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살아 가기
행간에서 본문
지난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빡세게 마감과 씨름했다.
3월 20일 출판진흥원 3월 보고서 마감 후,
3월 29일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후기 및 작가소개, 작품소개 원고 마감 (사실 후속 요청이 있어 이틀 정도 더 시간을 잡아 먹었다)
4월 1일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결산보고서 마감. 하지만 직전 며칠 간 다른 미팅에 참석해야 해서 이틀 쯤 늦게 원고를 제출했다. 영진위 보고서를 늦게 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데일리인도네시아 <무속과 괴담 사이> 여덞 번 쨰 연재물로 제출했다.
4월 5일 영화진흥위원회 4월 주재원 동향보고서 마감.
4월 14일 <무속과 괴담 사이> 아홉 번째 연재물 마감.
4월 15일 '신문과방송' 기고 컬럼 마감
마감보다 어깨를 짓누른 것은 술라웨시 니켈광산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는 사실 때문이다.
원래 가려고 했던 길.
언제든 갈 수 있었던 길
그러나 돈이 벌리지 않아 선뜻 내키지 않았던 길.
그런데 대만회사가 나서 조건을 조율하면서 몇 차례 미팅을 했고 조건을 담은 문자와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이 바닥 사람들이 그렇듯 말로 한 약속들이 행동이나 서류로 보완되는 것은 시간이 걸리거나 결국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쩌면 이번에도 그럴지 모른다. 그래서 4월 5일부터 16일까지 밀고 당기는 상태. 지난 주말(4월 10일~11일)에는 일차 끈다리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주엔 자카르타에서 일을 봐주는 회사의 외부 미팅 몇 개를 수행했다. 미팅 통역은 늘 하던 일이지만 원치 않는 술자리에 끌려가 말도 안되는 개소리 헛소리 블러핑을 통역해 주는 것은 혀를 잘라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은 감정을 북돋는다. 그로 인해 내가 술라웨시로 가야 할 이유가 점점 커진다.
대만회사와의 문제를 이번 주 안에 결론을 내고 계약서까지 써야 당장 내주 초부터 시작되는 4월 20일 출판진흥원 4월 보고서 마감을 따라갈 수 있다. 마감은 어떠한 경우에도 제 시간에 다시 찾아온다.
그 사이 콘진원 보고서 용역입찰 건도 있었다. 결국 또 떨어지고 말았지만 4월 5일 원고마감을 마친 후 4월 9일 입찰마감, 4월 13일(화) 콘진원 줌미팅 면접 등 짧은 시간을 하얗게 불태웠다.
그래서 오늘 4월 16일(금) 오후는 잠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오나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피오나가 당장 일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녀가 준비해 줘야 하는 서류가 오늘은 올 수 없는 상황. 자카르타에서 봐주는 일을 위해 그 서류를 처리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그럴 수 없어, 이번 주말이 하루 빨리 찾아온 셈이다.
너무 오랫만에 짬이 나니 당장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평소대로라면 4월 20일 마감원고의 골격을 짜고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번역해야 하지만 오늘만은 조금 천천히 가고 싶다.
마치 많은 의미를 담은 문장들의 행간을 잠시 넘어가는 것처럼.
202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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