnet)의 최근 보고서들은 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정부 비판자들에 대한 공격과 표현의 자유를 범죄로 간주하는 정도가 선을 넘어 ‘디지털 권위주의’에 근접해 간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보고서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화로 정부당국이 시민 공간을 더욱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면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거래법 위반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최소한 157명이 체포되었고 그 중엔 15명의 활동가와 네 명의 저널리스트가 포함되었다. 다른 57명은 가짜뉴스 배포, 대통령 모욕, 정부 모욕 등의 혐의다. 이는 지난 6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정보통신거래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는 이 법이 많은 문제들을 품고 있다고 지적하며 모호한 조항들을 제거하라는 개정방향도 지시했다. 하지만 개정안의 필요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관련 부처가 검토시간을 더 요구함에 따라 2021년도 국회 우선처리 법안목록에 들지 못했다.
스따라 연구소(Setara Institute)의 하릴리(Halili) 조사담당 이사는 대통령 모욕죄 조항이 더욱 표현의 자유 목을 조르고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주의 환경이란 시민들이 정부를 얼마든지 비난할 수 있도록 폭넓은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정권 감시와 비판에 참여하는 것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형사법 개정안의 독소조항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하릴리는 주장했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https://www.thejakartapost.com/news/2021/06/14/govt-seeks-to-revive-colonial-era-lse-majest-la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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